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익숙한 침대에서 눈을 뜨고, 창 밖에서 항상 같은 풍경을 마주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시간 속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설익은 르포]는 당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혹은 잊고 지낸 세계를 당신의 눈앞에 끄집어낸다. 낯설거나 익숙하거나, 그것들과 함께 일상 속의 작은 일탈을 시작해보자.


한강의 물살 위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음악은 강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려 하지만 세 개의 인공 섬 위에 있는 외국 풍의 건물이 음악을 어색하게 가로막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꿈꾸는 세빛섬의 풍경이다. 서울시는 채빛, 가빛, 솔빛 세 개의 인공섬으로 이루어진 세빛섬을 문화전시공간으로 시민들의 한강 휴식처로 만들고 다양한 행사들을 유치해 서울의 새로운 얼굴이 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빛섬은 2011년 완공 이후 운영사 선정과 특혜 시비 등의 논란으로 사실상 방치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잊혀가는 듯 했다.


세빛섬의 이름은 작년 3월 다시 한 번 거론되었다. 한국에서 흥행을 끈 영화 어벤저스의 후속작인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서울에서 촬영하면서 세빛섬이 촬영 장소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은 탓일까. 서울시는 세빛둥둥섬에서 세빛섬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2014년 10월 전면 개장했다. 과연 세빛섬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이때까지 세빛섬이 이곳에 있는지 몰랐다” 


세빛섬의 전체적인 모습


세빛섬은 고속터미널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반포 한강 공원 내에 있다. 반포 한강 공원에 들어서자 반포 대교 왼편에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빛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도심의 휴식지인 반포 한강 공원에는 가족, 연인과 함께 많은 시민이 나들이를 레저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반면 세빛섬은 반포 한강 공원의 북적임과 달리 한적한 모습을 보인다. 


채빛섬


세빛섬과 이어진 다리를 건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채빛’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채빛의 2층과 3층에는 이미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고, 1층은 상가의 입점을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점심시간 때문인지 밖에서 바라본 채빛의 풍경에는 일반 시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인부들의 모습만 보였다. 전면 개장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그곳은 준비 중이다.   


공사가 한창인 채빛


채빛에서 바로 왼편에 이어진 섬은 수상 레저 스포츠 및 전시를 위한 ‘솔빛’이다. 솔빛은 채빛에 비해 크기가 작아 그곳의 정확히 어떻게 쓰이는지 용도를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다. 건물 입구에는 솔빛이라 지은 이유는 적혀있었지, 어느 곳에도 용도는 적혀있지 않았다. 이곳의 용도를 미리 알지 못하고 방문하면 솔빛섬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전시를 위한 공간이라지만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건물 내부의 공간은 텅텅 비어 더욱 쓰임을 알 수 없었고, 여름이 아닌지라 수상 레저를 위한 공간이라고도 보기 어려웠다. 


솔빛섬 내부


마지막으로 방문한 섬인 ‘가빛’은 이전의 섬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1층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카페가 영업 중이고, 2층에는 컨벤션센터가 3층에는 펍이 있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카페에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몇몇 시민이 보였다. 마치 가빛의 활기로 세빛섬의 명맥이 이어져 가는 듯 보였다.


가빛섬


세빛섬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이름은 많이는 들어 봤지만, 이때까지 세빛섬이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다. 한강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별것 없어 조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세빛섬은 전시 행정이라는 오명을 쓴 채 흉물로 불리었지만, 서울시는 명물이 될 세빛섬을 기대하며 개장하였다. 하지만 전면 개장되어도 흉물인 것은 마찬가지다.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 랜드마크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서울시는 세빛섬이 서울의 글로벌 랜드마크가 되어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기를 원했다. 랜드마크로 도약하기를 원하는 세빛섬이 과연 랜드마크가 되기 위한 조건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랜드마크의 사전적 정의는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특이성 있는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물리적·가시적 특징의 시설물뿐만 아니라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추상적인 공간 등도 포함한다’이다. 이처럼 랜드마크라는 하나의 건축이 도시를 상징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만든다. 


한국에는 숭례문을 외국의 경우 자유의 여신상, 피라미드, 만리장성, 에펠탑 등이 랜드마크라 불린다. 이처럼 국가 혹은 도시마다 상징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들은 대체로 역사적 의미와 도시 이미지, 디자인의 특수성이 부합하여 많은 관광객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경쟁력을 가진다. 이것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가 국가 내에서 스스로 랜드마크라 정하였기 때문인 것이 아니다. 


세빛섬은 서울의 랜드마크보다는 반포 한강 공원에 갔다가 한 번씩 들르는 부가적 공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강의 랜드마크 조차 되기 힘들어 보였다. 랜드마크보다는 마시고 먹을 수 있는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는 도심의 한 공간에 불과하였다. 랜드마크를 위해 만든 건축물이 과연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상징성을 담지 않는 건축물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