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각종 관문을 거치기 위해 ‘취준(취업준비) 스터디’가 만들어졌다. 같은 처지의 취업 준비생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점검해주면서 도움과 은근한 경쟁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자 하는 좋은 취지의 학습 방법이다. 취준 스터디는 단순히 자료나 정보의 공유를 넘어서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우며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와 같은 장점 때문에 많은 취준생들이 스터디를 취업을 위한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부상조의 미덕을 가진 취준 스터디가 작은 기업같이 변해버렸다. 누구에게나 열린 문 같았던 취준 스터디가 사람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스터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름의 ‘스펙’이다. 여기서 스펙은 단순히 효율적 학습을 위해 필요한 비슷한 점수대, 성실성, 취업을 향한 열망이 아니다. 나이부터 시작해서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학교, 최근 읽은 책, 공채 경험 등이 요구된다. 말로는 성실한 사람을 원한다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 때문에 경험이 없거나 요구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취업 준비 스터디 모집 갈무리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간 취업 준비생 ㄱ씨는 최근 스터디에 들어가기 위해 모집 측에서 원하는 양식에 맞춰서 자기소개서까지 써서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경험이 많지 않아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ㄱ씨는 “같은 취준생들끼리 너무하다 싶었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다른 스터디를 알아보고 있지만 공채 시험을 먼저 봐야 스터디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취업 준비생 ㅇ씨는 스터디마저 스펙을 보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고 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여러 가지 정보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도 모자라서 이제는 우리끼리도 스펙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하며 비참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 tvn '잉여공주'



tvn 드라마 ‘잉여공주’에서 이러한 취업 준비생의 현실을 그려냈다. 단순히 취업이 되지 않아 허덕이고 스펙에 목마른 청춘들이 아니다. 2014년 판으로 업그레이드 된 취준생의 모습이었다. 취준생인 등장인물들이 같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나왔다. 면접의 목적은 취업이 아닌 취업 스터디이다.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그들은 스터디 지원자들의 나이, 스펙, 학교, 공채경험, 외모를 지적한다. 다소 과장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이 땅의 취준생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였을 만한 명장면이었다.


얼마 전 여성신문에서도 취업 준비생의 스터디에 관한 문제를 다뤘다. 여성신문의 기사는 스터디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의 말을 빌려 기사를 끝맺었다. 왠지 허탈하다. 하루 빨리 취업 준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취준생들의 노력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으로 치부된 느낌이다. 결국 취준생은 ‘기업-경험이 있는 취준생-경험이 없는 취준생’의 먹이 사슬 속에서 영원히 고통 받는 존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