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비평>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의 비판, 근거도 빈약하고 감정만 앞서.
전력대란의 원인은 외면한 채 애먼 상대를 찾아 마녀사냥만 일삼아.

연일 전력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이 전력난의 용의자로 대학교를 지목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14일 <전기료 싼 맛에…대학들 에어컨 '펑펑'>이란 기사를, 조선일보는 15일 <에어컨 알아서 끄는 경로당, 펑펑 트는 대학교>란 기사를 내보내며 대학을 전기를 낭비하는 주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한국경제는 서울시의 보도자료를 이용해 대학이 호텔, 대기업 사옥 등 다른 기관에 비해 전력을 과도하게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전력 최대 소비처는 연평균 3만3512㎿를 소비한 대학교였다. 이어 병원, 백화점, 호텔, 대기업 사옥 순이었다. 서울시내 20개 주요대학 중 서울대가 15만2664㎿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곳은 지난해 28만5038㎿를 사용해 서울시내 주요 대기업 사옥 20곳(30만5656㎿)과 엇비슷했다. 
2013년 8월 14일 한국경제 <전기료 싼 맛에…대학들 에어컨 '펑펑'> 

그러나 한국경제가 제시한 수치는 기관의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로 단위면적 당 전력 사용량을 살펴보면 오히려 대학이 비교대상 5개 항목 중 제일 낮은 5위를 기록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서울시내 대형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대학의 면적당 에너지소비량(단위 Kgoe/㎡)은 30.1에 불과했다. 1위를 차지한 병원의 76.1, 2위인 백화점의 74.9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로 대기업 사옥의 44.1과 비교해도 대학은 68%밖에 안 되는 전력을 사용했다.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대형건물은?>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대학이 다른 비교대상인 호텔, 백화점, 대기업 사옥에 비해 건축물의 면적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면적당 에너지소비량은 총 에너지 사용량을 신고된 건축물 면적으로 나눈 수치다. 단위면적으로 동등한 비교를 했을 때 대학보다도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백화점, 호텔 등 상업시설과 대기업 사옥 등 사무시설을 놔두고 왜 굳이 대학을 타겟으로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대학교와 경로당의 온도 차이를 비교한 더욱 자극적인 기사를 실었다. 
 
어르신 "우리라도 전기 아껴야" - 실내온도 바깥과 비슷한 32도
선풍기·부채로 무더위 견뎌… 구청 "에어컨 켜시라" 요청까지
대학생 "등록금 내는데 왜?" - 도서관·강의실 등 온도 20도
추워서 무릎담요 덮은 학생도… 대학측 "냉방 안하면 항의 많아" 
2013년 8월 15일 조선일보 <에어컨 알아서 끄는 경로당, 펑펑 트는 대학교>

전기절약에 앞장서는 노인세대와 절전행렬에 동참하지 않는 젊은세대라는 이미지를 대조시키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더욱 편견에 가득 차있다. 학생들이 가디건과 무릎담요까지 하고 있다는 친절한 묘사를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인터뷰 한 대학생은 모두 냉방온도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뿐이다.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열사병의 위험을 안고있는 무리한 전기 절약을 ‘절약 정신’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바꿔놓은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기사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여름 전력대란의 직접적인 책임은 원전에 불량부품을 납품하던 비리를 눈감아준 사람에게 있다. 길게보면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지해서 전력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든 사람에게 있다.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전기를 낭비한다며 공공기관을 윽박지르던 화살이 이젠 대학으로 향했다. 그사이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무더위에 냉방시설마저 가동하지 않아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다. 무리한 절전이 생산성을 저하시켜 오히려 국가적으로 낭비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언론은 이제 대학생의 곡소리가 대학 도서관에서 들릴 때 까지 비난할 태세다.

경로당의 미덕을 찬양할 것이라면 해당 언론사부터 공공기관과 대학의 뒤를 이어 몸소 자발적인 절전 행렬에 동참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8월 한 달간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의 모든 직원들이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로당 노인의 절약정신을 이어받아 기자들도 집에서 선풍기와 수박 한 쪽에 의지한 채 이번 여름을 나는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