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 【명사】 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대형마트에서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깔끔한 검은정장차림으로 단연 눈에 띄는 와인 코너 판매원.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없는 것을 없다고 말하지 못해서 많은 고충을 겪었다는 신렐라씨(22). 마트의 3금 정책때문에 졸지에 "술 파는 년이 뭘 알겠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는데. 이번 알바렐라에서는 신렐라씨의 와인판매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2살 신렐라입니다. 얼마전까지 대형마트와인코너에서 와인판매 알바를 했었습니다.
알바사이트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는데, 작년에 대형마트에서 명절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단기알바를 10일정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하니까 뽑아주더라고요. 와인판매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학원에서 조교알바를 몇 달 했었는데, 데스크 업무까지 하면서 시급도 적은데다가, 일주일에 하루 빼고 매일 일하다보니 개인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은 것이 와인판매 알바였어요. 시급도 괜찮고, 전에 마트 단기알바할때는 크게 힘들지도 않고 재밌게 했었던 것도 있고요.
아뇨. 와인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어요.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본사에서 하루 동안 와인 교육을 받았어요. 매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이랑 기본적인 와인 용어들에 대해서 교육받은게 다에요. 그래서 가끔씩 손님들이 매장에 없는 와인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비슷한 것으로 추천해달라고하면 난감할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일하면서 와인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혼자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나중에는 괜찮았어요.
저는 주말 알바여서 금, 토,일요일에만 일했는데요, 일급으로 7만 원 받았어요. 근무시간은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였고요. 중간에 쉬는 시간 30분이랑 저녁시간으로 한 시간이 있어서, 하루에 7시간 반 정도 일한 셈이죠. 그리고 대형마트는 격주로 일요일에 쉬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학원알바에 비해 개인시간도 많았어요. 시급도 당연히 더 괜찮았고요. 학원알바는 시급이 6천 원이였거든요. 이렇게 한 달 일해도 80만 원정도는 들어오니까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았어요.
저는 대형마트에서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고, 와인판매 업체인 S사에서 파견을 보내는 형식이거든요. 그래서 S사에서 판매하는 와인 중에서 시음하라고 반 박스정도 보내줘요. 4 ~6병정도 되거든요. 이걸로 2~3주정도 시음행사를 하죠.
와인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시음하기전에 어떤 와인이냐고 물어보거든요. 달달한 와인이라고하면 많이들 마셔서 금방금방 나가는데, 드라이하고 무겁고 떫은 맛이 강한 와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안마시더라고요.
저도 정확히 하루에 얼마나 팔리는 지는 몰라요. 마트에 와인사러 오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마트에서 파는 와인은 고급와인은 아니니까, 그냥 와인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볍게 즐기려고 사가거나, 아니면 선물용으로 사러 오는 사람들이요. 일요일에 퇴근하기 전에 재고조사를 하고 집에 가긴 하는데, 그렇게 많이 팔리는 것 같진 않아요. 저녁이나 주말에는 그래도 그나마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뇨. 다른 판매하시는 분들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없었어요. 원체 주류쪽은 페이가 쎈편이라서 그런것 같가도 하고요. 맥주나 복분자주 판매하시는 분들은 저보다 더 많이 받아서 9만 원 정도 받는대요. '아, 그쪽으로 지원해볼껄!'하고 아쉽긴 했어요.
어떤 아주머니께서 시음행사 하고 있는 오셔서 와인을 받아가시더니, 같이 온 어린애한테 마셔보라면서 주는 거예요.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면 안되니까, 제가 깜짝 놀라서 “고객님, 아이한테 주시면 안 돼요!”라고 했거든요. 그런데도 그 아주머니는 “한모금인데 어떠냐, 괜찮다”면서 그냥 먹이더라고요. 덕분에 지나가던 주류 담당자분께 혼났어요. 마트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세 가지 말이 있는데 '안 돼요, 없어요, 몰라요' 예요. 어떤 일이 있어도 저 말들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교육을 받아요. 근데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안된다고 한 것을 담당자가 봐서 혼난거죠. 근데 안된다고 말해도 혼나고, 아이가 와인은 마셔도 혼나니, 좀 억울했어요.
네. 전에 마트에서 단기알바할때도 안 썼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파견근무 형태여서 그럴수도 있고요. 4대보험도 들어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명시받지는 못했어요. 그냥 근무시간표 보고 확인한 후에 급여를 주는 게 다였어요. 아! 그리고 좀 이상했던게 있었는데, 제가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는 S사에 직접 고용이 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일자리 알선업체 A가 껴있었 거든요. 근데 한 달 정도 일한 후에 S사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하더니, A 업체에는 일 힘들어서 그만둔다고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자기쪽에서 직접 고용하겠다고. 원래 S사가 A 업체에 제 일급으로 7만 7천 원을 준대요. 그럼 7천 원은 수수료로 업체가 떼가고, 제가 7만 원 받는 거예요. 세금떼면 6만 얼마정도가 되고요. 근데 S사에 직접고용되면 자기가 세금 떼고 정확히 7만 원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죠. 그 사람 말로는 다들 그렇게 한대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하고 나서도 받는 돈은 전이랑 똑같이 받았더라고요.
이건 업무외적인 일이였는데요. 같이 주류파트에 있던 20대 남자분이 있었어요. 와인 박스 운반하시는 분이였는데, 저한테 관심이 있으셨는지 와인 옮기러 와서 계속 저한테 말을 거는거예요. 근데 원래 일하는 중에는 판매하는 사람이랑 운반하는 사람이랑 얘기를 하면 안되거든요. 근데 진짜 삼십분 가까이 안가고 계속 말거는 거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담당자분이 와서 화내면서 일 안 하고 뭐하는 거냐고 해야지 가요. 그럼 저도 같이 혼나잖아요. 후방창고에 와인 가지러 가면 그 분이 있다가 계속 말걸면서 못가게해서,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둘이 여기서 뭐하냐고 하면서 오해하고. 그리고 9시 퇴근하면 9시 5분쯤에 항상 메세지를 보내서 "퇴근 잘했니?"라면서 "오늘은 많이 팔았어?"라고 꼭 해요. 담당자한테 그 말 듣는것도 스트레스 받는데, 퇴근 할때마다 메세지로 또 들으니까 정말 짜증나더라고요. 그러다가 한 달정도 있다가 그 분이 퇴사하게 되서 그나마 좀 나아졌죠.
제가 대학교 들어와서 과외부터 시작해서 와인알바까지 계속해서 알바를 했었어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했더니 지치기도 하고, 돈도 어느 정도 모았고 방학도 시작하니까 좀 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둔다고 했어요. S사에서 처음에는 엄청 잡았는데 몇주 어영부영 끌다가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면서 정말 그만뒀죠. 그거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지막달 돈은 한 달 넘게 늦게 들어왔어요. 전화해서 왜 안넣어주냐고 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루더라고요.
글쎄요. 마트에서 와인 판매한다고 술파는 년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일은 지금 생각해도 화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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