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 악플을 기대한다.



* 된장녀는 웬만한 한 끼 밥값에 해당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해외 명품 소비를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기에 부모나 상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소비 활동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합뉴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된장녀라는 말은 2005년 주간지 <<뉴스메이커>>에 스타벅스 커피에 빠진 20~30대 여성들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린 이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려 10년이 지난 신조어지만 아직까지도 흔히 쓰이는 말이다. 여성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단어는 이후 수많은 단어가 파생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였다. 예를 들면 김여사, 김치녀, 보슬녀 등이 그 이후 생겨난 단어다. 이 단어들은 일부 여성들의 잘못된 행동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처음에는 남성유저 위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은어 정도로 쓰이던 것들이 일종의 유행어가 된 형태인데,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일반적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 정도로 퍼져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이 유행어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저질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위클리오늘


지난 3월21일 Bro라는 신인가수가 <그런 남자>라는 곡을 냈다. 아주 평범한 제목이지만 가사는 그렇지 않았다. [니 가슴에 에어빽을 달아도/눈 밑에다 애벌레를 끼워 보아도/숨길수 없는 단하나의 진실/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총을 맞았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너도 양심이 있을거 아니냐/뭔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니가 운이 없는게 기다림이 모자란게 아냐] 가사를 보면 살펴볼 수 있듯이 일명 김치녀라고 불리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노래는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우익사이트 일베를 필두로 많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는 멜론차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루어졌다. 또한 벨로체라는 여성그룹은 <그런 남자>의 패러디 곡인 <그런 여자>를 내놓고 어느 정도 주목을 끌었다. 사실 패러디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로 그저 글자만 바꾼 카피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Bro의 성공에 편승하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들은 여러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운전을 잘 하지 못하는 여성운전자들의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영상을 올리며 “이래서 여자는 운전하면 안돼.”라는 말을 한다든지.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돈을 전혀 쓰지 않는다며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올리며 “요즘 여자들 너무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무서워서 여자 만나겠나.”라는 말을 하면서 개인에 대한 비판에서 끝나야할 것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모습은 이제 온라인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가 음원이라는 형태로 불특정다수의 대중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 음원을 들을 것인지 듣지 않을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는 여성비하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는 성 대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안하고 불확실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다른 약자를 공격하며 위안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3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여성비하문화가 결국은 자신의 불안한 상황에 대한 해소창구로 쓰이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취업도 힘들고, 연애도 힘들고, 결혼도 힘든 삼포세대에게 어쩌면 가장 손쉬운 방법이 누군가를 같이 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내가 피해자가 되어본 적, 혹은 겪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영화 하녀에서 집주인의 딸이 하녀인 전도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에게 예의바르게 하는 게 남을 높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높아지는 거라고..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법이 남을 헐뜯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 아이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