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깔끔하게 생긴 사람을 뽑게 되지. 손님들이 봤을 때도 답답해 보이지 않아야 하고.” 자영업자 A씨는 채용 시 구직자의 용모가 신경쓰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깔끔함의 기준에 대해 “외모수준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보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부터 기업 공채까지, 채용공고에 등장하는 ‘용모단정·외모단정’등의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1991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후, 사업장은 여성에게만 특별히 용모단정을 요구하는 차별적 모집광고를 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했다. 당시 여상 졸업반 학생들 사이에서 기업들의 ‘채용공고 기준'에 맞추기 위한 체중감량, 성형수술 붐이 일어 사회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키 160cm이상, 몸무게는 50kg 근처, 안경 착용금지"등 구체적 조건이 버젓이 명시되던 시대였다. 채용자들이 원하는 구직자의 인상은 이제 ‘용모단정'으로 압축되었다. 그것을 추측해 내는것은 지원자의 몫이다.

용모의 단정함은 서비스 업종 전반에서 요구된다. ‘무섭거나 더러워 보이는 모습’을 지양하고 고객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첫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커피전문점 등 요식업종의 경우에는 위생상 흘러내리지 않는 머리모양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있기 보다는 ‘용모단정’한 직원을 구한다는 문장이 전부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소정(21)씨는 "용모단정이라는 단어를 보면 외모, 분위기 등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보통 이야기하는 외모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 단어에 대해 문의했다. A사이트 관계자는 “용모단정이라는 단어는 외모에 관련된 설명이 아니라 ‘깔끔한 어떤 이미지’를 말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얼버무렸다. “기업에서 뽑는 기준이 틀릴수가 있기때문에… 법에 저촉되지는 않습니다.” B사이트 관계자는 "구인광고 등록을 할 때 저희쪽에서 그 기준을 정해두지는 않는다"며 기업에 문의를 해 볼 것을 권했다. 덧붙여 "단정해야 하는 호텔이나 음식점이나 지저분한 건 좀 그러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돌직구를 던지기로 했다. 일단 구인 사이트에 '용모단정'을 검색했다. 9천여건이 넘는 구인정보가 떴다. 텔레마케팅, 서빙, 화장품가게, 사무직, 빵집, 영화관, 안내데스크 등 사업장의 종류도 다양했다. 용모단정한 자를 ‘우대’한다는 공고문도 더러 보였다. 용모단정을 공고문에 정확히 명시한 기업 중 임의로 몇 군데를 선정해 용모단정의 기준을 문의했다. 답이 돌아온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용모단정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염색·장발, 수염 등에 관련된 기준을 언급하거나 "서비스업에서 손님이 느낄 수 있는 위화감, 위협감 이 있는 외모만 아니면 된다"는 대답을 하는 곳도 있었다. “기본 이상의 단정한 모습이어야 한다”등 애매한 답변부터 "성실하고 근면하면 된다"같이 용모와 관련없는 답변을 한 곳도 있었다. 공통점은 언급된 기준들이 개인에 의해 판단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채용자의 주관으로 용모를 따지는 것은 이미 구직시장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용모단정하고 성실함"은 늘 '세트'로 등장했다. 단정하고 깔끔한 사람이 성실하고, 일도 잘할 것이라는 인식이 보였다. 외적인 모습은 어떻게 '성실', '꾸준함', '가족같은 친근함', '상냥함' 등의 이미지로 연결될까?

어떤 외모가 일을 할 수 있는 기준에 충족 됩니까?

아예 '미모가 뛰어난', '예쁜', '잘생긴' 구직자를 찾는다는 공고도 많았다. 직접적으로 외모에 대한 형용을 한 채용자들은 구체적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기 보다는, 최소 조건을 이야기 했다. “외모는 봤을때 단정하시면 되구요, 남자 키 177이상 여자는 165정도입니다” 혹은 “뚱뚱하지만 않으면 된다”, “비호감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거나, 경력여부와 나이 등 용모단정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채용자도 있었다. 그리고 더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용모단정에 특정 기준이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 많은 구직자들이 용모단정은 머리 모양과 옷 상태 등의 '청결함'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또 “잘 웃는 얼굴이면 된다", “보는사람 기준에 따라 다르다”라고 용모 기준의 모호성을 인정한 곳부터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중요하지 않느냐", “웃는 인상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 며 구직자에게 오히려 되묻는 곳도 있었다.

 

옷매무새와 머리모양의 차원이다 vs 결국은 '외모수준' 따진다는 얘기다

결국 채용자가 말하는 용모단정은 깔끔함, 정돈된 외모 등 자의적으로 판단될 여지가 강한 '이미지'로 요약된다. 객관화될 수 없는 조건들이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당락'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옷매무새나 머리 길이, 색깔 등을 확인하는 것 뿐"이라는 채용자들과는 다소 의견차가 있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K씨(24)는 “매장에 두 명의 면접자가 온 적 있다. 그 때 직원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면접자의 옷차림을 살폈다"며 결국 용모단정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씨는 빵가게 면접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화장 안하고 갔을때는 아르바이트를 이미 구했다고 했는데, 화장하고 다시 갔더니 언제부터 일할 수 있냐고 말하더라"며 외모에 얽힌 면접 경험을 털어놨다.

일식집에서 몇년 간 일한 J씨는 "서비스 업종은 얼굴을 안 볼수는 없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 역시 채용자들의 답변과 비슷하게 예쁜 얼굴 보다는 ‘깔끔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한 느낌이죠. 살이나 피부도 기준이 될 수 있어요. 피부가 지저분하거나 살이 있다면 좀 그럴것 같아요." 그는 용모단정이라는 말에 결국 평균적 외모가 포함된다고 보았다.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서비스업에 있어서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Y씨는 “용모단정이라는 단어를 보면 ‘예뻐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 "막상 물어보면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채용 후 지속적으로 화장이나 안경 착용에 대해 간섭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용모단정'이라는 단어의 이중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