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강원도로 휴가를 갔을 때다. 아파트 근처에 숙소를 잡았던 우리 일행은 도로변과 보도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됐다. 죽었는지 아니면 잠이 든 건지도 모를 만큼 평온한 자세였다. 일행과 함께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죽은 생명체에 대해선 면역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곧 죽은 고양이라는 확신이 들자 검색 사이트를 켜고 죽은 고양이 묻어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죽은 동물은 묻어줘야 하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색을 통해 본 죽은 고양이 대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묻는 건 불법이니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세요’

최근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를 위한 장례식은 여전히 쉽지 않다. ⓒ 제천인터넷뉴스


포털사이트 검색에 따르면 죽은 고양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불법이지만 묻어준다. 둘째, 종량제 봉투에 담은 후 ‘지역 번호 + 120’으로 전화를 건다. 단, 이 경우엔 집을 포함한 사유지가 아닌 ‘길에서’ 죽은 고양이만 해당된다.


이 외에 고양이를 화장하는 방법도 있다. 비용은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이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애완용 고양이를 키우던 주인이 아닌 이상 잘 선택하지는 않는 방법이다.


지식인을 비롯한 검색 포털 사이트에선 ‘죽은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어떻게 처리하죠?’, ‘죽은 고양이 묻어줘도 되나요?’ 등의 질문이 많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다. 또 고양이를 묻어주는 방법 등이 특별한 듯 블로그 포스팅으로 올라오곤 한다. 죽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다는 글 또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장례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된다. 땅에 묻으면 불법으로 간주되어 벌금을 물기도 한다. 토양오염 혹은 수질 및 생태계 보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폐기물관리법’에 의하면 동물에서 배출되는 동물 사체에 한해서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역시나 ‘길고양이’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서울시의 ‘반려동물폐기물처리실적’을 보면 2012년 한해, 조류, 애완견,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 사체 처리 실적은 4,16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양이 사체는 3,465건에 달한다. 길고양이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 때문이다.


캣맘인 김보연(23)씨는 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난 후 동물병원을 통해 화장을 한 적이 있다. 김씨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동물사체를 땅에 묻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 병든 사체가 썩으면 토양뿐만 아니라 지하수가 있을 경우엔 수질오염까지 발생한다.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 할 수도 있다. 인간과 동물을 위해서도 땅속에 함부로 묻는 건 굉장히 위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보연씨 또한 죽은 동물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취급을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이유에서다. 폐기물관리법에 의한 규정에 대해서도 “길에서 죽은 고양이 중 어떤 고양이가 길냥이(길고양이)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구분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하는 동물장례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 ‘Pet Heaven Memorial Park’ 제도가 그것이다. 또한 비교적 땅이 넓은 미국의 경우 도로에서 죽은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전문 직업인 ‘Roadkill collector’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을 위한 미용센터 등은 넘쳐나지만, 죽은 애완동물을 위한 기관과 제도는 없다시피 한다. 최근 ‘동물장묘업 규제완화’ 추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시장적 측면에서의 효율성 상승일 뿐 가난한 사람들, 또는 주인이 없는 동물들에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웹툰 ‘고양이 장례식’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던 두 사람은 고양이를 묻어주고 고양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죽은 동물을 위한 법안 제정에도 이와 같은 ‘추모’의 마음이 필요하다. ‘잘 돌보기’ 위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잘 보내주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