기획재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의 세부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즉 영리병원 도입을 재추진하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3일 박 대통령과 전 부처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번번히 좌초되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재추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주체는 의료인 개인 혹은 비영리법인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추진은 자본 투자 및 이익 배당이 가능한 형태의 의료기관을 개설주체로 허용하는 정책이다. 현재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자본이 50%이상 투자하는 형태에 한해 영리병원이 허용되어 있다. 

기획재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의 근거로 삼는 일자리 확대 방안은 정작 그 실체가 모호하다. 고용창출 효과도 연구기관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비영리 의료기관에 비해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남겨야 하는 영리 의료기관이 얼마나 많은 신규고용을 창출할지 미지수다. 영리병원이 의료진 당 병상수를 늘리거나 제3국의 간호인력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면 일자리 확대 효과는 미비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결국 국민의 의료비 지출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 문제보다도 더 시급한 문제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진행될 의료공공성 약화의 문제다. 영리병원이 더 많은 수익을 위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진료를 확대한다면 그 결과는 건강보험 제도의 악화로 인한 국민의 총 의료비 부담 증가다. 마침내 건강보험 제도가 무너진다면 계층 간 의료서비스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5천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수 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기획재정부의 의도는 전 재산을 담보로 하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영리병원 도입은 목표로 하는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병원은 미용실, 헬스장과 같이 편의를 의한 서비스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 인간은 조금 불편하게 살 수는 있지만 건강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80년대 영국의 대처 총리가 신자유주의를 내걸고 공공의 많은 분야를 민영화 했지만 결국 NHS만은 건들 수 없었다. 

얼마 전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손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로열 베이비’가 큰 주목을 받았다. 최고급 병원에서의 출산 비용은 1만5천 달러 정도였다. 반면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평균 출산비용은 ‘로열 베이비’의 2배의 이르는 3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병원을 도입하고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한 번의 출산을 위해 3천만원을 지출하고도 ‘ 영리병원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나서 성공적이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