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에 있었던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을 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들의 투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이미 미디어나 언론에 수십 번씩 언급되고 노출된 ‘이슈’는 어떤 말도 놀랍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혹은 형편없이 낮은 임금과 식대에 대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 청소노동자 투쟁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건 아닐까. ‘20대인 내가 청소노동자 투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진 않을까. <고함20>의 청소노동자 기획기사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는 기사를 쓴 고함20의 구성원들의 물음과도 맞닿아 있다.  -편집자 주 


영화 <Bread and Roses>의 한 장면


청소노동자가 받는 부당한 대우와 삶의 애환, 그리고 노동조합을 통해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하는 샘은 말한다. "우리는 빵뿐만 아니라 장미도 원한다(We want bread. But we want roses too)"라고. 사실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사람은 영화 속 청소노동자만이 아니다. 한국의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지금, 바로 우리 주위에서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고함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속 청소노동자의 투쟁과 한국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는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청소노동자와 대학생의 연대다. 그동안 열약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새벽부터 출발해 대학교의 모든 불이 꺼질 때까지 청소하는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유령'이자 '투명인간'이었다. 이 유령의 손을 학생들이 잡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초 학내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가 있었다. 조사보고서에서는 청소노동자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으며,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더불어 관리자의 폭언과 성희롱, 휴게실 문제와 식사 문제 등 기본적인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청소노동자 문제에 연대하고 있는 학생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은 이런 적나라한 내용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청소노동자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연대는 문제 해결에 실마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8년 연세대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체납문제를 지적하며 8개월간 청소노동자와 연대하여 활동했다. 그 결과, 대학은 문제를 외면하는 기존의 태도를 벗어나 체불임금 반환에 협의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최근에는 홍익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생들이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서명운동과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연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작년 인천대의 경우에는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하자, 인천대 총학생회는 물론 일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이틀 만에 무려 5,400여 명의 학생이 서명했다. 올해 충남대에서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에는 4,000여 명의 학생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그 결과 충남대는 당시 해고된 청소노동자 2명을 복직시키고, 청소노동자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학생들의 연대가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학생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청소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는 무관심이 아니라, 비아냥과 폭력으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 2007년 울산과학대에서 있었던 청소노동자 시위에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체육복을 입고 ‘구사대(救社隊)’ 노릇을 하며 청소노동자들의 시위와 집회를 억눌렀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를 겨냥해 ‘내 돈 내고 다니는 학교, 시끄러운 집회 막을 권리 있다’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한국에 가져온 홍세화 <말과활> 편집장은 청소노동자 문제를 다룬 책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의 추천사에서 "청소노동자들이나 우리 주위의 수많은 비정규직이 처한 부당한 현실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것뿐이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과 의지를 지녔음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학생들의 연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의 연대가 지금보다 많은 학생과 함께 하도록 더 넓게 퍼져야 한다. 또 대학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지속 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대학 청소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대하는 학생들의 의지는 어떻게 더 많은 학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공유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대학 청소노동자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