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 한 번 째 이야기. 공사장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안전모에 생명줄을 꽁꽁 동여맨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모습과 그 옆에 자욱한 먼지 바람. 그리고 목에 두른 수건. 더운 여름,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냉정한 사회의 시각에 맞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공사 자재를 나르고 있는 공사장 아르바이트생 최렐라(25)씨를 만났다. 

 

Q. 공사장 아르바이트.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2010년 말에 전역을 했습니다. 당시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상태라 일을 구하고 있었는데 군대 선임이 공사장 일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 때 선임의 아버지가 공사현장을 총괄하는 책임자여서 소개비 떼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죠. 그 당시에 6개월 정도 했고,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는 지금은 방학을 맞아 2개월 정도 일을 하고 있어요.

Q. 소개비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A.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공사장에서 일을 할 사람들을 구하는 업체가 많아요. 그 업체들에 연락을 해서 일을 구하게 되면 소개비 명목으로 소정의 돈을 떼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듣기로는 15~20% 정도 가져간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말하자면 그 업체들은 중간에서 아르바이트생과 건설현장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거죠. 중간 업체를 통해서 일을 구하게 되니까 수고비로 돈을 줘야 하는 거고요. 벼룩시장이나 교차로 같은 신문에 나오는 대부분의 일도 소정의 소개비를 주어야 합니다.

Q. 2010년 말에 공사장에서 일을 했으면 겨울에 한 건데요. 겨울에 공사장이라. 머리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A. 공사장 노동이 힘든 게,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날씨와 관계없이 몸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겨울에 일을 할 때는 사전 준비 작업이 다른 계절보다 더 필요하죠. 불에 손도 녹여야 되고 밤새 얼어있는 곳은 없나 살펴야 되고. 요즘에야 더워서 문제지만 겨울은 기계나 배수관이나 얼어버리면 정말 힘들거든요. 정말 추울 때는 숙소에 들어가서 빨리 쉬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Q. 숙소라면,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나요?
A. 공사장 노동은 명확한 일터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한 곳의 일이 다 끝난다던지 하거나, 다른 공사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할 때 파견으로 일을 도울 경우가 있어요. 그 걸 항시 대비해서 숙소가 어디든지 있죠. 저도 전역 하고 바로 일을 했었던 곳은 집과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숙소생활을 했었어요.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면, 돈은 많이 모을 수 있겠네요. 급여는 잘 나오는 편인가요?
A. 다른 일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는데 급여는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어요. 일당이 8만원 정도 나옵니다. 하루에 10~11시간 일을 하니까 시급으로 치면 7천원 정도 되겠네요. 야간에 추가로 일을 하면 하루에 12만원까지 받아 본 적도 있습니다. 저희 또래가 일을 하러 들어가면 대부분 막내라서 돈을 크게 쓸 일도 없죠. 일 하고 들어오면 집에서 체력보충 하느라 나가서 술을 먹거나 하지도 않아서 돈은 많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Q. 하루에 10~11시간 일을 한다고 했는데,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일을 하죠?
A.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기본으로 일을 합니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이 아침 7시 출근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건축 일이 많이 줄어들어 일찍 끝나는 경우도 많고요. 일하시는 분들도 일이 없다고 한숨을 쉬시곤 해요.

Q. 일 할 때 힘든 점은 없나요? 공사장 노동이 무척 고되다고 들었습니다.
A. 제가 다른 직종의 일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공사장 노동이 TV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주변에 있는 분들도 드라마에서 본 모습과 비교해서 많이들 물어보시곤 하는데,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거든요.

Q. TV에서 나오는 모습이 많이 과장됐다는 말씀이신가요?
A. 예 그렇습니다. TV에 나오는 공사장 현장의 모습을 보면 벽돌이나 흙을 가득 담아서 1층부터 짊어지고 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론 그렇지가 않아요. 크레인으로 각종 자재들을 들어올려 일하는 층에 떨어트려주면 그 자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레미콘이나 크레인 등 많은 기계들이 사람 일을 대신한다고 보면 됩니다. 덕분에 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생기지가 않고요. 각 팀별로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하는데, 저희 팀에서는 기계를 잘 쓰진 않습니다.

Q. 팀이라고요? 팀으로 짜여져서 일을 하는군요?
A. 저는 현재 전기 팀에 소속돼있습니다. 설비, 철근, 목수 팀으로 나뉘어서 작업을 합니다. 한 팀에 보통 5~15명 내외로 짜여져 있어요. 저희 팀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5명이 일을 합니다. 목수 팀의 경우에는 중국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 쪽은 기술도 필요하고 몸 쓰는 일도 저희보다는 많다고 들었습니다.

Q. 중국인 분들이 많이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그 분들이 대우를 덜 받거나 하지는 않나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그 분들은 저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있어요. 다른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 심하다고는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 공사장 노동에서는 보유 기술대로 임금대우를 하는 것 같아요. 목수 분들이나 설비 분들은 측량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기술자들에게 대우를 많이 합니다. 반면에 저희 팀은 단순 반복 노동이 많아서 돈을 많이 받지는 못합니다.

Q. 보통 ‘공사장 노동’이라고 하면 사회의 편견이 많을텐데, 느껴 보신 적은 있나요?
A. 저는 현재 장기간 노동을 생각하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과가 전기설비 과라서 졸업 후에 공사장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겠죠. 저는 공사장 노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편인데, 주변의 시각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친척 어른들을 만나도 안 좋은 말씀을 많이들 하시는 편입니다. 전에 한번은 소개팅 기회가 있었는데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표정이 많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들로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공사장 노동을 건축의 한 분야라고 생각 하는 것이 아니라, 막노동이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건물이 제대로 올라가려면 노동력만이 아니라 정확한 측정이 필요해요. 단순히 몸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술도 필요하고 머리도 많이 써야하기 때문이죠.

Q.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A.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고 처음에 일을 배울 때에 엄청나게 혼났던 기억이 많아요. 한 번은 제가 장갑을 안 끼고 일을 하려고 했다가 반장님께 욕을 먹었었죠. 또, 일을 제대로 못할 때 혼납니다. 아무래도 제가 자신들이 수십 년 했던 것만큼의 실력이 안되니까 답답해서 호통을 치는 것 같아요. 욕 먹을 때면 ‘왜 이렇게 혼나고 있어야 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마다 ‘공사현장은 위험하니까 주의를 주는 것이다.’ 라고 스스로 되뇌이곤 해요. 하루에도 몇 번 씩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이고 주변에 위험한 물건들이 많아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어요. 점심에 막걸리 한 잔 하는 거 정도?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많은 대학생들이 시급 많이 주고 쉬운 일을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카페 아르바이트니 식당 아르바이트니 열심히 찾는데, 아직까지 공사장 노동에 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주변에 같이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고는 있는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대학생들의 시선이 이러니 해외에서 노동력을 끌어다가 쓸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