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멘토가 알고 보니 사기꾼? <스펙보다 열정이다>의 저자 김원기(29)씨의 얘기다. 김원기씨는 자신이 연세대학교 MBA에 다니던 중에 삼성 SDS에 특별채용으로 입사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며 청년 멘토를 자임했다. <스펙보다 열정이다>의 저자 소개에는 물론이고, 네이버 프로필 정보에도 자신의 학력과 경력을 자랑스럽게 기입했다. 그리곤 청년 멘토라는 지위를 활용해서 책을 홍보하고, 전국의 청년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다녔다.

김원기 씨의 학력과 경력은 놀랍게도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올해 8월 초에 거짓말이 들통 나며, 그가 사기꾼 청년 멘토였음이 만천하에 밝혀진다. <스펙보다 열정이다>가 출간된 지 1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김원기 씨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편입생이었고 삼성 SDS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원기 씨는 그제야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했다. 파문이 커지자 출판사에선 <스펙보다 열정이다>를 절판시켰고, 연세대 측은 김원기 씨를 제적시켰다. 당시에 김원기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었다.



사기꾼 청년 멘토는 2달 만에 자숙의 시간을 마치고 귀환한다. 이번엔 벤처기업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들고 왔다. 자신이 만든 벤처기업인 ONEKITOWN의 대표이니 분명히 거짓말은 아니다. 한 번 사기를 쳤다고 해서 사업을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ONEKITOWN이 한다는 일이, 청년들로 하여금 비전과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점이다. 김원기 씨는 거짓말로 청년 멘토가 되어, 청년들을 대상으로 책을 팔고 강연을 하며 수입을 얻었던 사람이다. 청년들에게 도대체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건지 가늠할 수가 없다. 학력과 경력을 뻔뻔하게 바꿔 말하고 다니는 팁이라도 알려주려고 하는 건가?

또다시 청년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돈을 벌려는 수작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ONEKITOWN에서 주최하는 ‘꿈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의 모임(꿈청모)’에선, 청년들이 미래의 꿈과 비전을 나누며 힐링 타임을 갖는다고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열정, 의욕, 자존감 등을 고취한다는 취지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지겹도록 요구해 왔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자기계발담론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얘기들이다. 단지 얘기를 하는 주체가 기성세대에서 같은 또래의 청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허황된 열정팔이로 청년들을 현혹하는 짓은 제발 그만둬라. 게다가 함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이란 사람이 앞잡이 노릇을 하니 더욱 분노가 솟구친다.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서서 자기 혼자라도 잘 살아보겠다는 건가?

불과 2달 전에만 해도 김원기 씨를 사기꾼이라고 비판하던 언론 중 몇 군데에서, 그를 긍정적으로 재조명하는 모습에 더욱 화가 난다. 심지어는 김원기 씨를 “꿋꿋하게 일어서서 재도약을 준비하는, 영락없는 20대의 패기가 넘치는 청년사업가”라며 극찬하기까지 한다.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열정, 패기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아니면 열정팔이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거들어주는 모습을 암암리에 권장하려는 것인가? 청년들에게 허황된 꿈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같은 청년이라는 분이 그 시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니 더욱 씁쓸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