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K대학에 다니는 박 씨(25세)는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학교 앞 중국집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밥을 먹고 계산을 위해 카드를 내미니, 10% 수수료가 더 붙은 결제 영수증이 돌아온 것이다. 영수증을 받고 가게 주인에게 항의를 해보니, 가게 벽 쪽 메뉴판 밑에 써 있는 ‘카드 결제 시 수수료 10%가 붙습니다.“라는 팻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메뉴판에 쓰여 있는 가격대로 돈을 받고, 카드 결제를 하면 10%가 추가된 금액을 받는다는 얘기다.
 
“황당하긴 하죠. 주변에 현금을 찾을 만한 곳이 없으니까 가격이 더 붙어도 카드로 계산하는 편이에요.”
입학 이후 해당 식당을 꾸준히 찾았다는 ‘단골’ 김 씨(25세)는 이 음식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현금을 찾을 은행이 없는 학교 앞 중국집의 위치적 특성 상, 김 씨를 포함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카드납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가 한 식당에 붙은 카드결제 안내사항.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김 씨(24세)는 점심시간만 되면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5분 거리에 있는 ATM기를 찾는다. 주로 찾는 식당이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귀찮긴 해도, 그 집 밥이 맛있어서 현금을 찾는 수고를 해요." 그가 찾은 식당 바로 옆에는 수수료 천 원이 넘는 ATM기가 설치돼 있었다. 카드를 받지 않으니, 처음 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수수료를 내고 현금을 찾아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식당들은 왜 카드를 받지 않고, 카드결제 시 10%의 추가 금액을 받는 것일까? 이유는 식당 카드 매출의 일부를 카드사가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의 가격을 더 내는 고객은 카드사가 가져가는 음식점의 카드수수료를 대신 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해결책은 없을까? 식당 주인들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에 대한 얘기를 하자 자신들도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며 하소연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 값을 인상하는 것인데, 음식 값을 함부로 올리면 다른 가게와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한다. “음식 값 올리면 우리야 편하고 좋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손님 줄어들고 학생들이 부담을 갖게 될 거 아냐. 그러니까 쉽게 못 올리는 거지.”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 역시 자주 가는 식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단 돈 5백 원이라도 가격이 오르는 것 보다는 현재 가격에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것이 낫다’며 현금 지참을 꼬박꼬박 해가고 있다.

사실 금융감독원 내에 신용카드 불법거래 감시센터에서는 신용카드 거부와 고객의 카드 수수료 대납을 막기 위한 신고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고절차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음식을 먹기 위한 학생들과 이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려는 음식점 주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