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다섯 번 째 이야기. 25번째 알바렐라의 주인공 밥버거제조 숙련자 임렐라(24)는 알바생으로서 반짝이고 유쾌한 이야기를 한다. 이 것이 청년 사업가의 사업장이여서 그러한지 임렐라의 긍정 마인드 때문인지 알 길이 없으나, 알바렐라 연재 중 이런 반짝이는 일화를 다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은 고소를 짓게 하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더욱 반짝이게 한다.

 

Q.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24살 임렐라입니다. 밥버거 만드는 건 올해 5월 초에 시작 했구요. 처음엔 S대 앞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장님이 H역 앞에 분점을 내서 옮겨 왔습니다. S대 다니는 동생이 S대 앱에서 구인광고 보고 알려줬어요. 밥버거가 맛있다고 일하래요.

Q. 일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나요?
근로계약서에 명시 되어 있어요. 밥버거 세 개 음료수 하나. 그 이상 먹진 않아요. 많이 먹어야 두세개. 하나 먹을 때도 있고. 토핑을 맘대로 넣을 수 있어서 하나 먹는 게 일인분이 아니에요. 이거저거 넣으니까 거대해지죠. 전 짬이 되니까 음료수는 맘대로 먹어요.

Q. 근로계약서가 꽤 세세한 거 같아요.
처음에는 근로계약서가 없었어요. 본점도 갑자기 커진 거여서요. 저 일하고 한달 뒤쯤에 생겼는데 그제서야 4대 보험이니 뭐니 꼴을 갖추기 시작했죠. 세부적인 내용은 본점이 쓴 게 아니에요. 버거 몇 개 먹어야 된다..이런 자세한 건 저희 사장님이 따로 만드신 거에요.

Q. 청년사업가 아이템이다 보니 알바생 복지에 신경을 쓸 거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요. 본점은 엄청 프리해요. 본점은 아이템을 주고...인센티브를 먹고. 터치를 하긴 하는데... 본점은 발주시스템 정도만 관리해요. 고기를 어디서 받아서 어떻게 보관해라 등등. 알바생 관리는 사장님이 해요.

Q. 알바생 관리는 본점에서 손을 안대는 건가요,그럼?
그렇죠. 저희 시급이 수습이 5000원이고 한달 뒤부터 5500원이에요. 하는 일에 비해서 세죠. 이게 본점이 정한 게 아니라 우리 사업장만 그래요. 본점이 오히려 더 짤 거에요.

Q.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도 있었나요?
가게에 별로 사람이 없어서 알바생들이 할 거 없으면 사장님 눈에는 보기 안 좋으니까... 눈치를 슬 줘요. 그럼 인형 탈 쓰고 홍보를 나가요. 옆에서 사장님이 찌라시 돌리구요. 인근 대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춤도 추고 하는데 얼굴 가리고 하니까 뭐. 부끄럽진 않아요. 외국인이 와서 사진 찍자고도 하고. 사람들이 호응도 해주고. 탈은 따로 사장님이 주문제작 하신 거에요.

Q. 생각지도 못한 인형 탈을 쓰시니 불쾌하진 않으셨나요?
대신 시급 외적으로 더 넣어줘요. 고생했다고. 이걸 또 저만 하거든요. 저밖에 탈이 어울리는 사람이 없어요. 나머지 알바생들은 삐쩍 마른 젓가락들이라... 안 어울린다고 사장님이 안 시켜요. 또 제가 탈을 맡는 대신 엄청 쉬어요. 일종의 보상이죠.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20분 정도 쉬고 와요.

여름엔 더워서 하기 싫다고 하니까 안 시키셨어요. 이제 가을이니까 밥버거 만드는거 보단 탈 쓰는게 오히려 더 편해요.

Q. 사업장 분위기에 만족하시나요?
,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제일 힘든 게 공구리 밥 섞는 거에요. 하루에 기본적으로 인당 세 개 이상 공구리 쳐야 된다고 근로계약서에 써 놨어요. 그거 쓰기 전까지는 저만 도맡아서 했었어요. 일 그만 둘까 생각 할 정도로 억울하고 힘들었어요.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자꾸 시키더라구요. 하는 사람만 하다 보니까 불만이 생겨서 사장님이 내규를 따로 만들어요.

Q. 구체적으로 무슨 일 하세요?
출근을 해요. 유니폼 입고. 공구리라고. , 김가루 뭐 섞는 게 있어요. 오자마자 그걸 세 통을 섞어요. 한 통에 50인분 나와요. 이 걸 세 번. 150인분정도 만들어요. 이게 진짜 힘든 거 거든요. 좀 쉬어요. 프런트에 나와서 밥버거 팔아요...~속 팔아요. 피크 타임 때 체감상 300명 정도 와요. 매출에 3분의 1이 피크 타임 때 벌리죠. 피크타임이 저녁에 한 시간 반, 점심에 열두시에서 두시 사이에 있어요.

Q. 장사가 잘 되나 봐요?
손님 좀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힘들어요. 줄 한번 섰다 하면 문 밖까지 서요. 회전율이 굉장히 빨라요. 오자마자 즈즈즈하면서 빠져요. 12 20분부터 40분 정도는 끊임 없이 만들어요. 나머지 시간대도 계속 줄을 서 있긴 해요.

Q. 일손이 부족하지는 않나요?
프런트에 세 명, 주방에 두명 일해요. 주방에선 본점에서 재료 발주 온 재료를 조리해요. 프런트에서 한명은 카운터 보고 두명이 교대하면서 버거를 만들어요. 양호해요.

Q. 회전율이 빠르다고 하셨는데 밥버거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제일 빨리 만드는 제육이 5. 제일 어려운 게 햄 치즈. 치즈 떼는 거 때문에 루즈 타임이 생겨서 10초 정도 걸려요. 20인분 정도 대량구매하는 분들 때문에 렉이 걸릴 때도 있죠. 그럴 때면 뒤에 줄 서 있는 손님들 보기가 민망해요.

Q. 패스트 푸드점 같네요.
계산 끝내기 전에 만들어 갖고. 미리 만들어 논 거 아니냐고 뭐라 그러더라구요. 웃으면서 말하죠. “아닌데요~ 지금 만든 건데요~”

Q. 제일 황당했던 주문은?
외국인도 별로 까다롭게 주문 안 해요. 그냥 메뉴판 보고 돩괄븨 버거 쥬세요~”하고 말아요. 여자 분들이 밥 조금 넣어 달라이런 거 외엔 거의 정석대로 주문하시죠. 그나마 제일 신기했던 주문이 청양고추 토핑에 캡사이신 뿌려달란 거에요. 한입 먹고 버리더라구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알바도 해봤어요. 회사에서 알바할 때는 계약서도 없고...한 마디로 부조리했어요.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불려 나오고...빵공장에서도 일 했었는데 여기도 썩 유쾌하진 않았어요. 제가 알바한 시간을 적으면 토탈을 내서 마지막 주에 월급을 지급 하는데, 그걸 메인 주방장이 관리를 했어요. 근데 제가 계산한 것보다 적게 월급이 나오곤 했어요. 출장 뷔페도 했었어요. 진짜 힘들어요. 정말 몸이 찢어지게 힘들었고.. 처우도 별로 안 좋았죠. 하루 이용해서 쓰고, 그날 페이 주고, 다시 볼 사이가 아니니까요. 지금 하고 있는 알바가 엄청 괜찮은 편인거죠. 좋은 알바 찾기가 쉽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