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날을 총장실 앞에서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편입학 제도 개정에 반대하며 기말고사를 거부했다. 반대 의견을 담은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붙이고, 공청회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철거하고, 공청회 참석 요청을 무시하며 편입학 제도 개정을 밀어붙였다.

결국, 대전대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12월 19일부터 총장실 앞 점거라는 강수를 뒀다.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하며, 3교대로 매일 밤 까지 새면서 총장실 앞을 지키고 있다. 학교 측 또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징계위원회에 학생 10여 명이 소집됐고, 편입학 제도 개정 반대를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적시키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대전대 한의과대학의 한 학생을 만나, 갈수록 갈등이 커지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전대 한의과대학 건물 안. 학교 측에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긴 플래카드,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Q. 학교 측의 편입학 제도 개정 시도는 언제 시작된 건가?

올해 초부터 편입학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개정된 편입학 제도에 대한 공청회는 2학기에 열렸다.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개정안이었기 때문에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컸다. 공청회 이후에 한의과대학 교수님 2분, 한의과대학 학생 5명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학생으로는 한의과대학 학생회장과 정책국장, 그리고 일반 학생 3명이 대표로 참여했다. 그러나 협의체에서 학생들은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다. 협의체에서 최종안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편입학 제도 개정을 1989년에 체결된 확약서에 의거하여 진행한다는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최종안에 찬성한 학생회장을 탄핵했고, 투표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Q. 1989년에 체결된 확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한의과대학 학사편입은 재단이나 학교에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고 한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학생회 의견에 따라 학생총회 의결로 결정한다’는 약속이 1989년에 체결된 확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총장님도 도장을 찍은 확약서다. 확약서가 체결된 건 1989년에 발생했던 편입학 비리 때문이었다. 기부금을 내고 8명이 대전대 한의과대학에 편입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기사화되고, 문제가 커지자 학교 측에서 확약서를 통해 약속을 해줬던 것이다.

Q. 협의체 구성 인원에서 학생이 교수보다 많았다. 그런데 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 힘들었던 건가?

학생들의 의견을 내면, 교수님들은 그런 의견을 학교 측에선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 의견을 계속 낼 거라면, 차라리 협의체에서 나가라는 식이었다. 또한, 협의체를 깬 것에 대해선 학생들이 책임을 지라는 식이었다. 협의체가 깨지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거라 생각해서, 학생들은 협의체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 협의체를 깨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편입학 제도 개정 과정을 비판하는 여러 대자보도 붙었다.


Q. 학교 측은 편입학 제도를 개정하려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하는가?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편입학 제도 개정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학교 측에서는 편입학 제도에 문제를 계속 느껴왔던 것 같다. 학생들도 학교 측 설명회를 듣고, 편입학 제도의 문제에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일단 지원율이 낮다. 7명을 뽑는데 2명밖에 지원을 안 했더라. 학교에서는 정원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입학으로 한의과대학에 들어온 뒤 졸업을 하는 사람도 적다.

Q. 그런데도 편입학 제도 개정에 강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편입학 제도를 개정하는 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편입학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학교 측이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동의를 구하면 된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정을 진행했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기니깐 학생들이 분노한 것이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일이 계속되니 신뢰가 잘 안 간다. 2년 전에는 갑자기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꿨고, 작년에는 한의과대학 본과생들이 교양과목 신청을 못 하게 바꿨다.

Q. 한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가?

기말고사 거부, 총장실 앞 점거, 대자보와 플래카드 게시 등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본과 4학년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생이 활동에 참여한다. 은행동, 둔산동 등지에서 피켓 시위도 매일 하고 있다. 총장실 앞 점거의 경우, 3교대로 매일 밤도 새면서 이어가고 있다.


으능정이 거리에서 피켓 시위 중인 대전대 한의과대학 학생들.


Q. 기말고사를 거부했는데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성적은 어떻게 됐나?

12월 30일이 성적입력 마감일이었다. 그전까지 기말고사를 안 보면, 유급될 수 있다는 압박이 계속 있었다. 한의과대학에서는 유급이 되면, 그 학기를 다시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유급의 위험성을 불사하고 기말고사를 끝까지 거부했다. 중간고사는 봤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게는 나왔지만, 유급된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다. 40명 정도가 유급을 받았다.


Q.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은 어떤가?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을 무시하는 한편, 학생들을 와해시키려 한다. 학교 측에서 장문의 문자를 자주 보낸다. ‘비대위에서 일반 학생과 교수의 만남을 막고 있다’, ‘비대위가 총장실 앞에 학생들을 감금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몇몇 학생이 기말고사 거부를 그만두고, 재시험을 신청했다는 내용의 문자도 왔었다. 그러면서 기말고사 거부는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더라. 비대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는 제적될 거라는 협박도 왔다. 이런 식의 와해성 문자가 계속 온다. 총장실 앞 점거에 대해서도, 아무런 약속 없이 일단 점거를 그만두라고만 말한다.

학장님을 찾는 내용의 포스트잇.


Q. 와해성 문자에도 불구하고 피켓 시위, 총장실 앞 점거가 지속되고 있다.

‘학교가 이렇게 학생들을 무시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단결력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 총장실 앞 점거를 계속할지 투표를 한 적이 있는데, 252명 중 235명이 점거를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학생들을 와해시키려는 시도 때문에, 학생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학교 측에서는 비대위와 일반 학생의 의견이 다르다는 식으로 말한다. 비대위에서 학생들에게 편입학 제도 개정 반대를 강제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편입학 제도 개정에 반대하는 활동 참여 여부는 각 학생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절대 반대를 강제하지 않는다. 학교 측에선 비대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의 학생 의견을, 마치 일반 학생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말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보려 한다. 학생들도 학교 측과 계속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게 아니다. 해결이 안 됐기 때문이다. 원래는 학교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데 학교 측의 미동이 전혀 없으니, 이제는 외부의 도움도 받으려 한다. 여러 언론사에 이번 사태에 대해 알릴 것이다. 동시에 교수님들과 협의를 진행하려 한다.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Q. 최종적인 목표는 뭔가?

확약서의 절차를 따르는 것이 목표다. 개정된 편입학 제도 공고를 수정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협의를 해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