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창 밖에서 항상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시간 속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설익은 르포]는 당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혹은 잊고 지낸 세계를 당신의 눈앞에 끄집어낸다. 낯설거나 익숙하거나, 그것들과 함께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을 시작해보자.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3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경기장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 중인 경기장의 사후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동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 해 전인 2014년 개최한 인천 아시안 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천시는 대회 전 아시안게임 경기장은 시민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시민이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활용 방안을 제대로 확립하지 않아 경기장은 빚덩이라는 소리만 듣게 되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인천 아시안 게임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인천 아시안 게임 경기장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봄으로써 평창 올림픽 경기장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아시안 게임 경기장의 위치 ⓒ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공식 홈페이지


 

버스가 도착한 인천 종합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문학 박태환 경기장이 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커다란 문학 야구장과 함께 돔 형식의 건물이 문학 박태환 수영장임을 알렸다.   

 

 

 

문학 박태환 경기장

 

 

수영장 앞 공터에는 몇몇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무리가 뛰어놀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전, 인천시는 문학 박태환 수영장에 수영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그 학생들이 수영 센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 예상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 건물 출입구에 앉아 있던 경비원이 수영장 내부를 구경하려는 기자를 막았다. 수영장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경비원은 수영장 내부 출입은 불가능하고 유리문 안에서만 경기장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주의하라고 했다.


유리문 너머 경기장을 본 후, 입구에 들어서기 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수영장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관리자들만이 그 근처를 서성일 뿐이었다. 유리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몇 달 전의 아시안 게임장을 박제하여 전시한 것처럼 인천 아시안 게임이라는 마크는 그대로 붙어있었다. 경비원에게 아시안 게임 이후에 수영장이 운영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작년 11월에 열린 전국 장애인 체전 이후로 선수들만 연습하러 온다며 시큰둥하게 답했다. 문학 박태환 수영장 관계자에 따르면 시민들은 3월이 되어서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 내 스포츠 센터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없다고 한다.


들어갈 수는 없고, 보이는 사람은 경비원뿐


수영장에서 발걸음을 돌린 후 도로를 따라 몇 분 걸어가자 선학 하키 경기장, 선학 체육관을 볼 수 있었다. 문학 경기장보다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이곳에는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라고 말하듯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뿐이었다. 경기장 주변은 흠잡을 곳 없이 잘 정돈되어 분위기를 더욱 황량하게 만들었다. 

 

 

선학 하키 경기장

 

 

하키 경기장 정문에 있는 경비원에게 내부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자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고, 경기장 외곽만 둘러봐야 한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질문을 하려 하자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 경기장 외곽 틈 사이로 내부를 보았지만, 경기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천시는 하키 경기장을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국가 훈련 센터로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이날은 연습이 없었는지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선학 체육관

 

 

바로 옆에 있는 선학 체육관 또한 굳게 닫힌 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인천시는 대회가 끝나기 전 선학 체육관을 시민 문화 활동을 위한 상설 공연장 및 스포츠 센터로 활용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이 기업에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광역시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키 경기장에서는 인천시 체육회 하키팀이 연습하고 있고, 선학 체육관에서는 태권도 심사 및 대관이 이루어진다. 대회가 폐막하기 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는 말과 달리,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 근처에선 인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조차 보이지 않았다. 

 

 

계양 체육관, V-League 대한항공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계양 체육관으로 향했다. 계양 체육관 근처에는 인천 아시아드 양궁장, 사이클 경기장으로 사용된 인천 국제 벨로드롬이 자리 잡고 있다. 계양 체육관은 현재 배구 리그인 V-League 대한항공 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장의 관계자는 일반인은 보안상의 문제로 내부 출입이 안된다며 거부하였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내부뿐만 아니라 경기장 근처에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주민들도 경기장이 정확히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아시안 게임 개폐회식이 열린 인천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육상과 축구 등 다목적 체육 시설로 활용되는 곳이다. 경기장에는 복합 상업시설 공사를 위한 인부들과 게이트 앞을 서성이는 경비원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 몇몇이 전부였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든 점과 인적이 드문 점은 주 경기장이 주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 

 

 

인천 아시아드 주 경기장, 인적이 드물었다

 

 

경기장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 인천 시민에게 인천 아시안 게임 경기장에 관해 묻자 “처음에는 외국인들이 인천에서 쇼핑하는 광경에 관광 수익이 높구나 하고 안심되었지만, 아시안 게임이 끝나니 많은 신설 경기장이 거의 외진 곳에 지어져 있어서 교통도 불편하고 경기 후에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불만을 드러내었다.

 

주 경기장은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 안쪽의 일정 구역까지는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서는 학생으로 보이는 단체가 트랙을 돌고 있었다. 일반인들도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게이트를 지키는 경비원의 말에 기대는 무너졌다. 

 

 

인천 아시아드 주 경기장 내부

 

 

"저기 트랙을 뛰는 사람들은 일반 시민이 아니고, 인천 교육청에서 온 어린 선수들이에요. 일반인들은 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단체는 허락이 떨어지면 사용 가능 것 같더라고요." 9월 아시안 게임 이후 경기장이 대회로 사용된 적이 있는지 물었다. "9월 이후에 아무것도 열린 게 없어요."

 

인천광역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은 보조경기장만 이용할 수 있고, 주 경기장은 엘리트 선수를 위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이 폐막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 주 경기장은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아서, 이곳은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긴 상태였다. 

 

인천 아시안 게임 경기장은 인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인천 내의 다양한 곳에 있다. 그렇기에 경기장이 주거 밀집지역뿐만 아니라 외지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인천 아시안 게임이 열린 경기장을 4곳 이상 방문해 보았지만, 시민들의 체육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 및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정적과 평창 동계 올림픽에 관한 우려만이 그 공간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