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뒤 떠오른 화두는 파업의 합법성 여부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수시로 수서발 KTX는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답변을 앵무새같이 반복한다. 따라서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한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말한다.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수천 명을 직위해제한 10일에 이어, 현재까지 7,843명이 직위해제 됐다. “파업 관행 반드시 근절할 것”이라던 서승환 장관이 내놓은 현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다. 
 

ⓒ민중의소리


노동3권의 일환인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는 대법원 판례로 제한을 받고 있다. 2001년 대법원은 ‘정당한 파업의 목적’을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동3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헌법33조 등은 노동자가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파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파업은 정당한 파업이 아니라 불법 파업이 되는 ‘법적 근거’다. 대법원은 같은 맥락으로 2009년 금속노조가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때문에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인가, 라는 물음의 답을 위해서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그것이 철도노조의 노동환경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철도노조는 2013년도 현안을 두고 철도공사 측과 협의가 결렬되고 난 이후 파업을 결정했다. 2013년 현안은 임금인상만이 아니다. 통상임금과 직위해제로 인한 불이익해소 등 다양하다. 특히 철도노조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수서발 KTX 분리 법인을 설립하려는 철도공사의 계획이었다.

수서발 KTX의 민영화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철도노조의 파업의 합불합 여부를 포함한 문제의 전체를 관통한다. 철도노조의 파업 목적은 노조원들의 노동환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철도노조는 올 한해 동안 철도공사 측이 해당 문제의 대답을 회피해왔고, 교섭이 반복적으로 결렬되었음을 바탕으로 현안해결과 KTX 민영화 반대를 위한 파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철도공사의 지분을 양분하는 정부와 코레일은 KTX 민영화는 없으며, KTX에 대한 철도공사의 정책은 철도노조의 노동환경과 무관하다는 ‘말’을 근거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이미 규정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은 철도공사가 수서발 KTX의 법인 설립을 의결한 것에서 기인한다.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경쟁업체에 넘겨, 기존의 KTX 구간과 '경쟁'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 도입하려는 운영체제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의 도입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1일 현오석 부총리는 "KTX 법인은 코레일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공공기관이 보유하도록 하고, 이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한 데에 이어,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국민동의가 없는 철도 민영화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담화문 역시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철도 민영화 문제의 핵심은 철도와 열차의 소유권이 아니라 운영권에 있다. 자회사인 코레일이나 수서발 KTX의 소유주식을 정부가 소유하더라도, 독립적인 운영법인을 신설하여 민간에 이를 개방하는 것은 명백한 민영화다. 현재 지하철 9호선의 소유주는 한국의 건설업체이지만, 운영권은 독립법인을 통해 다국적기업인 베올리아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서발 KTX의 법인설립은 대규모 철도 민영화의 시작이다. '경쟁체제의 도입', '파이의 추가', '이익의 확대', '국민의 편리'와 같은 수사는 철도 민영화를 포장하는 꽃무늬 포장지에 불과하다.

철도 민영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철도 민영화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영국은 1993년 철도민영화법을 제정하고 1997년 공식적으로 철도 민영화를 실시했다. 철도 민영화에 참여한 기업은 철도 운영의 질적 개선이 아닌,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이익을 경쟁했다. 이익을 경쟁하는 동안 민간 업체들은 자동 열차보호장치나 신호 시설 등의 시설물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선로 균열은 방치했다. 왜? 그들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부가적인 지출'을 감내하면서 민간 기업은 철도를 운영할 의사가 없었다. 잦은 고장과 사고, 희생자는 경쟁의 결과였다. 

아르헨티나 역시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가다. 1991년 아르헨티나 정부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철도 운영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면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 등 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적자 노선의 운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예상은 적중했다. 적자 노선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어떻게? 철도 운영에 참여한 민간업체는 적자 노선을 방치했고, 아르헨티나 전체 철도의 70%는 소멸했다. 잦은 사고와 희생자 발생은 적자 문제 해결의 '덤'이었다. 결국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철도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 도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철도를 다시 국유화했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철도는 대규모 사고가 최근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데칼코마니 같은 철도 민영화의 위의 두 사례는 바로 지금 옆에서 벌어진 일인데. 한국만은 옆을 보지 못하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정부는 철도와 열차의 소유는 정부가 소유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아르헨티나 역시 철도와 열차는 국가가 소유한 채 운영권만 분리·개방했었다. 운영권을 민간에 개방해서 얻은, 간과할 수 없는 결과는 철도 노동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해고와 죽음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철도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기 전, 10만 명에 육박하던 철도 노동자는, 2만 명으로 급감했다. 민영화된 사업은 으레 노동자들을 가지고 수익을 따지고, 효율화를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해왔다.

경쟁이라는 미명아래 철도 운영을 민간 업체에 개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철도 민영화다. 박흥수 철도기관사는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철도 운영은 KTX에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나머지 전체 노선의 적자를 해결하면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수서발 KTX가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면, 기존 KTX의 수익은 감소할 것이고 이는 기존 노선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적자 노선의 운영 차질 역시 '민간 개방'을 통한 '경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자 노선의 문제를 사기업이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에 한정되어 있었다. 

결국 철도 민영화의 결과, 민간 기업은 어떻게 해서라도 단돈 1원의 이익을 더 취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 그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국민은 더 많은 돈을 운임 요금으로 지불해야 하고, 철도 노동자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개방하고 무한 경쟁을 도입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가 내놓은 해결책은 기업의 이익 증식을 위해 요금의 끝없는 경쟁을 부추기며, 노동자를 마음껏 정리해고 할 수 있는 자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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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의 합법성은 법원에서 판결할 것이다. 하지만 법적인 판결과 무관하게 철도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 철도 민영화라는 신자유주의식 해결책이 그들의 노동권을 자유롭게 유린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은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는 당연한 권리이다. 반대로 정부의 신자유주의식 해결책은 정당한가. 철도 민영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인 전례, 현재진행중인 사례에서 두루 드러났다.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심에 대한 답을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노동자의 대규모 직위해제로 보여주는 것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미래를 노동자에게 ‘맛보기’ ‘속성과외’로 예습시키려는 정부의 배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