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불씨, 전주 파워블로거 ‘고기 5점’ 사건
최근 맛집 파워블로거 ㄱ씨를 둘러싼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야기는 ㄱ씨가 블로그에 전주 무한리필 고기집에 방문한 후기를 남기면서 시작되었다. ㄱ씨가 작성한 글을 요약하면, 일인당 14000원의 무한리필 고기집에서 ㄱ씨는 고기 5점 밖에 먹지 않았으나 주인이 ㄱ씨를 포함한 모든 일행에게 돈을 받았다. 이에 대해 ㄱ씨는 “이렇게 야박한 인심은 처음 본다”며 해당 식당을 “다시는 발걸음하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온라인으로 퍼졌고, ㄱ씨의 행태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비판 여론을 형성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ㄱ씨는 해당 글을 비공개로 바꾸고 블로그 방명록마저 닫았다.
블로거들의 소리 없는 전쟁, 우리는 ‘파워블로거지’에 반대한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기 5점 사건’과 관련하여 ㄱ씨를 ‘파워블로거지’라고 비판하는 글이 난무하자, ㄱ씨가 명예훼손죄로 네티즌들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ㄱ씨는 자신을 비판하는 블로그 포스팅을 올린 수십 명의 블로거들에게 “법으로 심판하겠다”는 댓글을 남겼으며, 자신의 블로그에 “고민 끝에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블로거들이 ㄱ씨의 고소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네이버 카페 ‘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이하 우파반)’를 만들었다.
‘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에 따르면 해당 블로거들이 개제한 글은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도를 지나친 심한 욕설이 없었고, 블로그 주소나 실명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ㄱ씨가 고기집에 관해 쓴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ㄱ씨에게 협박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ㄱ씨가 비판한 고깃집의 주인도 나서 블로거들이 ㄱ씨에게 고소를 당할 경우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혀 ㄱ씨와 블로거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전주 파워블로거 고소사건을 통해 본 ‘파워블로거’와 ‘파워블로거지’
‘블로그 문화’는 우리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 식당에 가는 것부터 어떤 옷과 화장품을 사고,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것까지. 의식주는 물론 개인의 문화생활에 있어서도 인터넷 블로거의 후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블로그는 이제 막 10년이 넘어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기처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불특정한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블로그의 특성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블로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급 블로거’가 등장했다. 그들은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 명의 접속자를 보유하며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파워블로거가 인기를 끌다보니 일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행패를 부리는 폐해가 나타났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만든 신조어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파워블로거지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거나 업체에 돈을 받고 좋은 후기를 써주는 비양심적인 행태를 선보인다.
파워블로거가 파워블로거지가 되는 순간, ‘블로그’의 본질은 사라진다. 일상과 정보를 공유 하며 의사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던 블로그가 한 순간에 상업적 수단이 되어버린다. 어느 블로거가 추천한 맛집에 가고 어느 블로거가 좋은 후기를 남긴 물건을 사는 행위의 바탕에는 그의 ‘순수한 경험’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알고 보니 그가 음식점에서 공짜로 음식을 먹고 맛집이라고 추천했거나, 좋은 후기를 남긴 물건이 업체에서 협찬을 받은 것일 때, 네티즌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평범한 개인이 1인 미디어 급의 영향력을 지닌 파워블로거가 되는 과정은 블로그를 보는 네티즌들의 믿음이 쌓여가는 과정이다. 이를 저버리면 ‘소통’은 ‘돈벌이’가 된다.
우파반 카페 매니저는 “나날이 횡포가 심해져가는 일부 부도덕한 파워블로거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부도덕한 업체들에 관한 정보공유”를 위해 카페를 개설하였다고 소개한다. 우파반에 가입한 네티즌들은 “속이 시원하다”,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파워블로거지들의 행태를 보며 분노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는 파워블로거를 만드는 것도 파워블로거지를 경계하는 것도 네티즌의 몫임을 보여준다. 우파반이 지향하는 대중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통해 올바른 블로그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뉴스 >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어디가?!' 아역도 어린이 노동자다 (0) | 2014.08.11 |
---|---|
[거지왕의 청춘영화] '누군가는 상처 받고 있다' -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리뷰 (0) | 2014.07.28 |
[거지왕의 청춘영화]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EASY RIDER (1) | 2014.07.14 |
아트스타 코리아, 그리고 무명의 청년들 (0) | 2014.07.07 |
[거지왕의 청춘영화] 막 살고 싶은 청춘을 위해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1) | 2014.07.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