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검거 대작전이 한창이다. 5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현상금까지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일 “유병언 일가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엄벌하겠다”며 유병언 검거를 촉구했다. 유병언이 있다고 알려진 순천에는 현상금을 노린 유병언 헌터들이 몰려왔고, 유병언의 측근들은 줄줄이 잡혀가고 있다. 유병언의 처남도 구속됐다. 유병언과 관련된 인물들을 다 잡아들일 기세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유병언의 뒤를 열심히 쫓는 검찰과 경찰의 모습이 마치 생중계처럼 방송된다. 한때 유병언을 이미 검거했지만,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방선거 바로 전날 유병언 체포 소식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하지만 그건 검경을 과대평가한 말이었다. 수사를 시작한 지 50일이 넘었는데도 검경은 여전히 유병언의 흔적만 겨우 찾아내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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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세월호를 운영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다. 청해진해운에서는 화물 운송 수익을 늘리기 위해 화물을 과다하게 실었고, 화물을 결박하는 비용이 비쌌기에 결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인건비를 줄이려고 선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결국에는 세월호 침몰,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유병언에게도 분명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건 맞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유병언을 잡아서 처벌한다고 해서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진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일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재난 방지 대책은 십수 년째 발전이 없는 실정이다.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보면 제2의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제3의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라고도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사고 방지 대책은 세우지 않고, 생색내기식 사후 처방만 이뤄지는 일이 반복됐다. 정부에서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은 해병대 캠프 금지, 학생회 단독 주관의 오리엔테이션 금지였다. 사고 원인의 본질과는 별 상관없는 희생양만 엄단해온 꼴이다. 이런 악습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불행히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 또한 계속 생겨왔다.

 

정부에서는 참사의 책임을 독박 씌울 대상을 찾는 짓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사고의 규모가 더 커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혈안으로 희생양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 대상의 첫 타자는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이었고, 두 번째 타자는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한 해경이었고, 세 번째 타자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인 셈이다. 이들의 과실을 변호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들을 처벌함은 물론이고 사고 재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사고 재발 대책은 전혀 얘기하지 않고, 뒤늦은 처벌에만 과도하게 열을 올리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아직 12명이 실종자로 남아있다. 그들은 원래 실종자가 아니었다.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지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12명은 배 안 어딘가에 남아있고, 정말로 실종자가 되어가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거리로 출근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침묵시위에 나선 이들이 대거 연행되기도 했다.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을 악마화시키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꾸중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유병언을 잡으면 모든 일이 해결이라도 될 듯 허구한 날 유병언을 빨리 검거하라, 금수원에 강제 진입해야 한다, 따위의 말만 늘어놓는다. 유병언을 잡게 된다면 그다음 희생양은 또 누가 될까? 그게 아니라면 세월호 참사가 잊힐 때까지 오매불망 유병언만 찾아다닐 작정인가? 지금도 늦진 않았다.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본질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