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 악플을 기대한다.


현빈, 오종혁, 이정, 최필립... 크게 공통점이 없는 네 명을 묶는 한 단어는 ‘해병대’다. 김흥국이 이정을 양아들이라 말하며 예능출연을 함께 할 때까지만 해도 해병대가 남자연예인에게 ‘남자답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해병대를 다녀온 남자연예인들에게는 남자답고 ‘개념있다’라는 이미지까지 가지게 해 주었다. 이런 트렌드는 2010년 시크릿가든으로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현빈의 해병대 입대 당시 절정을 이루었다. 

이처럼 연예인이라는 직업적인 특수성을 살리지 않고 해병대를 택한 이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연예인들도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7년 국방 홍보지원대 아래에 만들어진 연예병사 제도이다. 윤종신, 김수용 등을 시작으로 싸이, 홍경민, 성시경, 이준기 등 연예병사들은 일반적인 군 복무 대신, 국방부의 홍보와 기타 군 사기진작 활동(위문열차)과 관련된 분야에 복무하였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었고,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직업적 특수성을 살리면서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군 복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붐 등을 비롯한 연예병사들의 과도한 휴가일수가 문제시되었고 급기야 2013년에는 비, 세븐, 상추, KCM 등 연예병사들이 위문공연 이후 안마방을 드나드는 현장이 전파를 타고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되었다. 

유아인 ⓒsn@pp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경찰 소속의 ‘호루라기 연극단’이다. 이 곳은 배우 류수영, 조승우 등이 복무했던 곳으로 연극이나 예능 쪽에 특기가 있는 전경, 의경, 경찰 등이 합동으로 성폭력, 유괴예방 등 다양한 민생치안과 관련된 주제로 공연을 펼치는 경찰 소속 연극단이다. 얼마 전 몇몇 연예인들이 호루라기 연극단 오디션에 합격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사가 뜨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 중 유난히 ‘유아인’에게만 누리꾼들의 악플이 집중되었다. 이는 유아인이 평소 SNS를 통해 소신발언을 즐겨 했었고, 이를 통해 ‘개념배우’ ‘개념연예인’등의 타이틀을 얻어왔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즉, 대중들은 개념발언을 하던 유아인이 호루라기 연극단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결국 ‘개념있는 척’ 했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이다. 전쟁에서는 전투병도 중요하지만, 전투병을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통신병, 보급병, 취사병 등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전투병이 뛰어나더라도 통신, 보급이 끊기거나 취사병이 없다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항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각자의 ‘특기’에 맞는 특기병이 존재하는 것이다. 연예병사는 연예인의 특기병을 살릴 수 있는 하나의 특기병에 불과했고,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관리부족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세븐과 상추가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연예병사라서가 아닌, 군인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rule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1차적으로는 국방부의 관리소홀에서 2차적으로는 연예병사들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IT 특기병ⓒhttp://it35.tistory.com/624


호루라기 연극단과 유아인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은 ‘연예인 특기병’ 그 자체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평소 SNS에서 네티즌들이 '개념 있게' 여기던 그의 행동이나 말들이 더해지며 “유아인이 그러면 안 되지”라는 분위기마저 만들어졌다. 이미 대중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군 복무는 해병대 정도는 되어야 인정해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번 논란은 연예인을 향한 대중들의 도덕적인 잣대가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역과 공익으로 남자연예인의 군 복무를 평가하던 트렌드는 지나고, 이제 남자연예인의 개념탑재 여부는 해병대와 같은 힘든 곳에서 복무해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기병으로 복무하는 연예인들이 개념 없는 연예인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자부심을 가지고 군 복무를 하는 것 또한 개념있게 여겨질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