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개강하면서 출퇴근 대중교통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서울 대중교통이 붐비는 현상이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지만 7월 16일 광역버스 지정좌석제가 도입되면서 인터넷 포털 상에는 9월 개강 이후 대학생들이 제시간에 광역버스를 이용해 등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7월 19일 안전문제를 계기로 광역버스 지정좌석제가 도입되면서 여러 문제가 속출했다. 시행 첫날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좌석버스 220여 대가 투입됐지만, 서울로 진입하는 경기버스, 서울 시내버스와 맞물리며 이전보다 더욱 혼잡한 러시아워를 만들어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8월 4일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남 지사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 첫 날과 23일에는 추가 투입 버스 대수와 증회 운행이 애초 계획보다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16일에는 163대 추가 투입에 180회 증회 운행, 23일에는 164대 추가투입에 134회 증회 운행에 그쳤다. 이는 당시 국토부가 발표했던 208대 추가 투입, 270회 증회 운행에 턱없이 모자란 숫자였다.

 

ⓒ 헤럴드경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강 이후 광역버스 대란은 불 보듯 뻔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한양대학교로 향하는 3003번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정다예씨는 “지정좌석제로 바뀌면서 출퇴근 시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버스보단 전철을 타는 일이 더 많아졌다”라며 지정좌석제 이후 광역버스 이용량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지정좌석제 시행 초기에 승객들이 장시간 기다리는 문제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정씨는 “처음 시행했을 땐 버스가 승객들을 태우고 가지 않아 승객들이 왜 태우고 가지 않느냐고 항의를 많이 했다”고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또 “지정좌석제 탓에 개인차량이 많아져 차가 더 정체되는 것 같다”며 지정좌석제 대한 깊이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지정좌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정씨는 또한 “초기에는 지정좌석제가 잘 지켜지는 듯 했으나 요즘 광역버스를 타면 입석을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개강을 맞아 40대 가량의 버스를 증차했지만 예상과 달리 더 많은 승객들이 몰리며 지정좌석제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학 개강을 맞아 국토부가 한시적으로 입석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 Jtbc 뉴스 방송화면

 

개강 이후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토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시적 입석 허용으로 인해 본래 취지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다. 숭실대로 향하는 1500-2번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이정은씨는 “시행 초기에는 5분 만에 타던 버스를 3번 거절당해서 20~30분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개강 전날 입석을 허용하면서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들이 거의 서서 간다”며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은씨는 또 “개강 전에 입석한시 허용 제도가 도입되어 다행이지만 다시 입석금지가 시작되면 눈앞이 깜깜하다”며 “한번은 고속도로 진입전 정류장에서 기사님이 버스 안에 서 있던 사람들더러 내리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입석 금지제도가 다시 도입되는 데에 우려를 표했다.

트위터 계정 @Noda******씨는 “광역버스 입석금지의 여파로 버스비 오르면 강남, 종로, 대학교 근처의 원룸, 고시원이 잘될 듯. 500원 오르면 하루에 1000원 오르는 건데. 게다가 개강으로 버스 인원 2배. 나 같아도 근처에서 살 생각이 먼저 들듯”이라며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인한 버스비 인상을 걱정했다.

 

ⓒ SBS 뉴스 방송화면

 

현재와 같이 안전과 승객들의 편의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상 2층 버스 도입’이라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히 운행되고 있는 저상 2층 버스는 장애인들의 좌석권을 보장할뿐만 아니라 현재보다 2배가 넘는 승객들을 싣고 운행할 수 있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예산 등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도입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안전과 승객들의 편의가 공존하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