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가 다가오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사전투표가 기존의 부재자투표와 가장 다른 점은 편리함이다. 통합선거인명부(전국의 유권자를 하나의 명부로 전산화하여 관리하는 선거인명부)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재자신고를 하지 않아도, 사전투표일인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전투표가 전면 도입되면서 기존의 부재자투표는 실시되지 않는다.


선거 관련 전문가들은 사전투표가 투표율 견인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의 투표율을 올리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허진재 갤럽 이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시행되는 사전투표제는 주로 대학생들의 투표율 높이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업 등의 목적으로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의 거주지가 다른 대학생들이 사전투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 역시 사전투표라는 새로운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과 야권은 사전투표라는 같은 제도를 두고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야권은 사전투표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오른다면 자연스레 야권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높은 투표율이 반드시 야권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게 지난 대선에서 증명됐다는 입장이다. 만약 사전투표율이 높아 야권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역으로 정식 투표일인 6월 4일에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이 하는 생각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사전투표제도로 젊은층, 특히 대학생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사전투표를 알고 있을 것’이란 그들의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다. 대학생 105명을 대상으로 한 <고함20>의 설문조사에서 사전투표가 어떤 제도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대학생은 응답자의 34%에 불과했다. 60%의 대학생은 사전투표의 ‘명칭만 들어 보았다’고 응답했으며, 제도를 아예 알지 못하는 응답자가 6%였다.





이처럼 대학생들이 사전투표를 알지 못하는 것은 홍보 부족 때문이다. 선관위는 홍보를 위해 체험관을 운영하고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사전투표를 알리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선관위를 통해 사전투표를 알게 됐다는 응답은 20%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지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사전투표를 접했다는 응답(18%)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대학생 A(22) 씨는 “버스 전광판에서 ‘사전투표’라는 글자를 보긴 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투표를 알거나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자의 48%는 언론보도를 통해 사전투표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언론이 사전투표를 홍보하는 주요한 통로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언론을 통한 홍보가 이뤄졌음에도 사전투표를 잘 알지 못하는 대학생이 많은 것은, 대학생이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자주 접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의 ‘명칭만 들어 보았다’고 응답한 대학생 최유정(21) 씨는 “신문을 열심히 보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사전투표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사전투표의 취지는 대학생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전투표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40%의 대학생 중 63%는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의 거주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33%는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구 출신 대학생 B(23) 씨는 “부재자신고 없이도 서울에서 투표할 수 있다고 하니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에게 사전투표는 ‘편하지만 잘 모르는 제도’일 뿐이다. 제대로 홍보도 되지 않은 제도 하나를 두고,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오를 것이니 우리 측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의 반응은 결국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사전투표를 아예 모르고, 사전투표를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대학생 C(22) 씨는 “사전투표제도가 생겼다고 해서 정치에 관심 없는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게다가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투표율이 오를 거라는 건 안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C 씨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를 투표장으로 향하게 할 힘이 사전투표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