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인물 같은 옷차림에 환한 미소,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말투. 우리가 기억하는 놀이공원 직원들은 언제나 밝은 모습이다. 하지만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고 했던가. 밝은 모습의 그들이 정말로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섣부른 판단이다. <고함20>이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로 9개월을 보낸 대학생 최민정(22‧가명) 씨를 인터뷰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22살이고 대학생이에요. 지난해 1년 휴학을 하면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놀이공원에서 9개월 정도 일했어요.”


Q. 많은 아르바이트 중 놀이공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시급을 많이 주는 아르바이트를 찾았는데 놀이공원 아르바이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일했던 사람들이 쓴 후기를 읽어보니, 젊었을 때 아니면 못 해보는 재밌는 아르바이트라고 하길래 하게 됐어요.”


Q.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에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구하는 게 첫 번째 방법인데, 이건 놀이공원이 직접 뽑는 게 아니라 협력업체에서 뽑는 거예요. 저는 놀이공원 홈페이지에서 직접 신청해서 구했어요. 홈페이지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상시 모집하고 있어서 구하는 과정이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Q. 맡으신 업무는 뭐였어요?

“핫도그나 츄러스 같은 간단한 스낵을 파는 일을 했어요.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서 먹는 식사가 아닌 간단한 음식이다 보니 때때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도 겸했어요.”


Q. 근무 시간은 얼마 정도인가요?

“기본적으로 명시된 근무 시간은 9시 30분부터 6시 반까지예요. 하지만 이건 겨울 같은 비성수기 때의 이야기고요, 보통은 놀이공원 업무가 종료되는 11시까지 일해요. 마감하다보면 12시 가까이 돼서 퇴근하는 경우도 많고요. 바쁜 날에는 8시에 출근해서 12시까지 일한 적도 있어요.”


Q. 연장근무가 일상적인 일인가 보네요.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는 거의 연장근무로 돈을 버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연장근무 안 하면 월급이 100만 원 정도에서 그쳐요. 저도 장마철에 연장근무를 많이 못 했을 때 110만 원 받은 적이 있어요. 반대로 성수기에 연장근무를 많이 하면, 저희는 그걸 ‘연장 쌓는다’고 표현하는데, 180만 원까지 받은 적도 있어요.”


Q. 처음부터 연장근무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연장근무를 할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상적인 일이라곤 생각 못 했어요. 계약서에 연장근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적혀 있지만, 솔직히 꼼꼼히 안 읽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연장근무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저랑 같이 교육을 받았던 아르바이트생이 70명 정도 되는데 한 달 후에는 3분의 1 정도만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들어온 지 100일 지나면 100일 파티도 열어줘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홈페이지에서 상시로 아르바이트생 뽑는 것도 일손이 부족해서일 거예요.”


Q. 휴무는 얼마 정도 있나요?

“일주일에 한 번 쉴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원하는 날짜에 쉴 수 있게 해주는데 아무래도 주말은 바쁘다 보니 주말에 쉰다고 하면 좋아하진 않아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도 공휴일에 근무하면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주말엔 잘 안 쉬어요. 그런데 사실 이건 원칙적인 거고 휴무가 되게 불규칙적이에요.”


Q. 어떻게 불규칙적이라는 건가요?

“비오는 날처럼 손님이 없을 것 같은 날에는 갑자기 연락이 와요. ‘너 오늘 쉬어라’ 이런 식으로요. 장마철에는 3일 연속 쉬는 경우도 있어요. 당장은 몸이 편하니까 쉬긴 하는데 월급을 받고 나면 허무해요. 연장을 쌓아놨는데 하루 쉬어버리면 그게 다 없던 것처럼 돼버리잖아요. 관리하는 입장에선 아르바이트생들 간에 근무시간을 비슷하게 맞추는 게 월급 주기도 편하니까, 연장을 많이 쌓아놓은 사람부터 쉬게 해요. 연장근무 하는 건 일 시작할 때부터 알았는데 이렇게 당일에 ‘오늘은 안 나와도 된다’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Q. 아르바이트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연속으로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긴 거요. 제가 일한 파트는 위에서 지정해준 쉬는 시간이 없어요. 놀이기구 운행하는 파트의 경우에는 ‘3시간에 한 번씩이라도 쉬어라’ 이런 식으로 정직원이 말해준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그런 게 없어요. 손님이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생들끼리 자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쉬어요. 직원들도 그걸 뭐라고 하진 않죠. 그런데 손님이 많으면 다섯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계속 서서 일해요. 식사 시간은 40분 정도 주는데, 한 명이라도 없으면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힘들어지니까 밥도 눈치껏 빨리 먹고 와요.”


Q. 손님을 계속 만나는 업무잖아요, 소위 ‘진상 손님’은 없었나요?

“추석 때 5시간 정도 계속 서서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어린 아이가 와서 반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이거, 저거’ 이런 식으로요. 서비스업이니까 웃어야 하는 건 맞는데 웃을 수가 없어서 무표정으로 있으니까 아이 아버지가 ‘아가씨, 힘든 건 알겠는데 좀 웃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억지로 웃고 있으니까 ‘아니, 이 아가씨가 진짜’라는 말까지 하셨어요. 뒤에 기다리던 손님이 한 마디 하니까 그냥 가시긴 했는데 기분 나빴어요.”


Q. 지금까지 힘든 얘기만 했는데, 반대로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이 힘들다 보니까 자부심이 생겨요. 앞으로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됐죠. 흔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보니 경력 면에서도 좋아요. 또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전부 20대 또래 친구들이니까 친구 사귀는 재미도 있어요. 새로운 대학에 와서 친구를 사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모여서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니까 사귀는 경우도 많고. 3달 안에 남자친구, 여자친구 못 사귀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Q. 마지막으로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에 대해 하실 말씀 있으세요?

“거기서 제공하는 밥이 정말 맛있어요. 맛없는 메뉴가 거의 없어요. 재밌는 건 한 끼에 1000칼로리가 넘는 식단인데 일이 힘드니까 살은 오히려 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