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에서는 ‘XX대학교 대나무숲’,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의 익명 제보 페이지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페이지들에는 소소한 고민 상담, 진로와 성적 고민, 연애와 인간관계 등 대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연들이 공유되었다. 익명 제보라는 형식을 통해 제보자의 사생활이 보장되었고, 이에 따른 사연의 진솔함 때문에 많은 독자가 사연에 공감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이러한 익명 제보라는 형식을 이용하여 ‘XX대학교 훈남훈녀’라는 페이지가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 페이지에는 훈훈하다고 여겨지는 외모를 가진 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그들의 성격에 대한 친구의 간단한 평가와 더불어 아직 애인이 없는 경우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줄 것을 부탁하는 형식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행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훈남훈녀 페이지, 처음에는 자신의 친구를 장난으로 제보하기도 했고, 좋아요 몇 개가 넘으면 무엇을 하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걸어 관심을 유도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수많은 독자가 눌러대는 ‘좋아요’ 탓에 원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또 진지하게 ‘훈남과 훈녀’에 대한 기준을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강대학교의 대나무숲 페이지에서 ‘서강대학교 훈남훈녀 페이지’의 개설 여부를 두고 벌어진 논의에서 그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훈녀와 훈남의 원래 뜻은 일반적인 미녀와 미남이라기보다는 볼수록 훈훈해지는, 외모뿐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임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의 미남 미녀 자랑 대회로 흘러가는 듯한 훈남훈녀 열풍이 옳지 않음을 지적했다.

 

ⓒ 페이스북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

이러한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대부분 훈남훈녀 페이지들은 외모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로 대부분의 제보를 이루고 있다. 물론 외모에 대한 평가 기준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다름을 감안하고서라도, 페이지에 올라오는 인물들은 훈훈함을 넘어서는 외모를 갖고 있다.

소개글에는 얼굴만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박적으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성격이 좋고 학점 역시 뛰어나다는 묘사가 붙는다. 마지막으로는 애교스럽게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줄 것을 부탁한다. 결국 훈남훈녀라는 명목 하에 사람을 품평하고 연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라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외모지상주의라는 틀에서 나오지 못한 채 그것을 ‘훈훈함’으로 숨기고 여전히 품평회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훈남훈녀 페이지들은 익명제보라는 형식을 빌려 주변의 훈남과 훈녀들을 소개한다는 명목을 지니고는 있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대안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외모가 아닌 정말로 훈훈한 선행을 한 학우들을 제보하거나 재미있게 나온 사진을 제보하는 형식 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훈남훈녀가 아닌 엽기적인 사진을 제보받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런 페이지들에 대한 논란을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조장과 이에 대해 ‘열폭’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조금 더 깊은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사회의 병폐로 지적되는 외모지상주의에 훈남훈녀라는 개념을 덧입혀서, ‘학점도 좋다’는 나름의 기준까지 더해 대학에서 인기있는 사람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고 덧글로 평가하는 ‘방식’이야 말로 문제가 있다.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부하다. 이는 결국 SNS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형식을 빌려와서 외모라는 소재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해 즐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