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2006년 연세대 채플자율화운동 선언문

열두 번째 주제는 대학의 종교 강의다. 대학은 각각의 설립 이념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종립대학 입장에서 종교를 전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대부분 종립대학들은 종교수업이나 채플을 의무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타 종교를 믿거나 종교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 시간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점에 묶여 들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필수 종교수업과 채플은 뜨거운 감자다. 대학은 선택이었기 때문에 의무를 받아들여야 할 것도 같고, 종교의 자유를 생각하면 부당한 것 같기도 하다. 학생의 자유 침해와 의무 사이의 외줄타기를 하는 대학의 종교수업과 채플. 이번 <고함20 대학평가>에서는 이 애매함에 대해 한번 짚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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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중요한 건 가치를 전달하는 것 - 서강대

서강대는 예수회 소속의 로마가톨릭계, 즉 천주교 계열의 대학교이다. 당연히도 서강대의 교육이념은 가톨릭 신앙과 예수회를 토대로 한다. ‘학문을 탐구하고 진리를 추구하면서 정의를 실천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랑과 믿음을 갖춘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교육 목적과 목표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교육을 지향, ‘복음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언급되어있다. 하지만 서강대는 의무적인 종교 수업이나 예배가 없다.

‘그리스도 윤리학’, ‘신학적 인간학’이라는 교양필수인 종교 수업이 있긴 하지만 종교를 갖지 않은 학생들은 ‘철학적 인간학’이라는 강의로 대체할 수 있다. 다른 종법 대학과는 다른 운영에 대해서 서강대 교목팀은 “(서강대학교는)개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생각해서 강압이 될 수 있는 의무 채플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대체가 가능한 종교적 교양수업에 대해서는 “강압 없이도 (학교가)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적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건물 이름 정도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고 있고 종교적 반감도 덜했다.

C+/만족도가 높으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 연세대, 동국대, 이화여대, 전주대

연세대

연세대 학생들은 4학기 동안 채플을 이수해야 한다. 한 학기에 1학점이며 pass와 non pass로 구분된다. 보통 교내와 교외의 강사가 격주로 채플을 진행하고 한 학기에 2, 3회는 공연이나 연주회 등으로 채플을 하기도 한다. 이혜정(가명 21) 씨는 “강사분들이 대부분 선배나 유명 인사고, 가끔 동아리나 음대생들이 공연하기도 해서 종교색이 그리 강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학생이 채플이 없어지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종교적 이유에서보다는 성가셔서인 것 같다”라고 했다.

또 신입생은 3학점인 기독교 관련 필수교양 수업 ‘기독교와 세계문화’, ‘기독교와 현대사회’, ‘성서와 기독교’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야 한다.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기독교와 세계문화’, ‘기독교와 현대사회’는 종교색이 약해서 비기독교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 기독교 관련 필수교양을 수강하지 않으면 2학년이 될 때 학적에는 학부로 표기된다.

동국대

동국대의 경우에는 채플이 아닌 ‘자아와 명상(1, 2)’이 있다. 수업은 강의를 맡은 스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좌선법과 명상 등을 배우고 패스(pass)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큰 부담은 없다. 윤승훈(가명, 24) 씨는 "물론 커뮤니티를 보면 종교충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종교적)강요는 거의 없어서 기독교 학생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종교 관련 수업으로는 기초이론 과목인 불교와 인간을 들어야 하고 또 다양한 불교 관련 핵심교양 과목(불교로 보는 서양철학의 역사, 생명과학과 불교 윤리, 불교와 현대물리학, 불교적 상상력과 문학 예술적 상상력 등) 중 2개를 선택해서 들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실제로는 불교수업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작년 12월 '동대불교발전위' 토론회에서는 ‘자아와 명상’을 2학점인 ‘불교와 문화’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화여대

이화여대(이하 이대) 또한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대학으로 채플과 종교 강의가 있다. 8학기 필수인 채플은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결석하게 되면 non pass를 받아 다음 학기에 다시 들어야 한다. 때문에 재수강을 하게 되면 채플을 한 주에 두 개 이상 들을 수도 있다. 정규학기에 듣지 못한 학생을 위해 계절 학기에도 개설이 된다. 또 ‘기독교와 세계’라는 3학점짜리 종교 강의를 필수로 두고 있다.

8학기 의무인 채플은 자칫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지만, 무용채플이나 명사 초청 강연 등 문화채플로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다. 최연지(가명, 22) 씨는 “(무용채플은)내용이 찬양이라 그렇지 보는 재미는 쏠쏠”하며 “박웅현이나 한비야 같은 사람의 인터뷰도 진행되어 자기 계발 차원에서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교양필수인 ‘기독교와 세계’에 대해 “(학생에 따라)거부감을 가지기도 해서 종교 색 표출을 안 하는 교수님 수업으로 몰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주대

전주대는 작년 11월 29일 한 재학생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전주대학교의 강제 개신교 종교수업 고발!’이라는 글로 논란이 됐다. 전주대는 매주 1회 약 1시간 30분의 채플을 4학기 동안 들어야 한다. 게시물은 전주대가 학생들에게 채플을 강제하며 ‘신학수업 과목 3학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이 인정’된다고 비판했다. 전주대는 ‘기독교와 성서의 이해’ 등 성경 과목 3개 중 하나를 택해 이수해야 한다. 다른 대학과 다른 점은 ‘이단 종교와 관련 있는 사람은 유기정학과 무기정학도 줄 수 있고 재범 여부에 따라 제적할 수 있다’는 이단 규제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의견이 갈렸다. 한 학생은 “열린 채플이라 거의 공연이고 점수 없고 자도 된다”며 “(나는)별로 강요받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의무적인 채플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도 분명 있다”고 했다. 학교 측은 모든 기독교 대학에서 패스제로 시행되는 채플 수업이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3/4 이상 수강해야 학점이 나오는 것은 모든 과목이 동일하고, 기독교 대학에서 이단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F/대학의 주인은 학생이 아닙니다, 재단입니다 - 삼육대

삼육대에서 채플이나 종교수업은 문제가 못 된다.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에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다양한 종교적 의무와 규칙이 존재한다. 채플과 종교 관련 핵심교양은 기본이고 인성교양이라는 42개의 종교 과목 중 하나를 택해서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특히 토요채플은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하며 기숙사생들은 새벽기도에 참석해야 한다.


삼육대는 학칙에 재림교의 교리가 반영되어 학생들과 잦은 충돌이 있어왔다. 교내는 물론 교외에서조차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고 있고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적 단체에 가입할 수 없다. 또 학칙 제50조에 의해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없고, 등교 거부와 농성 등도 불가능하다. 교내에서는 육류가 금지되어 있다. 또 교칙은 아니지만 교내에서 가요는 금기시된다.(올 1학기부터는 심의를 거쳐 방송실에서 가요를 틀어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동아리 활동의 제한과 총학생회장 선거에 침례를 받은 학생만 출마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종교적 제한이 있다. 

종립대학은 학칙으로 종교수업이나 채플을 강제한다. 하지만 입학은 학생의 선택이라는 사실이 학생들로 하여금 묵묵히 ‘로마법’을 따르게 한다. 하지만 정말 학생이 대학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에서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진학하는 교육기관이다. 학생은 절이 싫다고 떠나면 그만인 중이 아니란 소리다. 대학 선택에 있어 압도적인 요인은 성적이지 ‘고작’ 채플이 아니다.

몇몇 대학들은 종교적 색을 누그러뜨리고 다양한 공연이나 명사초청 강연 등을 도입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마음일 것이다. 긍정적 노력이기는 하지만 채플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잃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또한 문제의 본질은 만족도가 아닌 자율이다. 대학의 설립 이념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어느 기관이든 추구하는 바가 있고 그것은 대학 또한 동일하다.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이념, 학문과 전도의 사이에서 대학교 종교수업은 어디로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