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서울시에서 인근 수도권까지 아우르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대학이름으로 된 역이나 대학 명을 병기표시하고 있는 역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 1기라 불리는 1,2,3,4 호선 개통 당시에는 특별한 기준 없이 주변의 랜드마크인 대학 명을 지하철 역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기 이후부터는 역명 제정기준에 따라 주민들의 여론과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심사 후 결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노선도에 보이는 역들 중에서는 왜 대학 명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로 해당 대학과 먼 경우도 있다.

고함20 대학 평가 그 여섯 번째 주제는, 대학과 역간 거리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학교까지의 통학시간을 결정짓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시간뿐만이 아니다. 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주제에서는 실제 대학 이름을 달고 있는 역과 학교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평가해보기로 한다.

A+ 학점 / 한양대 : 한양대역 0km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의 모습은 ‘~대역’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다른 역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학 중 유일하게 학교 내부에 지하철 출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 바로 학교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2002년, 한양대는 학교 안과 연결되는 지금의 한양대역 2번 출구 ‘애지문’을 만들었다. 때문에 지하철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지하철 역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거나, 버스를 탈 필요가 없다. 한양대 졸업생인 이수정(가명)씨는 "학교 캠퍼스 경사가 매우 심해서 지하철을 통해 학교로 바로 들어와도 힘들었지만, 학교를 다닐 때 역과 가까워서 그 점은 편했었다"고 말했다. 학교 내에 지하철 출구가 있는 것은 통학생들에게 엄청난 장점이기 때문에 A를 부여한다.
 

A 학점 /고려대: 고려대역 0km 안암역 0.5km 미만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역시, 대학교 부지를 통과하는 역이다. 서울지하철은 1970년부터 1985년에 사업이 진행된 1호선, 2호선, 3호선, 4호선 이외에는 대학 명으로 지하철 이름을 짓는 것을 원칙상 금지하고 있다. 지하철 노선이 대학교 부지를 통과하는 경우에만 대학명을 허용하고 있는데, 고려대역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한양대학교의 경우, 지하철 개통 후에, 대학 내 부지에 출구를 만들었지만, 고려대역은 2000년 12월 개통 당시부터 대학에 인접한 출구가 있었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부지 인근에 있는 고려대역 이외에 같은 6호선인 안암(고대병원앞)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가려고 하는 건물에 따라 안암역과 고려대역중에 하나를 이용한다고 한다.
 

B학점 / 서강대 :대흥(서강대앞)역 0.738km, 서강역 0.775km

대흥역은 서울시 고시로 ‘서강대 앞’이라는 병기역명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 후문, 남문 쪽에 위치한 대흥역은 6호선이 개통된 이래로, 신촌역 만을 이용하던 학생들의 발이 되어주었다. 또한 2012년 12월 서강대 정문 인근에 경의선 서강역이 개통되었다. 도보로 15분 정도가 걸리지만, 정문과 후문 쪽에 둘 다 역이 생겨 서강대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서강역의 서강은 서강대학교를 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명인 서강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사람이 아니면 서강역이 서강대를 의미하는지 지명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도 한다. 지하철 출구와 대학 사이의 직선 거리는 700m 미만이지만, 지하철 1, 2번 출구가 모두 서강대학교 부지와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불편한 출구 위치 때문에 학생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D학점 / 서울대 : 서울대입구역 1.88km

서울대 3대 바보 중 하나가 서울대입구역에서 정문으로 걸어오는 것이라고 하던가.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학교까지 1.88km, 도보로 약 30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서울대입구역은 개통 당시 인근에 서울대학교가 있어서 이름 붙여졌다가, 1994년부터 관악구청을 병기표시하기 시작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3번 출구에서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3학년 휴학생 안철훈씨는 “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에 내려서도 교내로 진입하는데 도보로 30분 가량이 걸린다는 점이 좋지는 않다”며, “통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역에서 내린 후에 다시 꽉 찬 버스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 게 고역이다”라고 말했다. 도보 30분의 어마어마한 접근성은 낮은 점수를 부여 할만 하지만, 어차피 넓은 캠퍼스 내부를 이동하는 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하므로 D 학점을 드린다.

F학점 / 인하대 : 주안(인하대학교)역 3.3km

“학교를 처음 가던 날, 인터넷 검색이나 선배들 말로 주안역에서 511을 타고 학교를 가면 된다는 건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가도가도 학교가 나오지 않는 거에요.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니 아직 내릴 때가 아닌 건 맞는데, 도대체 언제쯤 학교가 보이나 마음 졸이며 등교했었죠.” 인하대생 이슬비(가명)씨의 말이다.

서울대입구에서는 그래도 서울대학교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안역에서 내린다면, 대학교가 보이지도 않는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주안역에서 인하대학교까지는 3.3km로, 도보로 50분이 걸린다. 때문에 학생들은 통학 시 운동 삼아 학교까지 걸어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 앞 환승버스정류장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인하대학교 후문으로 향한다. 수업시간 대에는 학교를 가려는 학생들로 정류장이 붐비는데, 학교로 향하는 마을 버스가 하나 밖에 없어서 학생들이 앉아서 갈 사람과 서서 탈 사람으로 알아서 나뉘어 줄을 서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에 처음 가는 사람들은 눈치작전으로 버스에 올라야 한다. 게다가 버스를 타고도 15분 정도도 가야 하는 어마한 거리는 통학생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오늘도 학교를 가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은 지하철을 탄다. 역에서 학교가 가까운 학생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향한 진두행렬에 합류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콩나물 시루가 된 버스에 몸을 오르거나 긴 시간을 들여 학교를 향한 마라톤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