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을 향한 쓴소리, 언론유감 시즌2 !

수많은 언론들에서 날이면 날마다 다뤄지고 있는 20대, 청년, 대학생 관련 기사들. 20대를 주목하고 다그치고 때로는 힐난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2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20대를 요리하는 키보드 위의 손끝들을 20대의 손으로 처단합니다! 매주 20대, 청년, 대학생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왜 나쁜 것인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언론유감’ 연재입니다.


이번주 BAD 기사: [광화문에서/박중현]‘정규직-비정규직 틀’ 시간선택제로 깨자
http://news.donga.com/3/all/20131120/59009850/1

앞으로 몇 년간 수만 명의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일제(全日制)보다는 적지만 근무시간에 비례한 월급을 받고, 4대 보험 등 처우 면에서 전일제 정규직과 차이가 없는 일자리다.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의 대명사였던 기존 시간제 일자리와 전혀 다른 새로운 근로형태이다.

‘직장에만 전념하기’와 ‘전업주부로 살기’ 중 양자택일을 요구해온 한국사회에 ‘제3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은 시간선택제에 환호하고 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면 승진과 임금상승을 어느 정도 포기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승진, 임금에서 전일제와 차이가 커질 것”이란 주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짚지 못한 비판이다.

무엇보다 시간선택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한국 ‘엄마’들의 열정과 경쟁력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믿지만 말이다.


이번 주 언론유감이 다룰 기사는 정확히 20대에 관한 것이라 말하긴 힘들겠다. 그러나 직장을 갖고 있는 20대, 나아가 현재 가정을 꾸리고 있거나 조만간 가정을 꾸릴 20대, 심지어 갓 직장을 갖게 된 20대라면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기에 선정했다.

기사는 시간제 일자리가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직장에만 전념하기’와 ‘전업주부로 살기’ 중 양자택일을 요구해온 한국 사회에 시간제 일자리는 ‘제3의 길’이 될 것이라며 경력단절 여성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문이다. 우선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리고 안타깝다. 이 기사는 직장 혹은 육아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 ytn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아이를 가진 여성 직장인이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기까지 어떤 고민을 하는 지는 애써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나타난 바 있다. 엄마이니까 자신의 경력에 대한 욕심이 없으며 당연히 육아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없다. 여건만 충분히 마련된다면 여성들 역시 자신의 직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

일하고 싶은 여성들에게 직장 혹은 육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기사는 장벽을 걷어내기는커녕 ‘장벽이 있으니 개구멍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지나가기에 충분한지도 미심쩍은 개구멍을 말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미심쩍은 개구멍이라는 의구심은 11월 18일자 한겨레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1736.html)

이 기사가 더 괘씸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기사에 깔린 발상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면 승진과 임금상승을 어느 정도 포기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승진, 임금에서 전일제와 차이가 커질 것’이란 주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짚지 못한 비판이다.”

물론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애초에 육아와 직장의 병행을 할 수 없도록 한 사회이니 다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승진이나 임금상승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일테다. 그러나 이것은 배고픈 자에게 질 낮은 음식을 주며 ‘배고프니까 이걸로도 만족한다’는 식의 발상이 아닌가. 부조리한 사회를 고쳐나가려는 반성은 없이 승진과 임금상승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를 선심 쓰듯 던져주며 ‘이걸로 만족할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사회로 인해 상처 받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시간선택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한국 ‘엄마’들의 열정과 경쟁력이다.” 기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시간선택제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건 한국 엄마들의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오만한 기사는 마지막까지 시간제 일자리의 책임을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돌리고 있다. 조만간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맘이 될 날을 맞이할 20대 중 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는 구시대적이고 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