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서 정치가 소외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정치에서 20대가 소외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확실히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정치는 20대에게 무관심하다. 20대 투표율이 세대별 순위에서 연거푸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과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20대를 위한 공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20대들은 스스로 투표를 독려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20대들은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며 정치판에 20대를 위한 의제를 올리려 한다. 그 노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투표를 독려하는 20대들.

  투표를 독려하는 20대의 대표주자는 20‘s party와 2U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20’s party는 ‘시장 후보 면접’이라는 독특한 행사를 진행했다.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은 시민에게 ‘선택 받는’ 존재이고, 따라서 시민들은 그들을 면접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명제이지만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20대의 발칙함으로 실현해 낸 것이다. 실제로 20‘s party는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와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를 잇따라 면접하였다. 20대가 주체로 유권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20대 대학생의 이유 있는 목소리’(이하 2U) 역시 20대의 집단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20대 학생들로 구성된 2U는 직접 학생들을 독려하며 투표율을 신장하고, 후보와 정당에게 20대를 위한 정책을 직접 기획 · 제안하는 활동을 한다. 20대를 위한 정책과 20대의 요구가 정치권에서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행동은 20대 이슈를 의제화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0대 유권자들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2U와 같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공약으로 다듬어 후보들과 정당에 제안하는 활동이 많았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의 경우 대학생들의 거주 문제에 관한 공약을 서울시에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20대는 그동안의 ‘정치에 무관심한, 목소리를 낼 줄 모르는’ 20대에서 적극적인 20대로 변모하고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20대들.

  아직 정치적 기반이 강하지 않은 20대 후보들은 광역과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집중 출마하였다. 우선 광역의원선거에는 5명의 20대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낙선. 부산광역시 금정구에서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출마한 전태욱씨와 경기도 용인시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김민정씨가 각각 37.54%, 35.74%의 지지를 받으며 2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의 결과였다.

 반면 기초의원선거에는 27명이 출마해 그중 8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를 채택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내는 소선구제와 달리 복수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1위를 하기 어려운 20대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3명, 경기에서 2명, 경북, 대전, 대구에서 각 1명씩 당선된 구의원 중 1위를 기록한 후보는 서울 서초구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한 김병민씨와 서울 강남구에서 역시 한나라당으로 출마한 김동현씨 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2~3위를 기록하고 당선되었다.

 20대 후보자들이 기초의원선거에서 선전한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전략공천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각 당은 여러 계층을 아우르는 인상을 주기 위해 정치계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여성, 20대 등을 당의 텃밭에 전략적으로 공천하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 서초지역, 민주당 텃밭인 경기 광명, 자유선진당의 텃밭인 대전 유성 지역에서 20대 후보자들이 당선된 것은 이러한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대 후보들은 총 32명이 최종적으로 후보로 등록, 그 중 8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올렸다. 평균 득표율은 15.81%를 기록하였으며, 한나라당에서 세 명, 민주당에서 두 명,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에서 각 한 명씩 당선자를 배출하였고, 무소속 후보는 한 명이었다.


 이처럼 많은 20대들이 20대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활동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단체의 투표 독려 운동이 있었으나 아직 20대의 투표율에 미진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20대를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질지는 역시 미지수이다. 20대 스스로가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기초의원과 비례대표에 국한된 모습을 보이는 한계가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직은 미진하지만 20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청년들의 힘은 역사의 줄기를 바꿀만큼 강력하였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 힘이 다시 깨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