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청년정치’라는 담론이 크게 화두로 떠올랐던 선거다. ‘위대한 탄생’, ‘락 파티’등의 국회의원 오디션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되기도 하였고, ‘청년당’이라는 세대 정당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물론 청년 정치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더 이상 청년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음을 확인했고, 그로 인해 배출 된 청년 국회의원들이 좀 더 풍부한 청년 의제들을 도출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선거였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 있는 청년 국회의원들은 몇 명일까. 국가에서 정하고 있는 청년의 기준은 만 15세에서 29세(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의거, 하지만 30대 이상 미취업자들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에 의해 지난 8월 5일 만 35세 이상으로 기준을 높인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해선 청년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 통념적인 청년(20 ~ 39세)의 기준으로 봤을 땐 어떨까. 총 7명(김광진, 장하나, 김재연, 김상민, 이자스민, 이재영, 문대성)이 나온다. 이 중 지역구 출신은 문대성 의원 단 한 명 뿐(부산 사하구 갑)이다. 나머진 전부 ‘비례대표제’를 통해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다. (문대성 의원 포함) 얼핏 봐선 문제라고 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재선 가능성을 셈하다 보면 이야긴 조금 달라진다.  

초선 의원을 제외 하고, 최소 재선 이상의 기성 의원들 중 20~39세 시기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현재까지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의원은 총 4명(김세연, 조경태, 오영식, 남경필)이다. 이 중 김세연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3선 이상이며, 특히 남경필 의원은 아직 50이 되지 않았음에도 5선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여기서 19대 총선에서 비례 대표로 당선 된 사람은 없을 뿐더러(김세연 - 부산 금정구, 조경태 - 부산 사하구, 오영식 - 서울 강북구, 남경필 - 경기 수원시 팔달구), 비례대표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 역시 오영식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16대 총선,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출신)  

그 중 김세연, 남경필 의원은 지역구를 세습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체 역량으로 당선 되었냐는 면에선 약간의 예외를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세연 의원의 아버지 김진재는 부산 금정구에서만 4선을 한 한나라당 부총재 출신의 정치인이고, 남경필 의원의 아버지인 남덕우는 수원에서 2차례 당선 된 ‘경남여객’ 출신의 기업인이다.) 오영식 의원 역시 17대 총선에서의 탄핵 역풍으로 손쉽게 지역구를 따낼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19대 총선의 지역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는 약간의 운이 따랐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청년 국회의원’으로 시작해 재선 이상을 경험했던 기성 의원들 중 철저히 ‘본인’의 ‘역량’으로 지역적 기반을 마련한 의원은 단 한 명으로 압축된다. 바로 조경태 의원. 그리고 조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련하다시피 지역에서 뛰었던 그에게, 주민들은 민주당 출신으로 부산에서 3선 이상을 수확하는 최초의 의원이라는 영예를 선물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청년 정치’라는 담론이 본격적으로 수면화 됐던 2000년 이후 적지 않은 수의 청년 국회의원들이 모종의 연유로 정치권에 발탁 됐고 또 도전했지만,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정치인은 ‘조경태’ 단 한 명뿐이다. 이는 청년 정치 담론의 지속성과 그 외연의 확장을 위해서라도 청년 국회의원들의 꾸준한 정치적 위치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조경태 의원과 같이 지역적 기반이 탄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거나 남경태, 김세연 의원과 같이 생래적 자본을 상속 받지 않는 이상은 다분히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른 분야로 이직을 생각하지 않는 이상 프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치 생명을 담보해줄 수 있을 조직과 기반을 ‘절실히’ 필요로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번에 당선 된 7명의 청년 국회의원들 중 그런 고민을 몇 명이나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자칫 이벤트성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지우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것은 비례대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역논리에 무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현안을 보는 것은 좋지만, 어느 곳에도 적(籍)이 없이 정치적 떠돌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도 엄존하는 사실이다. 이는 사실, 현행의 선거제도가 비례대표 중심으로 고쳐지지 않는 이상은 여전히 요원한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수의 청년 국회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조경태 의원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적(籍)을 확실히 하고 탄탄한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도 분위기와 요행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과 실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 순간과 같은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 국회의원들은 한 순간과 같이 사라지기 십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