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이 불법행위에 동참하는 근거로 이용되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내보내는 경고 방송 “지금 여러분들은 불법시위를 하고 있습니다.”가 연상되는 말이다. 과연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역시나 경찰이 한 말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성신여대 학생활동지도위원회가 학생들에게 전달한 공지사항이다. 공지를 게재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보내기까지 했다. 다른 공지들보다 유달리 중요하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교원채용과정에 개입하여 지인들을 특별 채용한 것을 비롯해 숱한 비리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성신 퍼블리카는 이번 2학기 개강호에 심화진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 3개를 담았다. 각각 <심화진 총장의 성신월드>, <두 이사의 변심으로 총장 직위해제안 부결>, <성신여대 학내 분규 사태 총정리>라는 제목의 기사다. 현재, 이 기사들은 성신퍼블리카 블로그
에서 삭제됐다. 성신여대 측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 기사들에 대해 권리침해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처사다. 성신 퍼블리카는 성신여대 학생들이 만든 비영리 독립 언론이다. 학생들이 자비까지 들여가며 독립 언론을 만든 취지는 자유롭게 학내 문제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취지에 따라, 다른 학내 언론들은 말하지 못했던 심화진 총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그런데 성신여대 측은 성신 퍼블리카가 “이사회 보고서에 포함된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교내외에 무차별적으로 불법유포”했다고 비난했다. 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명예훼손, 불법행위, 허위사실유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성신여대 측이 말하는 명예란 도대체 무엇인가? 비리 의혹을 꽁꽁 싸매고 숨기는 것은 학교의 명예와는 거리가 멀다. 비리가 실재한다면 더욱 깊숙이 파헤쳐 뿌리째 뽑아내고, 비리가 없다면 모든 비리 의혹을 일목요연하게 반박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이다. 듣기 불편한 소리라며 입을 틀어막으려는 성신여대 측은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진정으로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학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부터 그만둬야 한다.

성신여대 측의 무시무시한 공지는 “학생 여러분께서는 학생 본연의 학업에 충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대학을 학교 당국의 전유물로 여기는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말이다. 학생은 대학 구성원 중 하나다. 결코 대학 강의를 듣기만 하는 수강생이 아니다. 대학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다. 그럼에도 성신여대 측은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 비리 의혹의 당사자가 애꿎은 학생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