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그 아홉 번째는 대학 총학생회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7월 조직을 운영․유지할 자금을 횡령하고자 10년 동안 자신의 조직원들을 총학생회장에 당선시키려한 전남 순천의 조폭 두목과 조직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1월과 지난해 6월에도 조폭이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학생회비 및 행사비를 가로챈 사건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대학 총학생회 선거 구비 서류로 범죄경력조회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이는 단순히 사건이 발생한 해당 대학들의 선거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하지만 역으로 대학교 총학생회는 그만큼 많은 이권을 다투고 돈을 주무르는, 중요한 조직이라는 의미도 된다. 

당선되자마자 시작할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비롯한 등록금 투쟁, 각종 복지 사업, 계절 축제, 중간․기말고사 지원행사, 학교와의 이권 다툼, 내년을 위한 공정한 선거 관리까지. 대학 총학생회 달력은 일 년 내내 묵직하다. 날이 짧아지고, 다시 대학에도 선거철이 돌아왔다. 올 한 해 대학 총학생회를 되돌아본다. 

A+ “원숭이가 아닌 사람이 먼저다” - 숙명여자대학교 제45대 총학생회 

밥값을 올려서 미안하니 대신 바나나를 주겠다고? 숙명여자대학교 교내 식당을 운영 중인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1년에 이어 올해 2학기 개강하자마자 밥값을 200원씩 인상하면서 반발하는 재학생들에게 ‘선착순으로’ 바나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의 여론은 밥솥의 찬밥이 식듯 더욱 냉랭해졌고 이대로는 안 되겠던지, ‘신세계푸드’에서는 바나나수를 1,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를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여러분이 예상한 그대로다. 

바나나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혁명적 저서를 통해 밝혔듯 인간은 분명 원숭이에서 진화한 형태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진화한 2013년 대학생들은 분명 바나나가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을 테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이를 알아채고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교내에서 신세계푸드의 밥값 인상에 반대해 ‘반값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박명은씨(24)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밥값을 원래대로 돌리고 다시 논의를 해봐야한다”며 ‘신세계푸드’의 밥값 인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총학생회의 행보에 반대하는 여론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숙명여대 J씨는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학내에서 처리해도 될 사안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이를 알리기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A0 ‘기부’는 생소한 사업? 총학생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 - 조선대학교 제26대 총학생회

조선대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총학생회 대동제와 각 단과대학 축제를 합쳤다. 그렇게 만들어진 축제인 ‘빛고을 보은제’는 지난 9월 말 열렸다. 조선대학교 축제에는 비단 해당 대학 학생들․주변 지역 대학 학생들뿐만 아니라 광주 시민 10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해당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축제라는 빛고을 보은제는, 축제가 끝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200여만 원을 광주 아동양육시설 일맥원에 전달했다.

A0 ‘대학 특성화에 가장 걸맞은 축제’ - 상명대학교 제40대 총학생회

상명대학교는 올해 5월 축제 'VIVID FESTIVAL' 수익금 전부를 기부금으로 돌렸다.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축제 수익금 절반은 ‘강남구 장애인아트센터’ 아티스트들한테 전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예술 관련 재능기부 활동에 쓰기로 했다. 

상명대학교는 특히 다른 학교에 비해 예술 관련 학과가 특성화 되어있는 학교로, 재능기부 활동을 위해 상명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술 분야 재능기부자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상명대학교 학생들이 이를 통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가 나선 것이다. 학생들의 예술적 재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를 아는 총학생회가 아닐까?

B+ "학교가 안주면 우리가 장학금 준다!" - 동덕여자대학교 제46대 총학생회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는 자체적으로 학생의 사연을 받아 이를 거쳐 선정된 학생들에게, 총학생회장 장학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에도 동덕여대의 [고함20 대학평가] 점수가 B+인 이유는 따로 있다. 분명히 하자. 이는 총학생회 탓이 아니다. 아무리 학생이 뛰어나고 노력해도 바보 같은 문제와 공정치 못한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총학생회가 노력했더라도, 이를 등록금을 높이려는 사회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학 재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이 그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서히 사그라지는 담론 중 하나인 ‘반값 등록금’이라는 화두에 풀무질한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무척 노력한 좋은 답변이라는 의미로, B+를 드린다. 학교 측이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꺼낸 화두에 조속히 응답하길 바란다.

한편, ‘바나나 사건’으로 추운 겨울날 ‘반값 밥차’를 운영하게 된 숙명여대 총학생회 역시 축제 기간을 통해 모은 수입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바 있다.

B- 재학생 전체가 ‘독도 명예시민’ 학생들이 원하는 사업이란? - 가천대학교 제29대 총학생회 

가천대 총학생회는 올해 1월부터 독도 관련 사업에 주력해왔다고 한다. ‘독도 애국원정대’부터 지난 7월 ‘애국원정대’를 꾸렸고, 며칠간 국내 각종 국가관과 안보관을 고취할 장소를 방문하는 사업 등을 여러 차례 진행한다. 가천대 총학생회 달력에는 독도가 빼곡하게 들어선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달 2일까지는 원정대를 구성해 독도사랑운동을 폈다. 교내 교직원들과 학생회가 합심해 ‘독도사랑’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걷고 ‘가천대 독도의 날 선포식’도 열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앞으로 교내 홍보 활동을 통해 재학생 전원을 ‘독도 명예시민’으로 등록한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한편, 독도사랑UCC제작을 비롯한 독도사랑을 널리 알릴 계획이란다.

총학생회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1월부터 마무리된 11월까지 가천대 총학생회의 독도 사랑은 분명 대단할지도 모른다. 태양 하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같은 독도를 향한 지속성과 꾸준함으로는 어느 총학생회 못지않지만, 과연 이 사업이 진정으로 가천대 학생들이 원하는 사업인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가천대학교 총학생회의 넘치는 ‘선의’는 어쩐지 달갑지 않다. 고개는 젖혀졌더라도, 일단 그 꾸준함에 박수 세 번 드린다.

F 건강과 우유소비 촉진을 위한 우유 ‘핥아먹기’ 대회? - 강원대학교 제46대 총학생회 

두 달 전 있었던 강원대학교 대동제 행사 프로그램 중 ‘커플 우유먹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단상에 누운 연인의 몸에 우유를 붓고 이를 핥아 먹는 등 선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머리를 상대방의 옷 속으로 집어넣어 성행위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그 대회 사진을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이후 이 사건은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부터 퍼진 강원대학교 축제 사진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총학생회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우유먹기 행사는 강원대학교 대동제에서 지속적으로 해왔던 행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행사를 기획했던 강원대학교 제46대 총학생회는 ‘우유먹기’ 대회에서 ‘커플전’이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었고 행사 당시 이를 연출하던 학생들을 전혀 제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난에 직면했고 이어 재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른다. 총학생회는 “우유먹기 대회는 ‘학우들의 건강과 우유소비 촉진’을 위해 36년 동안 전통을 이어온 행사”라고 이를 해명했다. 과연 행사 때 잠시 우유를 먹는 게 건강을 얼마만큼 증진하는지, 우유 시음 자체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분분한 학계의 논란은 잠시 치워두더라도 이는 우스운 해명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총학생회의 특성상, 임기가 1년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무책임한 해명이다. 내년도 강원대 대동제 ‘우유먹기’ 대회는 ‘건강과 우유소비 촉진’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회복하길 바란다.

강원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강원우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지녀 1등급 판정을 받은 만큼, 이를 잘 이용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톡톡히 한 몫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강원우유 ⓒ 원주투데이


물론 선정한 대학들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의 호평 및 악평을 받은 대학 총학생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살짝 댓글로 귀띔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