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알바는 장기알바와 달리 하루 단위로 모집하는 아르바이트를 지칭한다. 단기알바생은 주로 행사 스탭이나 엑스트라로 일하거나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대학생 한윤환(22)씨는 여러 종류의 단기알바 중에서 스탭으로 여러 행사를 뛰었다. 그는 겨울 내내 단기알바를 했다고 한다. 그에게 “단기알바의 달인이시네요.”라는 농담조의 인사를 건네자, “단기알바의 유경험자” 정도로만 불러달라며 수줍게 고개를 저었다. 
 
한윤환씨는 지난 2학기 휴학을 했다.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다 끊으셨다고 한다. 남은 건 자기 방과 집 뿐이었다.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생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단기알바를 선택했다.

Q. 왜 하필 단기알바였어요? 
장기알바는 귀찮아요(자유롭지 못해요). 제가 이미 어린이 축구교실을 장기알바로 하고 있기도 해요. 수업 한 번 하면 2만 원으로 다른 알바들에 비해 시급이 높긴 하지만 수업 자체가 적어서 많이 벌진 못해요.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하다가 요즘은 일주일에 세 번으로 늘어났지만 이걸로는 넉넉하게 쓰기 부족하죠. 
 
제 선택이 ‘단기알바’였던 이유는 또 있어요. 단기알바가 대개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에도 놀러 가고, 사람도 만나고 싶었어요. 집에서 밥벌레 소리도 안 듣고 싶었고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단기알바를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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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기알바로 무슨 일을 했어요?  
11월부터 따져보면 한 8개 정도 했어요. 첫 번째는 SK 본사 세미나 행사지원이었어요. 커피 타고, 무대 세팅하고. 박찬호 씨가 강연자로 와서 그분도 봤죠. 비록 강연은 못 듣고 밖에서 떨기만 했지만요. 다음은 코엑스 기업박람회 부스 지원이었어요. 사람들 안내해주는 일도 했죠. 아, 대통령도 왔다고 하더라고요. 있는 곳이 달라서 얼굴은 못 봤어요.
 
세 번째는 용산 물류센터였네요. 이틀 정도 했는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했어요. 나름 효심 좀 부렸죠. 다음 알바는 2박 3일 동안 했어요. 알바 장소가 집에서 멀어서 찜질방에서 잤거든요. 일급은 5만 5천 원이었고 찜질방이 7~8천 원 했어요. 찜질방비 빼면 얼마 안 남았지만 그 당시엔 돈이 정말 궁했어요.
 
다섯 번째 알바는 강남에서 했어요. 이건 꿀알바(꿀알바란 고생에 비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알바를 지칭한다)였어요. 파리바게뜨 전국 지점이 모이는 자리가 있는데, 그 행사를 준비하는 일이었어요. 10시부터 18시까지 주는 밥 먹고 따듯하게 앉아서 명찰만 준비해 줬어요. 정말 꿀이었어요.
 
던전앤파이터 행사도 갔네요. 그 게임에 새로운 캐릭터가 출시되는 자리였어요. 던전앤파이터 마니아들을 맞이하는 자리였죠. 제가 그 사람들을 인솔하는 일을 했어요. 마니아들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특이하게 꾸민 사람도 많고... 세상에 진짜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예인도 왔어요.
 
북한강도 가봤어요. SK 임원진이 연말 기념으로 북한강에서 남한강까지 마라톤을 했는데, 저는 분식차 타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먹는 부스를 설치했어요. 마라톤 참가한 어른들이 어리고 귀엽다면서 분식부스에 있는 떡볶이랑 순대를 나눠주기도 했어요. 알바 내내 먹기만 했죠. 나이가 어려서 좋은 점이 많았어요. 이건 야간수당까지 포함해서 10만 원 받았어요. 밤 9시에 강남에 모여서 한 시간 반 정도 북한강으로 이동하고, 한 시간 동안 밥 먹고, 진짜 행사는 12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게 끝났죠. 결과적으로 보면 이동시간이 더 길다고도 볼 수 있겠죠. 마지막엔 과학교실이었어요. 과학캠프 온 아이들을 인솔하는 일이었죠.
 
Q. 단기알바만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하진 않았나요?
단기알바랑 축구교실이랑 병행했기 때문에 나름 넉넉하게 먹고 살 만했지만 경제적 자립을 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Q. 단기알바 면접에서 떨어진 적은 없어요? 
몇 번 있죠. 그중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안내하는 알바였어요. 담당자께 전화했더니 "좋다" 그러는 거예요. 이때까진 분명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될 줄 알았죠. 그런데 사진이 필요하다면서 사진을 올리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진을 올렸더니 연락이 안 왔어요.
 
Q. 단기알바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알바하면서 만난 형이요. 아까 말했던 알바 소개해 주던 형님이에요. 그 형님이 항상 착하게 대해줬어요. 우리 고생한다면서. 세상이 험한 걸 알려고 알바를 한 이유도 있었는데 세상이 험한 것보다 오히려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Q. 단기알바 중에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콘서트 지원 알바였어요. 10시까지 오라 해서 왔는데, 그쪽에서 지원하고 안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바소개 사이트에 쓰여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뽑은 거예요. 담당자가 몇 명은 집에 가야 된다고 말했어요. 알바 하러 멀리까지 왔는데 어이가 없었죠. 근데 얼마 있다 보니깐 자진해서 가는 사람에게는 2만 원을 주겠대요. 그래서 자진해서 가고 그 돈으로 파마했어요.
 
Q. 최근 알바생 울리는 악덕 고용주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나오잖아요. 혹시 단기알바하면서 임금문제로 곤란했던 적은 없어요?
알바를 소개해줬던 형님들의 경우는, 단기알바 인력 파견업자가 아니라 행사 지원해주는 분들이라 소개 수수료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행사 진행하는 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알바를 쓰는 거죠.

그래도 굳이 트러블을 꼽아보자면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알바비를 빨리 달라고 보챘어요. 알바비가 제때 안 들어왔거든요. 단기알바를 한 이유 중 하나는 당일지급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때도 당연히 당일지급인 줄 알았어요. 그쪽에선 당일지급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깜박했다고 답해줬어요. 이젠 알바 소개도 안 들어오던데 그 일 때문인가 봐요. 그래도 악덕 고용주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Q. 단기 알바는 계속 하실 건가요? 
아니에요. 이젠 좀 길게 하는 알바를 해 보려고요.
 
Q. 그래도 알바는 계속 하는 거네요? 
네. 여전히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안 해주시거든요. 용돈은커녕 국물도 없어요. 군대 가기 전까진 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