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오는 개강 소식과 함께 등록금 납부의 문자 또한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등록금’은 학생들이 대학교에 다니기 위한 필연적인 요소인 동시에 끊임없는 고민의 대상이다. 도대체 등록금을 책정하는 건 누구인지. 미지의 대상에 대해 원망을 읊조렸던 학생도 있을 것이다. 
 


여기, 그 미지의 대상을 밝혀드린다. 고함 20 대학평가 열 다섯번째 주제는 대학의 등록금을 심의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다. 과거 등록금의 수준을 제안하는 것에서 그쳤던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2014년부터 대학 등록금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의 대표인 학생대표와 학교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등심위는, 그 구성 인원의 3/10 이상이 학생 대표로 이루어져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 비록 최종 의사 결정권은 총장 및 이사회에 있다 하더라도, 등심위의 의결권은 막강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월 초 김재연 국회의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346개 대학 중 등심위 구성을 하지 않은 대학은 무려 49개였다. 또한, 등록금이라는 중대한 의사 결정을 단 1회의 회의만으로 결정지은 대학도 112개에 달했다. 등심위의 무게감을 의심하게 하는 처사였다.
 
B : 단국대 /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단국대학교는 2013년 12월 31일부터, 2014년 1월 17일까지 총 9회의 등심위를 열었다. 학생대표 3인과 학교 대표위원 2인,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 1인으로 구성된 등심위에서는 학교 측의 재정상태를 완전히 공개하고 올해 등록금 관련 심사가 이루어졌다. 비록 9차례의 등심위가 촉박한 일정으로 이루어져, 학생 대표가 자료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여유가 없었지만, 학교 측의 학생 대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등록금에 의결안을 내놓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등심위를 단 1회 연 대학에 비하면, 등록금을 결정짓기까지 9차례의 회의를 걸친 단국대 등심위의 행보는 특별해 보인다.
 
D : 동국대 / 알고 싶으면 손으로 적어가세요
 
동국대는 1월 말 이루어진 제 2차 등심위에서 2%가량 등록금을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등록금보다 직접 교육비가 더 많이 든다는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학생 대표는 예산을 볼 때 향후 1, 2년 정도는 인상이 없이도 갈 수 있고, 만약 인상하게 된다면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제 2 유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했다. 
 
학생들은 회계 자료를 받지 못해 등심위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회의 중에도 필사만 허용하는 등 학교 측이 치졸하게 굴었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들이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을 볼 때, 학교 측의 입장은 다분히 등심위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D- : 연세대 /  학생 대표가 없어도, 우리는 진행합니다.
 
연세대학교 측은 등심위 초반부터 등록금 동결을 주장해온 상태였다. 학생대표는 이에 반하여, 5차 등심위에서 등록금 2.5% 인하와 학생복지 개선을 요구했다. 의견이 개진되지 못하자, 학생대표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하지만 등심위는 폐회되지 않고, 위원장은 학생대표들의 표를 기권 처리한 후, 당초 등록금 동결이라는 원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학생 대표는 격렬히 반대했다. 회의장을 퇴장한 것도, 학생 대표가 과반을 넘지 않아 그 자리에서는 반대 입장을 정확히 표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참고 위원은 학교 측의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학생 대표와 학교 대표의 동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은 물가를 고려하면 필연적이며, 학생 대표가 참가하지 않을 시에도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연세대 등록금은 동결되었다. 등록금이 동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 중 가장 비싼 등록금을 가지고 있다. 
 
D- : 한국외대 / 자격 정지
 
한국외대는 대학평의원회 학생대표의 자격을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외대는 지난해 총학선거가 무산되어 학생회장이 뽑히지 못했다. 이에 단과대 학생회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투표를 통해 전 총학생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학교가 위원장의 적법한 방법으로 선출된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학생들은 페이스북과 문자로 현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지만, 700명의 학생이 8000명의 유권자를 대표할 수는 없다며 자격을 되돌려주지 않았다. 현재 전 학생회장이었던 조 위원장의 권리는 회복되어 등심위에 참가했다. 하지만 권리 회복은 한국외대 서울 캠퍼스에서 약 80명의 학생이 ‘외대의 권리는 죽었습니다.’라는 요지로 장례식을 여는 행사와 같은 격렬한 반대 이후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F : 경희대 / 원안은 철폐, 하지만 국가장학금은?
 
경희대는 지난 1차 등심위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3.7% 인상하기로 했다. 학생 대표가 인상안에 반대하여 회의는 결렬됐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강경했다. 경희대의 등록금이 서울 타 대학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3.7%는 정부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정한 대학 등록금 인상률의 최대치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에 국가장학금 2 유형을 받을 수가 없어, 2014년 현재 대부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0%대의 인하율을 결정했다. 
 
경희대는 2차 등심위 전 인상안을 철회하고 등록금 동결로 입장을 바꿨지만, 당초 국가장학금 2 유형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학교의 강압적인 인상안으로 학생들은 50~70만 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학교 측의 강압적인 태도로, 학생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게다가 학교 측은 인상안을 진행해나가는 것을 전제로 예산안을 기획했기 때문에, 예산의 부족한 부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2014학년도 1학기 대학 대부분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하지만 0% 수준의 인하는, 사실상 국가장학금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눈 가리기 아웅 식의 처사였다. 많은 대학이 등심위를 올바르게 운영하지 않았다. 의결권을 가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 대표와 학교 대표가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단국대학교 총학생회 요청으로 정정합니다.

우선 등록금심사위원회 참석자에 학생대표 3인과 학교대표 2인, 학교에서 지정한 회계사 이외에도 동문대표 1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첨부합니다. 또한, 단국대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B로 표기한 것은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여타 학교와는 달리 9회나 열렸다는 것을 높이 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회에서 9회까지의 과정인 학생대표를 배려하지 않은 비민주적인 과정이었으며, 반대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반대표는 모양이 좋지 않으니 기권표로 처리해도 되겠느냐'는 식의 언사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15회 고함20 대학평가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기준이 학생과 대학 간의 긴밀한 소통이었으므로, 앞의 제보에 따르면 9차례의 회의가 대학과의 소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학교 예산안이 심의기간에 학생대표에 적절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이 학생대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단국대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한 평가를 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