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깃발이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 펄럭였다. 깃발 밑에는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의 사연이 자리했다. 10여 개의 피켓과 대자보는 한군데 모여 차디찬 바람을 이겨냈다. 이윽고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피켓과 대자보에 꾹꾹 눌러 담은,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연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이 전국으로 뻗어 간다. ‘안녕들’ 모임은 ‘안녕들하십니까 전국 나들이’ 행사를 12월 26일~27일,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 26일에는 광주, 27일에는 대전, 창원, 부산에서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고려대학교에서 시작되어 서울 곳곳으로 퍼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외침을 지역까지 확장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광주, 대전, 창원, 부산을 방문하고, 추후에 다른 지역으로도 나들이를 갈 예정이다. 광주, 창원, 부산은 페이스북에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가 개설된 지역이다. 서울의 ‘안녕들’과 각 지역의 ‘안녕들’ 모임이 함께 전국 나들이 행사를 진행했다. 대전은 철도의 중심지이며, 코레일 본사가 있다는 점 때문에 1차 전국 나들이 행사 지역으로 선택됐다. 대전 나들이 행사에는 대전청춘연구소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전 나들이’ 행사는 27일 오후 5시 즈음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펼쳐졌다.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의 성토대회가 열렸고, 대전 시민들의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담은 포스트잇이 모였다.


대자보를 썼다고 밝힌 한 고등학생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학생이라고 방관만 하고 있다가는 꿈꾸는 미래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우리는 항상 순응해야 하고, 순응하지 않으면 말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말을 더 하고 싶다, 그리고 안녕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본 고려대 조명아씨는 “안녕하지 못한 이유가 너무 많다. 친구들이 학점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영어 점수도 높은데 취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철도 민영화는 요금 폭탄을 야기한다”며 수서발 KTX 법인 설립 반대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행사 도중에는 자진 해산하라는 경찰 측의 요구가 계속됐다.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성토대회는 20여 분 만에 마무리됐고, 행사는 피켓과 대자보를 들고 1인 시위 형태로 바뀌어 진행됐다.


행사 참가자들은 철도노조원과 함께한 저녁 식사 후에,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반대 촛불 문화제에도 참가했다. 자유발언 시간에 고려대 조명아씨와 여고생 두 명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한 여고생은 발언 도중에 울먹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계시다”고 말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전 나들이’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방원경씨는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하는 걸 뉴스를 통해 지켜보며, 더 이상 외면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SNS에서 화제가 된 대자보를 썼던 서대전여고 이민지 학생도 이날 행사에 동참했다. 이민지 학생은 “철도노조분들을 직접 뵈니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하고 힘들다는 게 와닿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