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TV 매체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누구일까. 아직 2013년이 4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본다면 그 주인공은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8세)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후는 MBC ‘일밤-아빠!어디가?’에 출연하여 귀엽고 엉뚱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팬들은 윤후를 ‘후느님’, ‘먹방 신동’이라 부르며 웬만한 아이돌 팬덤 못지 않은 사랑을 보내고 있다. 

‘아빠!어디가?’는 최근의 가족 예능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아빠!어디가?’를 비롯해서 KBS ‘맘마미아’, ‘풀하우스’, SBS ‘자기야’, ‘붕어빵’, JTBC ‘유자식 상팔자’, ‘고부스캔들’,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등 각 방송사마다 연예인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최소 1~2개 이상 방영하고 있다. 현재 KBS가 준비 중인 ‘아빠의 자격(가제)’ 역시 가족 예능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연예인 가족의 TV 출연은 아침 방송이나 명절 특집 등을 통해서나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능프로그램의 주류 트렌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종편 예능이 주목을 받고, MBC ‘아빠!어디가?’ 등의 성공이 이어지며 한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던 예능계의 대세가 가족 예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sbs.co.kr



리얼함, 동질의식, 비교의식... 당신이 가족 예능을 보는 이유

가족 예능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리얼함’을 들 수 있다. ‘무한도전’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단순히 정해진 대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연예인의 실생활과 미세한 연결고리가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면, 최근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캐릭터가 아닌 연예인 자체의 인간적인 면모를 끄집어내는 데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족은 그 사람의 일생을 지켜봐 온 증언자라는 점에서, 연예인의 본모습을 끌어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인 것이다. 

강한 동질감 역시 가족 예능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비록 연예인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군의 사람들이기는 하나, 가정에 오게 되면 일반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한 가족의 평범한 일원이 된다는 점이 강한 동질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가족을 보며 자신의 가족과 비슷한 점을 찾아내고, 가정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동질감의 연장선상에서 ‘비교 의식’을 들 수 있다. 시청자들은 연예인 가족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연예인이라는 특수성이 가져오는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JTBC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에서 가족 예능을 다루던 중 출연자 박지윤이 “‘아빠!어디가?’를 보면서 ‘저 집은 인테리어를 뭘로 했나’하는 것들도 보는 재미가 있다”라고 밝혔듯이, 연예인 집안의 살림 등을 자신의 것과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 역시 일종의 비교 의식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때로는 선망으로, 때로는 동정으로 나타난다. 연예인 가족의 풍족한 생활이나 유명세는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연예인 가족이기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존재는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JTBC '유자식상팔자' ⓒjtbc.co.kr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다

하지만 가족 예능의 특성이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출연자가 실제 가족이기에 얻을 수 있는 극도의 ‘리얼함’과 강한 동질감은, ‘왜 내가 이런걸 TV로까지 봐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실제로 가족 예능프로그램들의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연예인 가족이 나대는 걸 그만 좀 봤으면 한다’는 식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겹치기’ 및 ‘베끼기’ 논란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SBS ‘자기야-백년손님’과 JTBC ‘고부스캔들’은 각각 장모-사위 관계와 시어머니-며느리 관계라는 점을 빼면 매우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 또한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과 JTBC ‘유자식 상팔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자녀가 연예인 부모에 대해 폭로하는 내용이 프로그램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아빠!어디가?'에 출연중인 윤후 안티카페



무엇보다도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연예인 가족들의 피해다. ‘아빠!어디가?’에 출연 중인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와 방송인 김성주의 아들 김민국은 큰 팬덤 뿐만 아니라 안티 팬 카페까지 생겨나는 등 비방에 시달렸고 이에 제작진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자기야’, ‘붕어빵’ 등 출연으로 가족의 방송 출연 빈도가 높았던 코미디언 조혜련 역시 이혼 이후 가정사의 노출로 고초를 겪었고, 현재 출연중인 ‘유자식 상팔자’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전히 조혜련과 그 아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가족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예능계에 대해 ‘지나치게 중장년층 위주로만 편성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의 의견이 맞건, 가족 예능이 시청자들의 기호에 의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말처럼, 가족 예능 일변도의 프로그램 편성과 시청률에만 집중한 나머지 프로그램의 질과 출연자 가족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연출은 오히려 가족 예능을 다시 아침 시간대로 몰아내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가족 예능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성공의 열쇠가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