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을 향한 쓴소리, 언론유감!

수많은 언론들에서 날이면 날마다 다뤄지고 있는 20대, 청년, 대학생 관련 기사들. 20대를 주목하고 다그치고 때로는 힐난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2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20대를 요리하는 키보드 위의 손끝들을 20대의 손으로 처단합니다! 매주 20대, 청년, 대학생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좋고 어떤 기사가 나쁜지 알아보는 ‘언론유감’ 연재입니다.



이번주 BAD 기사: 소비트렌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제대로 알기(스포츠월드)

http://www.sportsworldi.com/Articles/LeisureLife/Article.asp?aid=20131110021788&OutUrl=naver

스포츠월드의 창간기념일인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다. 숫자 ‘11’이 빼빼로와 닮아 유래된 것으로, 대표적 ‘데이 마케팅’으로 꼽힌다. 연인에게 선물을 주는 밸런타인데이 및 화이트데이와 달리, 친구·직장동료에게도 빼빼로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됐다. 이것이 ‘빼빼로데이’의 주요 관전 포인트. 최민호 세븐일레븐 홍보팀 과장은 “‘빼빼로데이’는 연인뿐 아니라, 동료·친구·지인 등에게 가볍게 빼빼로를 선물할 수 있는 날로 자리잡아 구매층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며 “밸런타인·화이트데이는 여자만 또는 남자만 선물을 구입하는 날이지만 빼빼로데이는 남녀 모두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빼빼로데이’는 1996년 부산의 여중생들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여중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해져라’는 뜻으로 서로에게 빼빼로를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것. 하지만, 빼빼로의 제조사인 롯데제과가 제품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최근에는 우리 것을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가래떡 데이’로도 불리며 대중과 익숙한 날이 됐고, 이에 따른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한창이다.


매번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자니 상술에 넘어가는 기분이 들고, 또 모른 척 그냥 넘기자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올해 빼빼로 데이는 유독 상술이 더 심하다. 빼빼로 데이가 수능시험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어서 수능을 마친 10대 학생들을 겨냥한 광고가 눈에 띈다. 광고 속 빼빼로는 어느새 사랑과 우정을 전달하는 상징이 되었다. 빼빼로 데이 며칠 전부터 편의점이나 제과점 등에서는 빼빼로와 인형 등을 함께 포장한 기획 제품들을 준비하였다. 또한, 백화점에서는 빼빼로 데이를 기념하여 빼빼로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시계와 악세서리 등을 이벤트로 판매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은 소비자들이 빼빼로 데이 상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특히나 빼빼로 데이라고 일컬어 지는 11월 11일은 농민의 날인 동시에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따라서 언론은 소비자들이 빼빼로가 아닌 우리 농민과 지체장애인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를 위해서도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내 한 카드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빼빼로 데이를 포함한 각종 데이에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이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이러한 증가는 25.6%로 26~30세의 고객 군에서 두드러진다. 26~30세 고객 군의 경우 카드 사용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혀있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기념일은 열심히 챙기는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기념일이 포함된 달의 카드 사용액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수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를 포함한 데이 마케팅에 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바람직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는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민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사는 빼빼로 데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근원을 살펴보며, 빼빼로 데이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기념일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다른 기념일과 달리 연인뿐 아니라, 동료·친구·지인 등에게 가볍게 빼빼로를 선물할 수 있는 날'이라는 인터뷰의 내용은 빼빼로 데이가 마치 다른 데이와는 차별화 된 기념일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실 빼빼로 데이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 의미 없이 난무하는 각종 데이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빼빼로 데이를 상술이 아닌 기념일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는 올해 빼빼로 데이를 위한 편의점 업체의 전략이 실려있다. 이번 빼빼로 데이의 콘셉트를 나눔으로 정했다는 한 유통업체의 전략에 의문이 든다. 나눔을 하기 위해 빼빼로를 구매하라는 것인가? 저가 제품인 빼빼로 판매 금액의 1%를 적립하느니 차라리 빼빼로를 사먹을 돈을 기부하는 것이 낫겠다. 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는 이러한 의문을 더욱 증폭 시킨다. 고객의 특별한 날을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챙겨주는 효과라니. 마치 빼빼로를 판매하기 위한 상술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 양 그 본질을 탈바꿈하고 있다.

매년 11월 11일은 의미 없는 빼빼로를 주고받는 날이 아닌 농민과 지체장애인들을 생각해 볼 수 날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기사는 BAD 기사로 선정되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 '20대 취업이 힘들다.'라는 기사의 제목이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우리 사회는 곳곳이 힘든 일 투성이다. 그런 때일수록 소비자들의 마음이 흔들리기가 쉽다. 따라서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이 균형된 시각을 갖고 상술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올바른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