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ews24


또 ‘부주의’ 타령이다. 방송에서 일베 합성사진이 또 보도자료로 쓰였다. 어제 (18일) MBC <기분좋은날>의 ‘발병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생활 속 희귀암’이라는 주제의 방송 중 1995년 희귀암으로 사망한 화가 '밥 로스'의 사례가 언급되었다. 그리고 방송은 밥 로스의 얼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을 내보냈다. 일간베스트(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의도로 만든 합성사진을 ‘참고자료’로 내보낸 것이다.


비슷한 일은 지난 8월 20일 SBS 뉴스에서도 있었다. SBS <8시뉴스>는 ‘특파원 현장’ 코너에서 일본 수산물 방사능 공포에 관한 기획을 다루면서 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코알라 사진을 합성한 사진이 입혀진 그래픽 자료를 그대로 내보낸 바 있다. 10월 1일에는 SBS ‘스포츠뉴스’ 중 고려대와 연세대의 ‘2013 정기 고연전’ 농구 경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배경 사진에 일베가 합성한 연세대 로고 이미지가 사용되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제작진이 대처하는 방식은 한결같았다. 경위조사와 당사자의 사과문을 게재하는 대신 ‘부주의’했다는 말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해당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고치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이쯤 되면 부주의가 아닌 無주의다. 대표적인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구글에 ‘밥 로스’ 를 검색해 (기분좋은날 방송 이전 기준) 관련 사진을 찾아보면, 네이버는 111페이지 중 단 한 건도 노 전 대통령과 밥로스의 합성 사진이 나오지 않으며, 구글 또한 전체 검색 결과 중  166번 째 정도에야 합성 사진이 하나 나온다. 검색 첫 페이지에 나오는 ‘밥 로스’ 사진을 쓰는 대신 ‘더 좋은 보도자료를 찾기 위해’ 찾기 힘든 합성 사진을 선택한 제작진의 노력을 가상하게 봐야 하는지 혼동될 지경이다.

실수는 노력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 부주의와 실수라는 핑계로 논란을 무마시킬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언제까지 ‘無주의’(注意)한 방송을 그대로 내보낼 것인지 묻고 싶다. ‘무주의’한 방송은 無의미한 논란만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