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 【명사】 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네 번 째 이야기. 하루에도 수십 대의 비행기가 왕래하며 수천 명의 관광객이 도착하는 그 곳에는 김렐라 씨(22)가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김렐라 씨는 오늘도 수천 명의 외국인들을 상대한다. 여행의 즐거움으로 항상 활기찬 공항이지만 김렐라 씨에게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Q.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셨나요?

공항 면세점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아르바이트예요. 면세점은 백화점처럼 운영되고요, 각 브랜드에서 백화점에 입점하듯이 들어오는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밥통, 핸드폰 같이 잡다한 전자제품을 면세점에서 파는 거예요. 제가 원래 중국어를 할 줄 알아서 인터넷에서 보고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는 면세점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Q. 시급이나 근무시간 같은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시급은 6,000원이에요. 일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일하고 학교 시간 때문에 격일제로 일해요. 하루는 일하고 다음날은 쉬는 식으로.아르바이트생이 많거든요. 보통 끝나는 시간은 유동적인데 원래 10시가 끝나는 시간인데 공항 면세점이다 보니 마지막 비행편에서 맞춰서 끝나요. 요즘은 10시 40분 정도에 영업이 끝나요. 관광객이 늘어서 비행편이 늦게까지 있거든요. 시급은 늦게 끝나면 늦은 시간까지 계산해서 쳐주는 게 좋았어요.

Q. 고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고객분들은 거의 외국인이에요. 지방에 있는 공항이다 보니까 외국인이 많이 오는 거 같아요. 요즘 한류 때문에 또 한국이 유명해졌잖아요? 아무래도 그 영향인 거 같아요.

Q. 손님 상대하면서 혹시 ‘진상’을 만나진 않았나요?

많죠. 면세점은 관광객 손님이 많은데 외국인 손님이 많아서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요. 요즘 어떤 일들이 있느냐면, 한국드라마 보고 한국에 오는 관광객이 부쩍 많아졌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한국 화장품 가게를 엄청 많이 가요. 한국 화장품 가게는 특히 샘플을 많이 주잖아요. 그러니까 전자제품 가게에 와서도 당연히 똑같이 샘플 같은 사은품을 받아야 되는 줄 알아요. 못 받으면 손해라고 생각하고요. 여기는 그런거 안준다고 해도. 무조건 많이 달래요. 원래 우리 가게에선 사은품 같은건 고가제품 구매할 때만 주는 거거든요. 근데 실랑이하기 힘들어서 그냥 줄 때도 있어요. 근데 하나만 받고는 성에 안 차는지 그 사람이 계속 옆에서 붙들고 있는 거에요. 그렇게 옥신각신하다가 다른 손님 봐야 하니까 잠깐 있으라고 새 손님 받았는데 옆에서 30분이 넘도록 끝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은품 주고 보내고 말았죠.

Q. 외국인을 만나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네요, 다른 일은 없었나요?

여기가 공항이다 보니까 또 도둑이 많거든요. 한 번은 제가 도둑을 잡은 적이 있어요. 얘네들이 어떻게 훔처 가냐면 먼저 관광객이 한 무리가 와요. 그러면 A라는 관광객이 DP(전시)된 물건을 툭 치고 지나가요. 그러다가 관광객B가 저한테 와서 다른 물건을 사요. 그 와중에 C가 와서 A가 쳐놓은 물건을 가져가는 거죠. 이렇게 슥 집어가면 손님이 한 번에 몰리니까 아무도 몰라요. 비행기 도착할 때 손님이 몰리거든요. 나중에 제가 CCTV 보고 누가 들고 갔는지 찾았어요. 그다음에 그 일행이 샀던 물건 영수증을 다시 찾아서 돈 받아냈죠. 나중에 점장님이 밥 한 끼 사주시긴 했어요.

Q. 공항 시설은 어때요, 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공항이 그리 작은 건 아닌데 사람이 너무 많아요. 관광객 숫자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해야되나. 관광객이 한 번 몰리면 2, 3천 명씩 오는데 그렇게 오면 다 바닥에 자리 깔고 앉거든요. 중국 같은 데서는 그렇게 바닥에 앉는 게 일상이고 하니까요. 사람을 수용할 데가 없다 보니까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관광객 유치는 적극적인데 준비가 안된 모습이 많은건 확실히 문제에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많이 와요. 그런데 일하는 사람보면 대부분 외국인이예요. 가이드며, 식당이며 이런저런 관광객과 관련된 일이 많잖아요. 세금도 안내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관광객 상대로 돈 벌이하는 건 별로 안좋아 보여요. 저는 한국 사람들이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도 다 일자리잖아요. 관광객 유치는 우리나라에서 하니까 외국어 잘하는 한국 사람들이 그런 일도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