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그 여덟 번째는 계절학기 등록금이다. 계절학기는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의 발걸음이 캠퍼스 밖으로 향하는, 여름과 겨울의 절정을 앞두고 시작된다. 더위, 혹은 추위를 뚫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절학기를 수강하고 학교는 은근슬쩍 수강료를 올리거나 계절학기를 듣도록 종용한다. 그 방법도 가지가지다.

A/ 충남대 : 꼼수가 난무하는 이 바닥의 마지막 양심

"수강료도 별로 큰 부담은 없고 개설되지 않은 전공과목도 신청서를 제출하면 개설해줘요."(함철민, 26)
충남대는 1학점 당 2만4천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던 계절학기 수강료를 2013년에는 천원을 더 인하했다. 학점 당 2만3천원하는 계절학기는 재학생의 32%가 수강하는 등 국·공립대학교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2012년 6월에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대학계절학기 수강료 현황'에 따르면 국·공립대학 계절학기의 평균 수강률은 24.6%이다) 개설 강의 수도 80개 이상이다. 개설되지 않은 전공과목은 학생들이 일정 인원을 모아 신청하면 강의를 열어준다. 비록 천원이지만 반값등록금 등쌀에 떠밀려 등록금은 눈곱만큼 인하하면서 차액을 계절학기로 메꾸려는 대학들의 꼼수 속에서 충남대의 계절학기 운영은 A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B/ 카이스트 :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변화를 응원합니다

카이스트는 2008년 학점 당 2만원이었던 계절학기 수강료를 500% 인상한 10만원으로 책정해 논란이 일었다. 대외활동을 장려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009년에는 학점 당 15만원까지 오르며 '막가파'식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재 그 절반인 7만5천원을 내고 있다. 박현욱 교무처장은 5월에 있었던 ‘총장과의 대화’에서 “이 액수(7만5천원)도 위원회에서 조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카이스트 재학생이 들을 수 있었던 강의는 15개 뿐이었다.(인근의 충남대의 경우 개설 강좌는 86개이며 카이스트보다 학부 규모가 작은 포항공대는 인문사회학부 강좌만 47개이다) 부족한 강의 때문에 2007년 69명이던 학점교류를 이용한 타 학교 계절학기 수강생은 2008년 379명, 2010년에는 852명까지 급증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신문에서 한 학생은 "우리학교에는 듣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원하는 과목이 열린 충남대학교를 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수강료 인하와 더불어 학교 측에서 활성화를 약속한 만큼 응원하는 마음으로 B를 준다.

C/ 인천대 : 재수강이 불가능한 계절학기, 국·공립대 수강료 중 최고

인천대 계절학기의 특이한 점은 재수강을 목적으로 수강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0년 학생회에서 학교 측에 재수강이 가능하도록 건의 했지만 “계절학기는 재학생 중 성적우수자, 복학자, 편(재)입학자 등에게 정규 학기와 별도의 학점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취지로 운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국·공립대학 계절학기 수강료의 평균이 학점 당 3만원이 안 되는데 반해 인천대는 1.5배인 4만5천원을 내고 있다. 분명 여타 사립대와 비교했을 때는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국·공립대 중에는 가장 높다. 수강률은 반대로 저조하다. 다른 국공립대의 수강률이 2~30%임에 반해 인천대의 수강률은 7%로 사립대 수준에 머물렀다. 낮은 계절학기 수강률의 원인에 대해 재학생 최대현(가명, 26)씨는 "재수강도 안 되는 강의의 수강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D/ 한양대, 홍익대 : 오비이락인가 조삼모사인가 아니면 기분 탓인가

광운대와 더불어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고 수업일수를 줄이는 꼼수를 보여줬던 한양대는, 한 발 더 나아가 계절학기 수강료를 이용해 줄어든 수입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4주였던 계절학기 수업일은 5주로, 6학점까지 가능했던 수강은 9학점으로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학기 일수를 줄이고 계절학기를 늘린 것에 대해 한양대는 15주 수업은 현재 추세일 뿐 등록금 인하와는 관계없고, 계절학기의 변경은 수강유도와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학생의 의견은 달랐다. 재학생 신씨(26)는 "말이 되냐 돈벌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현재 한양대는 2010년 학점 당 7만7천원이던 수강료를 2011년 1만원 인상한 8만7천원을 올해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홍익대는 현재 학점 당 8만원인 계절학기 수강료를 동결하고 있다. 서울 주요 사립대 계절학기 수강료의 평균을 고려할 때 8만원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액수다. 하지만 홍익대는 계절학기의 재수강 규정을 정규학기 규정과 다르게 적용해 학생을 돈벌이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규학기에 재수강을 하면 최고 B+까지 받을 수 있지만 계절학기에는 A 이상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재수강이 가능한 최저 학점 기준도 사라진다. C +이하만 재수강이 가능한 정규학기와 다르게 그 이상의 학점도 재수강을 할 수 있다. 재수강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학교 측에서는 전공과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의 돈벌이로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듣는다는 입장이다.

F/ 우송대 : 일 년에 한두 달만 쉬고 싶니? 그럼 넌 우송대학교야

“백악관을 해킹하고 싶니? 그럼 넌 우송대학교야^^”라는 버스광고로 유명한 우송대학교는 계절학기가 없다. 아니, 1년 4학기 제도를 도입해 여름과 겨울의 계절학기를 의무화했다. 우송대는 2011년 6월에 시작 된 1년 4학기 제도를 학생들과 상의 없이 일방 통보했다. 학교 측은 4학기제로 한 학기 조기졸업이 가능하며 4학년 2학기의 등록금을 계절학기로 분할해서 학기를 다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 학기가 각각 6주이고 등록금은 학점 당 2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주 비싼 계절학기와 다를 바 없다. 학생들에게는 1년 동안 한두 달 정도의 방학이 주어진다. 한 학기 일찍 졸업하기 위해 학생들은 120만원이 넘는 6주짜리 계절학기를 매번 강제로 들어야한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몇몇 대학교 게시판에는 겨울 계절학기 공지가 뜨고 있다. 계절학기는 그나마 덜 바쁜 방학 동안 한두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부복수전공생들이 증가하면서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을 충족하고자 계절학기 수강생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들어 계절학기 등록금 부담이 학생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대학의 창의력이 돈벌이를 위한 꼼수가 아닌, 대학생들을 위해 발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