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들어선 스포츠·연예매체의 총합이다. ‘네티즌 반응’의 시발점이자 초단위의 속보생산능력을 갖춘 집단이기도 하다. 언론을 스포츠·연예와 일반시사로 분류한다면, 56개의 언론사 중에는 연예나 스포츠 소식만을 다루는 매체가 있고, 두 분야를 모두 취급하는 곳도 있다. 스포츠·연예매체임을 표방하면서 정치나 사회뉴스 카테고리를 두고 기사를 써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탄탄한 일간지 혹은 종합인터넷뉴스 사이트가 스포츠·연예매체를 계열사 형태로 갖춘 경우다.


여기 시사이슈가 있다. 매일아침 일간지와 검색결과를 채우는 화젯거리는 어떻게 ‘어뷰징’ 소재가 되었을까? 공장식 뉴스 공급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사회면에 등장할법한 인물이나 주제 등이 특정 키워드에 집중되어 재생산된다. 갑자기 핫이슈가 되거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들어간 평이한 키워드가 잘개 쪼개져 기사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들어선 56개의 스포츠·연예매체의 어뷰징 사례를 짧게 조명하고자 한다. 최근 5~6주 동안 주목 받았던 키워드를 정리하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 유사한 내용 재생산 등을 기준으로 몇 건의 기사를 꼽았다. 정치사회이슈 중 소위 말하는 자극적인 소재를 먼저 분류했다. 영화나 연예, 특정 스포츠종목만을 다루고, 여기에 예외가 없는 매체는 제외했다.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소식도 제외했다. 따라서 아래 사례 중에는 연예가 소식과 시사를 동시에 다루는 매체도 포함되어 있다. 홈페이지 유입만을 노리는 언론의 행태가 보였다. 몇 번의 캡쳐와 기사 주제 분류로 거대한 어뷰징의 흐름을 모두 파악할수는 없었다. 확실한것은 포털을 통한 검색어 장사와 뉴스사이트 진입 유도가 시간이 갈수록 작은 단위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어쩌다 '사회면' 취재도 겸하게 되었을까?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어울리는 듯한 마무리


김영오씨 단식 중단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김영오씨 단식 중단, 중단 하셨군요", "김영오씨 단식 중단,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김영오씨 단식 중단, 딸과 가족을 위해서 결정했군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월 28일, 김영오씨 단식 중단을 다룬 어느 기사의 마지막 문단이다. 자주 보던 마무리다. 다소 묵직한 주제에 대한 네티즌의 촌평은 괴리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가 아닌 <스포츠조선>에서 내놓은 것이다. 스포츠 연예매체에서 시사이슈를 다룰 때 천편일률로 등장하는 기사 마무리짓기 형식이다.


스포츠·연예매체들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에 대한 소식도 다뤘다. 신문이나 인터넷매체에서 스트레이트, 혹은 심층기사로 다룰 수 있는 기사다. 이미 일간지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경향, 스포츠한국이나 전문 연예매체인 스타뉴스에서도 이 소식을 내보냈다. 제목에 ‘충격’등의 수식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위 매체들은 부실대학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부실대학, 우리 학교는 없나”, “부실대학, 덕성여대도 포함됐네”, “부실대학, 재정지원 끊기면 어쩌나”



'성'과 관련되기만 하면 마음놓고 자극성 제목?


9월 5일자 네이버 뉴스 검색결과를 보면 헤럴드POP, 스포츠조선, OSEN등의 매체에서 '서울시 의회 공무원 파문 사건'을 다루는 태도를 볼 수 있다. “서울시의회 막말공무원 "XX년 한번줄래…보도된 것보다 더 심해" 대기발령조치”, “서울시의회 막말공무원 "XX년 한번 줄래? 내 물건은 수도꼭지" 경악”, 서울시의회 공무원 막말 파문, 정말 막장이네“와 같은 식의 제목이 연달아 등장한다. 역시 네티즌의 반응으로 기사가 마무리된다. 언제부터 비속어가 기사 제목에 사용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 점은 차치하고라도, 무지막지한 수사자료 옮기기는 사건 관계자에 대한 폭력으로 보일 정도다.





얼마 전 벌어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의혹에 있어서도 언론은 같은 모습을 보였다. TV리포팅이 캡쳐되어 수많은 기사에 삽입된다. 자극성 소재의 경우, 시간 간격을 매우 짧게 두고 '연타'로 발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사들의 경우 피해자가 언급한 사건경위 중 일부분이 따옴표 처리되어 제목으로 수없이 활용되고 있다.



같은 시간에 다른 제목으로 발행된 기사





해결되지 않는 '몰아쓰기'


8월 중순에는 스포츠조선, 스포츠동아에서 싱크홀을 주제로 한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연달아 내기도 했다. 간격은 최대 한시간에서 최소 20분 이었다.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뒤에도 역시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한국, 스포츠조선에서 유사한 기사를 이어서 내놨다.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짧은 간격을 두고 나온 모습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짧은 간격을 두고 나온 모습.


스포츠/연예 분야를 주로 다루는 곳만이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다루지는 않는다. 일간지와 스포츠지를 함께 운영하는 언론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이신문이나 일간지 사이트를 통해 낼 수 있는 기사가 굳이 스포츠지를 통해 포털에 풀린다. 동시에 여러곳의 창구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 스포츠 연예지보다 어뷰징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계열사 형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올바른 정보습득의 장을 마련해야 할 언론의 역할이 그것으로 무마되지는 않는다.


물론 주력분야를 따로 두면서도 '언론'이기 때문에 그날의 사건사고를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기사들은 스트레이트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사실관계에 네티즌 의견이 추가된 형태로 끊임없이 세포분열한다. 특히 평이한 시사이슈의 경우 제목을 조금씩 바꿔 검색결과에 반영된다. 사실상 어뷰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순환은 포털의 뉴스 소비-공급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슈에 순번을 매겨야하는 언론의 역할이 변화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방식은 바뀌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