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그 열세 번째 도마에 2013년도 총학생회 선거와 이를 관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올랐다. 대학 본부가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 편파성을 의심받는 등 유독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유형을 나눠 논란이 됐던 스무 개 대학의 선거 관리 현황을 분류해보았다. 



다만 기존 [고함20 대학평가]처럼 따로 학점을 매기지는 않았다. 대학의 학점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난 이후 최종적으로 매겨진다. 시험에서 ‘컨닝(시험 중 부정행위를 가리키는 속어)’을 하면 어떻게 될까. 말할 필요도 없이 F학점이다. 어쩌면 학점으로 매겨지는 대학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편, 혼탁한 선거전(戰) 와중에도 한국과학기술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이를 먼저 소개한다. 

뉴웨이브형(形): 새로운 형식‧새로운 실험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카이스트 중선관위는 선거 참여율 제고와 공정 선거 진행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후보자 토론회 당시, ‘구글 닥스(Google Docs: 구글에서 제공하는 웹 기반의 문서 편집 도구. 드라이브를 열어놓고 링크를 공유하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편집할 수 있고 열람할 수 있다)’ 링크를 미리 열어놓고 후보자들의 발언을 실시간 속기로 모두 받아 적는 한편, 보통은 학내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영상 생중계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듯 선거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알리는 한편, 제도적인 미비점도 조금씩 개선해나갔다. 카이스트 총학생회 선거에는 작년부터 부재자 투표가 시작됐고, 휴학생도 학생회비를 내면 투표를 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세 선본 이상 출마할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선거패널제도’를 도입했다. ‘선거패널제도’를 통해 등록된 ‘선거참여패널’은 각 선본에 질문을 하거나 선본을 평가할 수 있고 오프라인(대자보 등)과 온라인 선거 관련 의사개진활동이 가능해진다. 이를 모두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카이스트 교지편집위원회 ‘한울’ 관계자는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건 선관위원장의 의지 때문이라 생각한다. 카이스트 학생사회에 ‘지박령’같은 분이다 … 사건이 발생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시더라.”라고 귀띔했다. 

한편, 어제(2일) 오후 11시 42분, 선거마감시간을 18분 남기고 한국과학기술원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50%를 가까스로 넘겼다. 원래도 과반을 겨우 웃돌던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에 ‘투표참기운동’이라는 선거 무산 운동까지 펼쳐졌기 때문이다. 경선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의 후보자들이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게 ‘투표참기운동’을 진행하는 사람의 주장이었다. 

컨트롤비트형(形): 갈 때까지 가보자 - 건국대학교 대진대학교 배제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이상의 대학은 중선관위가 각종 선거 운영 부실로 인한 비판을 받고 있으며, 총학생회 선거가 상대 선본이나 중선관위를 향한 폭로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인다. 학생들은 해당 총학생회나 중선관위 페이스북 페이지나 각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비판적인 의견을 게재했다. 

상대편 선본 정책설명회 무단으로 녹음해 … 법정 분쟁까지 - 건국대학교 선거운동본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열혈건대’ 선본의 정책설명회를 ‘THE 청춘’ 측이 무단으로 녹음하면서 건국대학교 선거운동본부 간에 갑론을박이 전개됐다. 이를 알게 된 ‘열혈건대’선본이 무단 녹음을 혐의로 ‘THE 청춘’ 선본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더 청춘’ 선본은 정책설명회가 공개된 자리였던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건국대학교 중선관위는 해당 법대 교수 두 명의 자문을 받아 ‘정책설명회는 공개된 자리였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한편, 이렇게 시작된 비화전은 지난달 29일 ‘더 청춘’ 선본이 67%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막을 내렸다. 

‘대진요’ 대진대학교 선거에 진실을 요구합니다? - 대진대학교 

대진대학교 학생들은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7가지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은 차례대로 △투표용지 후보자 이름 오자 △유학생에 투표권 누락 △투표시 신분 확인 절차 거치지 않음 △투표소 관리인원 없이 그대로 방치 △투표함 관리 되지 않음 △두 장의 선거 용지를 받았다는 학생 등장 △봉인지로 투표권 처리 하지 않음이었다. 이후 학생들은 대진요(‘대진대 선거에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폭로전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총학생회가 지난달 8일 이번 총학생회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말하며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디스전이 전개됐다. 

대진대학교의 경우 총학생회가 아닌 총대의원회라는 조직이 선거를 관장하고 있다. 총대의원회는 대진요가 제기했던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투표용지 후보자 이름 오자는 업체로부터의 배송 오류 때문이다 △유학생에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은 국제교육팀 DB(데이터베이스)에 해당 학생들 이름이 누락돼있었고 이후 수정했다 △투표소는 선거가 끝난 이후 사람이 없었지만 선거함은 이미 수거한 상태였다 △봉인지를 반드시 처리해야한다는 선거 세칙은 없다고 밝힌다. 

또한 총대의원회는 선거회칙을 개정하고 발의하려면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고 임의대로 선거회칙을 변경한 총학생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진대학교 총대의원회 페이스북 계정에 따르면 당시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직전학기 2.0 이상의 학점이 필요한데, 이를 임의로 전체평점평균 2.0 이상으로 변경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어떤 총대의원회와 대의원회의도 없었으며, 학생들에게 공표 절차 또한 거치지 않았다는 거다. 여기에 단과대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려던 학생 A는 출마를 하지 못하게 되는 한편, 학점 제한에 걸려 타 단과대 학생회장에 출마하지 못했던 학생 B는 출마할 수 있게 돼, 뒤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 또한 제기된 상태다. 이후 대진대학교 총학생회‧총대의원회 페이스북 계정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대진대 총학생회는 역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명글을 게재하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는 총학생회가 되겠다. 죄송하다’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 

이미 탈락한 후보의 단선 재투표? - 배재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배재대학교 학보사 배제신문은 어제(2일) 페이스북 계정를 통한 선거 속보로 총학생회 선거 진행 상황을 알렸다. 배재신문(https://www.facebook.com/PaiChaiUniversityNewspaper)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단선으로 치러진 찬성 1850표(42.7%)‧반대 2419표(55.9%)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무산됐던 배재대 총학생회 선거가 다시 재투표에 들어가게 됐다. 이유인즉슨, 한 단과대 학생회장단이 단선으로 총학생회에 출마한 후보들의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녔다는 것이었다. 이에 배재대학교 중선관위에서는 해당 단과대 학생회장‧부회장 선거권을 박탈했으며 해당 회장단은 사퇴했다. 또한 중선관위는 회의를 통해 총학생회 선거를 재투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배재대 중선관위는 다른 선본이 출마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단선 후보 재투표에 이은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선거 강행 후 무효 선언 … 중선관위 자체 포기 - 서울시립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시립대학교 선거가 투표율 부족으로 무산됐지만 중선관위는 재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비단 투표율 부족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거 기간 내내 중선관위가 선거 진행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입후보자가 선거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총대의원회 산하의 감시위원회가 감사를 들어갔으나 중선관위는 선거를 강행했다. 이후 투표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투표를 강행했고 결국 투표율 29%로 마감해 선거를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학교개입형(形) : 좀 더 은밀하고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 구미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중앙대학교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총학생회 선거는 학생 자율에 따라야 한다는 법원의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학교부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미숙하니 학교가 개입해야한다는 대인배 유형까지. 

총장이 총학생회장을 임명하게 된 - 구미대학교 

구미대학교는 대학 총장이 총학생회장을 임명하게 됐다. 이는 전직 총학생회장 4명이 간부 장학금과 학생회비를 횡령하고 구속됐기 때문이다. 대의원회가 자체 추천을 통해 총학생회장 후보를 총장까지 ‘올리면’ 이를 마지막으로 결정한다고. 한편, 김천대학교 역시 총학생회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며 총학생회를 아예 구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단다. 과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에 모든 결정 사항을 위임한다는 거다. 물론, 앞으로 총학생회가 꾸려지든 그렇지 않든 결과를 책임질 직접 당사자는 학생들이 될 것이다. 수혜가 될지 아닐지, 모를 일이다. 

학생처 직원이 학생회 후보를 모집했다고? - 덕성여자대학교 학생처 

학생처 직원이 학생회 모르게 후보를 모집했고 학생들 개인정보를 후보에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덕성여대 중선관위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보 내용 일부는 사실이고 고발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원래 덕성여대는 ‘이구동성’ 선본, ‘모두의 덕성’ 선본이 등록해 경선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학생처의 비호를 받았다’고 논란이 된 ‘이구동성’ 선본의 사퇴로, ‘모두의 덕성’ 선본 단선으로 오늘부터(3일) 5일까지 치러진다. 

교직원이 투표 독려를 위해 고구마를 굽는다면? -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역시 ‘성대가온’ 선본의 단독 출마로 단선으로 진행된다. 단선으로 진행되는 후보들은 벽 두 개를 넘어야 하는데 하나는 투표율이고 하나는 찬반 득표율이다. 하지만 투표 진작을 위해 학교에서 물품 공세를 시작하면 어떨까? 캔커피부터 노트, 셔틀버스 승차권에 이제는 하다하다 고구마까지 등장했다. 학교 교직원이 일터에서 잠시 벗어나 고구마를 굽고 있었다니, 성균관대학교 학교 본부 역시 학생자치에 굉장한 관심을 가진 게 틀림없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본부가 중선관위의 허락이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선거 현수막을 제작해준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공정 선거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퇴한다. 

법원의 판결이 다 무슨 소용이야? - 중앙대학교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학교 이미지 실추’라는 죄목으로 유기정학을 당해 1년 6개월을 쉬었다. 돌아온 A 학생은 올해 인문대 학생회장에 출마했다. 법원은 후보자 출마 자격은 학교가 아닌 선관위가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했고, 교수진과 행정실장으로 꾸려진 중앙대 선거지도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냈다. 해당 단과대 선관위는? A 학생을 후보자로 받아주는 것으로 선거지도위원회에 화답했다. 

레드카드형(形): 경고 3번 탈락 - 경상대학교 동의대학교 전북대학교

출마한 선거운동본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정말 경고를 줄 만큼의 세칙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건지. 유독 가혹히 선거세칙을 들이대 경고를 여러 번 주고 후보를 탈락시키고만 중선관위 레드카드 유형을 한데 모아봤다. 

후보자 사전 모임은 사전선거운동일까 아닐까? - 경상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상대 중선관위는 출마한 선본이 유세 기간 이전에 학생들과 사전 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바로 사전선거운동이라 판단한다. 이를 명분으로 출마자격을 2년 정지한 한편 이번 선거의 선거권까지 제한했다. 해당 선본은 창원지법에 자문을 구했고, 법원은 선관위 결정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중선관위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선거를 마무리 짓겠다고 이야기한 한편, 중선관위의 결정이 맞다는 요지의 답변서를 창원지법에 제출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니까 옷을 잘 맞췄어야지? - 전북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북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 시작은 경선이었다. 하지만 경선인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과잠을 입고 선거 운동을 하면 안 된다 - 단체 티셔츠가 잘못됐다, 는 명목으로 경고를 두 번 받은 D 선본이 선관위에 부당함을 제기하자 선관위 비방으로 간주해 하루 만에 선본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전북대 총학생회 선거는 단선으로 진행됐으나, 이마저도 반대표가 많이 나와 무산됐다. 

반면교사형(形): 동일한 원인, 완벽히 다른 결과 - 숙명여자대학교 국민대학교

국민대학교에서도 고소 논란이 벌어졌다. 단과대 학생회장단이었던 ‘리필’ 선본 정‧부후보의 학생회장 사퇴 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학생자치기구의 간부’는 선거 일정이 시작한 이후에 입후보 하면 안 된다고 선거 시행 세칙에 명시돼있었지만, 해당 중선관위에서는 이들의 입후보 자격을 투표로 결정해 국민대 학생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숙명여자대학교의 경우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으나 해당 선본이 앞서 이를 인정하고 사퇴한 바 있다. 이후 국민대학교는 투표를 진행했고 해당 논란의 당사자가 된 선본은 63%의 득표율로 총학생회에 당선됐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과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관심없음형(形) : 총학생회 일정에 빨간불 - 가톨릭대학교 청주교육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상 4군데 대학에서는 올해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출마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학생회가 미처 구성되지 못했으니 당장 올해 겨울부터 각 대학마다 진행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문제다. 각 대학 학생회칙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았을 경우 단과대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다. 하지만 당장 실질적인 책임 당사자가 부재한 상태라, 해당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비롯한 학생회 사업은 미궁으로 빠졌다. 

대부분의 총학생회 선거가 11월에 끝나는 한편, 성신여자대학교와 서강대학교는 12월에 선거를 치른다.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단일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공청회나 정책공약집을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성신여대 중선관위는 “이번 총학생회 선거가 단선인 탓에 선관위 내에서 공청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후보자 공약 설명회에 지나지 않는 공청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고 밝혔지만 과연 공청회를 열지 않는다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서강대학교의 경우 유례없이 올해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김지호 씨가 내년 총학생회장 연임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