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 국방부는 ‘군 복무 학점인정제도’를 내놓았다. 이 제도는 군 복무를 중 일정 활동에 대해 학점을 부여하고, 이를 교양 또는 일반선택 과목의 최대 9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이 제도를 학업단절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군 복무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내놓았다. 


'학점인정제도'에 대해 몇몇은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과 일부 남성을 역차별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그 어떤 집단보다 ‘여성’을 향해 쏟아졌다. 그간 군대 관련 논쟁처럼, 이번 학점인정제도 논쟁에서도 하나의 유령 - 성 대결과 여성혐오라는 유령이, 댓글란을 장악했다. 남성 네티즌은 각종 비속어와 혐오의 감정을 담아 여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의 감수성을 체화한 소위 ‘개념녀’들도 그 비난에 동조했다. 그러나 이쯤에서, 군인 복지를 들이미는 동시에 여성혐오를 실천하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군인들의 복지 문제에서 가장 큰 적은 과연 ‘여자’인가? 



저격해야 될 대상은 여자가 아니다!



군대 관련 논쟁이 늘 성대결 구도로 흘러가다 보니, 정작 정말 중요한 점이 수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장병들의 복지향상 이슈에서 가장 큰 방해자는 ‘여자’가 아니라 군대 정책을 관할하는 ‘국방부와 정부’이라는 점이다. 국방부는 정작 사병 복지정책의 본질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채, 국지적인 효과를 지닐 뿐인, 복지를 위하는 ‘척’만하는 생색내기 정책만 제시하고 있다. '학점인정제도'를 통해, 졸업이수학점이 줄어 사회진출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혜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이 ’줄어들‘ 뿐이지  21개월이라는 공백의 기간 동안 자신의 경력과 밀접한 무언가를 허락하는 ‘경력단절’의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군대와 관련한 이슈 중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급여 문제와 군 복무기간이다. 이들 모두 선거 때마다 늘 화제가 되는 것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정책 수행은 없고 늘 이슈만 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병사 월급은 징병제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버지식방 비용이나 전화비 등 군인 생활에 필수적인 요금까지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병사 월급은 아마 징병제 국가 중 꼴찌를 달리지 않을까 싶다. 2012년 대선 후보 박근혜 후보는 군 복무기간 단축 공략 내세웠지만, 2014년 대통령 박근혜는 군 복무기간 단축엔 관심이 없다. 


이처럼 정부와 국방부는 본질적이고 제대로 된 장병 지원정책은 내놓지 않고 관심도 없다. 장병 복지정책 논쟁의 구도를 ‘장병(다수의 남성) vs 국방부와 정부’가 아니라 ‘여성 vs 남성’로 형성하는 것은 국방부의 태만함과 무책임함을 숨겨주는 꼴밖에 안 된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성대결 구도가 들어오기 어려운 정책일수록 핵심적인 장병 복지정책이다. 군대 밖에서 해결해야하는 가산점 제도, 학점인정제도 등은 실질적인 해결책도 아닐뿐더러, 민간과 협력해야 하고 다른 집단도 고려해야 하므로 정책 집행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군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급여 인상 문제와 군 복무기간 문제 등은 국방부-정부 내에서 해결할 수 있고, 내부적 문제이므로 다른 사회 집단도 고려할 필요도 적다. 성 대결에 휩쓸려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다하기보단, 군인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주체가 과연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 대상에 요구와 비난을 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