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아직까지도 논란을 낳고 있다. 부모의 호적에 아이를 올려야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원치 않는 미혼모들은 아이를 버리거나 인터넷 불법입양 등 관련 범죄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동복지 관련 복지센터, 시민단체 등이 문제 해결을 위해 소리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정부는 적절한 대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는 미혼모를 응원하고 그들의 힘이 되려 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동아대학교 두리모아

 

‘희생’이란 이름을 단 봉사가 아닌, ‘나눔’으로 그들과 함께 하려는 동아대학교 ‘두리모아’의 대표 신승렬, 회장 형소영, 운영진 민혜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두리모아’, 친목도모가 강한 일반적인 대학 동아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동아리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동가족학과 수업 중 아동복지를 다루면서, 입양 문제에 관해 공부하게 되었는데, 두리모들이 아이를 낳았음에도 입양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문이 들었다. 만약 아이를 원치 않았다면 낙태라는 다른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를 입양 보내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부터 두리모들이 입양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해보니 그들은 누구보다 모성애가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과 정부의 지원정책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두리모들이 누구보다도 강한 모성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이 집단이 가진 힘을 사회에 긍정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 인식도 차차 변화할 것이며, 그들을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Q. 두리모란 단어가 생소하다. 뜻이 무엇인가?


두리모는 미혼모라는 단어를 대체하기 위해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공모전에서 선정된 이름이다. 혼자의 몸으로 아빠와 엄마 둘의 몫을 하고 아이를 보호하는 둘레 역할을 해야 하고, 세상의 편견에도 맞설 수 있는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가져야 하는 미혼모를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그 이름대로, 그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전환한 사람들이다.

 

Q.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신입생 선발부터 봉사 전 교육까지 굉장히 까다로울 것 같다. 


선발도 까다롭지만, 선발 후에도 의무적으로 봉사교육이 진행된다. 봉사교육에서는 봉사에 앞서 갖추어야할 복장, 시간약속 등 주의해야할 점들을 교육한다. 특히 어떤 이유로든 사진을 사용하게 될 경우 아이들이나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을 이용하고, 혹여 얼굴이 나왔을 경우 가려서 사용해야 한다. SNS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의 경우 자기가 활동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도 기관의 허락을 받고 찍고 절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Q. 인간보건복지협회 TOP-US, 생명사랑 등의 단체와도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어떤 활동인가?

 
TOP-US, 생명사랑 서포터즈 모두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대학생 동아리이다. 인구문제, 생명존중 등을 다루는 단체로, 우리 두리모아가 가진 생명존중의 가치와 맞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두리모를 위해서 인구문제를 연결시켜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협력을 시작했다. 우리가 시작할 당시 TOP-US는 노인 복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두리모, 한부모가정에 대한 문제에 대해 안건을 제시했고, 올해부터는 두리모, 한부모 가정에 대한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Q.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

두리모아 자체적인 캠페인을 하고 싶었다. 교내, 교외에서 두리모에 대해 알리고 그들의 환경 개선과 그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이다. 하지만 아직 작은 교내 동아리기 때문에 부스제공을 받기도 어려워 학교 행사에서만 부스를 빌릴 수 있었다. 올해는 장소섭외에 주력해서 자체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단순히 선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뚜렷한 근거가 있는 주장을 하고 싶다. 두리모들에 관련된 기관, 학회, 석박사 논문, 여성가족부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두리모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다. 최근에 올라온 자료들이 거의 없어 자료수집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까지 모은 자료를 통합해가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만들고 있다.

 

Q. 활동할 때 보람을 느끼거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우리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들 교육봉사 또한 진행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시험기간 때문에 교육봉사를 잠시 쉬었다가 간적이 있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나와 있던 아이들을 보았을 때 울컥 했었던 기억이 있다. 또 센터 선생님들이 장기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실 때도 그렇다. 오히려 지금은 저희를 봐주시고 챙겨주실 때도 있어서 감사하고 가족 같다는 기분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교내 동아리 콘테스트 참여했을 때, 대외기관의 활동증명서를 받아야 했었다. 당시 급하게 준비해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기관에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모두 흔쾌히 써주셨다. 선생님이 적어주신 글들에는 우리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주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적혀있었다. 그 글을 읽었을 때 ‘아 우리가 뜻 깊은 활동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동아대학교 두리모아 운영진


Q. 2012년 동아리를 만든 이후 꾸준히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동아리 친구들과 서로 돈독할 것 같다.

꾸준히 해온 만큼 집단 자체가 강하게 뭉쳐있다. 특히 운영진 친구들이 노력을 많이 해줘서 그렇기도 하다. 동아리 창단 초창기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미혼모시설,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고 싶어도 그쪽에서 많이 거절했다. 경력도 없는 단체다보니 전문성이나 신뢰도에 많이 의문을 가지셨고, 꾸준히 할지 안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지만 꾸준히 요청하고 봉사하다보니 많은 기관에서 마음을 열었다. 장기간 봉사하면서 우리끼리도 더 유대가 돈독해지는 것 같다. 또 자원봉사를 꾸준히 하다 보니 자원봉사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원봉사를 하면서 스스로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점들이 우리 모두에게 작용되어 더 돈독한 것 같다.  


Q. 한부모 가정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인식, 아직도 차가운 것 같다 . 어떻게 생각하나?


비난받을 일이 아님에도 부정적 인식을 받고 있고, 본인이 아이의 애정을 가지고 기르려 하지만 기르지 못하게 유도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분노 했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두리모시설 25개 중 17개가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그래서 입양을 선택한 두리모만 입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저소득층 두리모에겐 한 달 5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하지만, 모든 입양 부모에게는 한 달 10만원의 양육보조비를 지원했다.

 
아동과 관련한 모든 법은 그 아동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 품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양육과 입양 모두 균형적인 지원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 정책은 입양을 권유하고 있다. 아이와 부모가 떨어지는 것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고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 삶을 계속 누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사회적으로 두리모, 한부모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어야만 그들이 설 자리가 넓어질 것이다. 


Q. 앞으로 활동계획은?


일단 포기하지 않고 활동하는 것! 무엇보다 끝까지 활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서로 도움을 줄수 있는 단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우리는 두리모를 위한 집단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고함20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혼모 대신 두리모 라고 불러주시길 바란다. 작은 단어의 변화로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