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정원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이하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 77명을 상대로 초과 배상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초과 배상금은 1심 당시 가집행한 배상금 중 대법원에서 확정된 배상금을 제외한 금액과 그에 대한 이자를 합한 251억원이다.
2007년 법원이 인혁당 사건 사형수 8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후,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유족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1‧2‧3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1심 판결이 난 2009년 피해자들이 가집행을 신청하자, 정부는 배상금의 3분의 2인 490억원을 미리 지급했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이 배상금을 279억원으로 다시 확정하면서 211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차액은 1‧2심의 재판부와 대법원이 배상금에 대한 이자 산정 기준을 다르게 잡으면서 생겨났다. 다시 말해 지연손해금의 산정 시기, 언제부터 배상금을 지급했어야 했는가에 대해 재판부와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인혁당 사건 확정판결이 난 1975년 4월 9일’부터 지연이자 5%를 지급하라고 하였으나,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부터 지연이자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애초에 정부든 검찰이든 인혁당 사건이 발생한 시점 자체를 국가 범죄의 시작으로 전제했기에 1심 이후 보상금의 3분의 2를 미리 지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잉배상의 문제를 우려해 1‧2심의 이자 산정 기준을 재심하고 판례를 뒤집었다. 이자 산정 기준 사이에는 35년에 가까운 차이가 생겨나 그 배상금의 차액 역시 211억 원에 달하게 되었으며, 이는 피해자들이 받은 보상금의 62%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초과 배상금에 더불어 가지급한 날부터의 이자를 더한 금액까지 청구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의 5%의 이자는 물론, 국정원에서 발송한 소장을 접수한 날 이후부터는 20%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자진해 보상금을 반납할 때까지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자놀음을 하겠다는 의미다. 새벽녘에 사형이 집행되면서부터 남겨진 유족들이 평생 어려움 속에 살았어도, 그들을 향한 국가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보상금을 4.9 평화통일법인재단을 설립하면서, 혹은 신세를 진 이들에게 빚을 갚거나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하면서 사용했다. 국가 폭력으로 송두리째 망가진 인생을 되돌리느라, 현재 초과 보상금을 되돌려줄 처지가 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돈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손해배상으로 도닥여지나 했더니, 여전히 인혁당 사건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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