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이 날이 되면 아침 일찍부터 피시방에서 대학생들을 볼 수 있다. 뚫어져라 모니터를 쳐다보기만 하고 미동조차 없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동시에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리고 누군가는 잠시 손을 멈추고 불안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멈췄던 누군가는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도 한다. 짧게는 일이십 분에서 길게는 한두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정신을 놓고 웃거나 욕을 하고, 또 누군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다.

이번 고함20 대학평가의 열일곱 번째 주제는 수강신청이다. 수강신청의 성패에 따라 한 학기의 수업이 좌우되기 때문에 듣고 싶은 과목을 들으려는 대학생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한다.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수강신청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인원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한다. 원하는 강의를 듣는데 실패하면 관심 없는 수업을 들어야하거나 심한 경우 최소 학점을 채우지 못해 휴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학교는 좀 더 효율적인 수강신청을 위해서 서버증설이나 장바구니제도, 순번대기제, 또는 학년 별로 수강신청날짜를 달리하거나 학번을 홀짝으로 나눠서 신청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이미 장바구니제도나 순번대기제, 수강신청 날짜 조정 등은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고 여전히 수강신청은 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학평가에서는 전산오류나 서버다운과 같이 예방이 가능했을 사건들을 모아봤다.

C/중앙대, 한남대

2월 11일, 중앙대 홀수 학번이 수강신청을 하는 날. 몇몇 학생들은 모니터에 뜬 새하얀 화면에 당황해야했다. 접속장애로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학교 측은 이번 오류의 원인을 '익스플로러 신버전에 대한 자동 패치 과정에서 생긴 서버다운'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새로운 버전이면 포탈에 접속할 때 자동 패치가 이루어지는데, 너무 많은 인원이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견디지 못한 것이다.

출처 : 중앙인



이후 중앙대 측은 "포탈의 e상담센터를 통해서 교무처에 연락하면 일대일로 최대한 돕겠다"고 전했다. 또 총학생회는 전산정보센터와 교무처 관계자들에게 설명과 구제책을 요구했다. 전산정보센터는 오류가 생긴 당일에 웹서버를 교체하고 상담신청 학생들에게 SMS를 보냈다.

한남대는 서버과부하를 막기 위해 적용한 시스템이 혼선을 빚어 오히려 학생들이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월 17일 4학년 수강신청일에 10시부터 1시간 동안 학교 내부의 컴퓨터로만 수강신청이 가능했다. 이에 대해서 한남대 신문사는 “본교에 유해한 아이피를 잡아내는 방화벽이 순식간에 많은 인원이 접속하다보니 외부 아이피를 모두 잡고 있었다”며 “외부 접속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바로 알지 못해 대처가 늦어졌다”고 한남대 시스템 운영팀의 말을 전했다.

한남대 홈페이지에는 수강신청에 대한 항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게시판에서 한 학생은 “4학년이 수강신청 마루타입니까?”라고 항의했고 또 다른 학생은 “전화했더니, 그럼 학교에서 하세요.”라고 답변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후 한남대는 18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올려 추정되는 오류의 원인을 설명하고 교양과목에 4학년 학생들에 한해 온라인 강좌 수용인원을 25% 증원하고 오프라인 강좌도 최대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D/가톨릭대

마찬가지로 과부하로 인한 서버폭주였다. 문제는 4학년 수강신청일인 2월 4일에 발생했다. 오류도 오류지만 학생들은 이후 사과 한마디 없는 학교 측에 더 분개했다. 서버 복구를 위해 9시였던 수강신청은 11시로 미루어졌고 학생들은 2시간을 더 기다려서 접속했지만 또다시 오류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원래 10시부터 가능했던 시간표 출력 시간을 수정하지 않아서 서버에 무리가 간 것이다.

가톨릭대 커뮤니티인 가대인에는 수강신청에 대해 항의하는 글이 4페이지에 걸쳐서 올라왔다. 서버 오류에 대한 항의 외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갑질’, ‘양해가 아니라 사과를 했으면 좋겠는데’ 등의 사과 한마디 없는 학교의 뻔뻔한 문자 공지에 대한 항의가 많았다. 또 전혀 수강신청과 상관이 없는 졸업예정자와 휴학예정자에게까지 문자를 발송해 불만을 샀다.



F/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외대 글로벌캠퍼스의 경우는 황당하다. 학년별로 할당되었어야 할 수강생 배정인원이 2월 3일 4학년 수강신청 날에 전부 열려버렸다. 결과적으로 4학년이 전 학년의 TO를 가져가 2,3학년은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가 속출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전 학년 수강신청일인 금요일에 증원을 해준다고 공지했지만 같은 학년끼리의 수강신청도 어려운 상황에서 전 학년과의 경쟁은 학생들을 달래지 못했다.

전화를 통해 학교 측에 이번 오류에 대한 원인를 물었지만 “학년별 정원은 각 과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과에서 각자 회의를 해서 분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공지나 사과문을 올렸냐는 질문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크지 않았”고 “인원을 관리하는 것은 과”라는 대답을 반복했다.

B+/숙명여대

이 와중에 숙명여대는 수강신청을 선착순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 시행하고 있다. 숙명여대의 경우에는 1차 수강신청에서 신청인원이 수용인원을 넘어서면 학년, 직전학기 이수학점, 직전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해서 탈락자를 결정한다. 또 그 이후 개강전과 개강 1주차에 정정기간을 가진다.

선착순이 아닌 수강신청에 대해서 김인영(가명 24)씨는 “(선착순 보다)편하기는 하지만 순위 밖으로 밀려나 떨어지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성적이 떨어지면 후폭풍이 다음 학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수강신청 대란은 매년 되풀이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대학은 수강신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지만 사실 대부분은 대학의 편의를 위한 제도에 가깝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용인원이 신청인원보다 적고 학생 1인당 교수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정 학생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수백만원을 내고 학교를 다니면서 수강신청을 오로지 운에 맡겨야 한다는 것도 그다지 합리적이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