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20대가 봄에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봄바람을맞으며 '알바'를 검색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봄은 최저시급의 계절이라는 것. ‘최저시급’이라고 쓰고 한국에서 알바 평균시급이라 읽는 최저시급은 매년 봄마다 결정된다. 올해 노동계는 최저시급 1만 원 캠페인을 들고나왔다. 


지난 4월 2일 2016년도 최저임금 투쟁을 위한 '최저임금연대'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최저시급 1만원'이다 ⓒ최저임급연대


과연 1만 원이면 대한민국 알바 청년들의 생활은 얼마큼 나아질까? 한국과 물가가 비슷한 다른 나라는 최저시급이 얼마일까? 그전에, 전 세계 시급은 어디에서 ‘한번’에 볼 수 있지? ‘How Much is My Labor?(이하 HMML)’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HMML은 전세계 최저시급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웹사이트다. 원하는 나라만 골라 일대일비교도 할 수 있다. 통계 사이트라 해서 숫자들만이 둥둥 떠다니는 곳은 아니다. 통계자료는 파스텔톤의 그래프로, 최저시급은 코카콜라, ZARA 청바지 등 친숙한 상품으로 표시된다. 숫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편히 볼 수 있다. 총 46개 국가 중에서 두 나라만 골라 비교할 수도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대한민국 노동자는 ZARA 청바지를 10시간 34분을 일해야 한다. 세계 평균은 6시간 57분 ⓒHMML 사이트 캡쳐



HMML의 개발자 김혁(26세,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4) 씨와 3월 22일 서울대입구역 스타벅스에서 HMML 프로젝트와 최저시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먼저 'How Much is My Labor?' 프로젝트의 시작이 궁금해요. 계기가 뭐였어요?

계기는 작년 초에 알바연대가 '최저시급 1만 원' 캠페인을 열심히 홍보할 때였어요. 좋은 일 하는구나...라고 긍정적으로 봤는데 만약 내가 최저임금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다면 모르고 얘기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관련 자료 좀 찾아볼까 하다가 코딩이랑 통계연습 좀 할 겸 작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어요. 부전공이 컴퓨터랑 통계학이에요. 

 

그래서 혼자서 통계자료 수집부터 홈페이지 제작까지 가능했던 거였네요.

아 네네. 예전부터 코딩에 관심이 있었기도했고요.

 

프로젝트 완성까지는 얼마 정도 걸렸어요?

하루에 8시간씩 했다고 했을 땐 20일 정도? 12일은 정보를 찾았고 8일은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HMML은 1인 프로젝트잖아요.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한계같은 것도 있었어요?

최저시급 정보가 흩어져 있다 보니 정보 수집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 자료를 가지고 유의미한 질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데, 그 부분은 한계였어요. 제가 노동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1인 프로젝트라 관점도 제한되니까...

 

그러한 한계점과 관련해서 전문가에게 질문이나 도움을 청해 본 적은 없어요?

일단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렇게 관심받을 줄 몰랐어요. '변방의 학생이 만들었겠구나' 정도 반응을 예상했었어요. 만약 제가 그런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죠. 딱 봐도 정치적으로 어떤 입장인지가 보이는, 민감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제가 HMML을 통해 최저시급에 대한 어떤 결론이나 방향을 제시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그러면 논문써야죠(웃음).


그러니까 HMML의 목적은 결론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잘’ 전달해서 최저시급에 대해 양질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전세계 최저시급은 어디서 한 번에 볼 수 있지?"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할 수 없잖아요. 데이터가 없어도 뭔가를 논리적으로 주장할 순 있겠지만 갈수록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저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최저임금 운동을 하는 분들도 대중이라고 봤을 때, HMML을 통해 대중들도 쉽게 전세계 최저시급에 대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저도 시작하기 전까지는 HMML에넣은 데이터를 어디서 찾지?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정보를 찾는데 엄청 오래 걸렸죠.


대한민국과 OECD 국가들의 최저시급/물가 비교 그래프 ⓒHMML 사이트 캡쳐


대부분 자기가 알바 노동자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어서 알바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게되는 거 같아요. 그런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고 또 그 경혐이 알바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HMML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나요?

그렇겠죠? 아르바이트 경험은 근로장학생 정도지만 주변에서 그런 경험은 꽤 들었어요. 알바 노동 문제는 주변에 아르바이트가 필요 없는 아주 부유한 친구들밖에 없지 않은 이상 다들 공감할 거에요.

 

HMML을 다 만들고 돌아온 반응은 어땠어요?

친구들은 "이상한 거 하고 있구나"라고 했어요(웃음). 제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은 재미없잖아요.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애들은 "와 진짜 신기하다." 그 정도였어요. 페이스북에 올리면 좋아요 몇 개 받고. 중요한 반응도 몇 개 받았어요. 어쩔 수 없이 추산한 자료도 있는데, 그런 부분과 관련된 피드백이었어요. 추산한 수치와 실제로 거기서 느껴지는 것하고 다를 테니까. 예를들어 제가 적어 넣은 일본의 최저임금은 “최저 시급이 그 정도인 곳은 완전 시골밖에 없을 거다”라는 거요.  

 

HMML 만들면서 한국 물가에 적절한 최저임금도 생각해봤을 것 같아요. 사이트 내에 “최저시급이 효과가 있을까”라는 메뉴도 있어요. 한국 물가에 적절한 최저시급은 얼마 정도라고 생각해요?

8-9천 원 이상이어야 살만하지 않을까. 시급이 낮으면 일을 많이 하면 되는데 그게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가 바라는 점이 아니잖아요. 선진국이라고 하면 여가시간이 풍부하면서도 수입이 풍부한 사회를 말하는데, 여가시간은 없는데 일만 해서 수입만 많은 사회가 과연 선진국일까? 지표로는 선진국일 순 있겠죠. 내가 선진국 국민이라는 점에서 기쁨을 느낄 수도 있겠고, 하지만 그러면 영원히 정말 선진국 사람들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낄 텐데 그러면 과연 좋을까? 노동시간이 줄려면 임금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최저시급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이외에도 관심 있는 청년문제가 있어요?

일단은 일자리가 없는 것. 그리고 교육문제. 자기계발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영어 밖에 할 줄 몰라도 서울에서 사는데 불편함을 못 느낄 것 같아요. 편의점에 가도 물건 살 땐 대다수가 영어로 가격을 말해줄 걸요. 그 정도로 영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최저시급이나 그 이하로 고용하려 하니깐 문제라고 생각해요. 고급인력(고급인력이라는말이 웃기긴 하지만)을 최저로 쓰라고 만든 최저시급이 아닌데...

 

HMML은 나라별로 특정 통계정보를 비교하는 형식이잖아요. 이는 다른 주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외에 이러한 형식을 적용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최저생계비로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최저생계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정방식이 여럿 있지만 모두 제한적이고, 국가마다 산정기준이 다르고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일차적인 자료인 최저시급을 가지고 HMML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에요. 최저시급은 기준 없이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거니까. HMML에서모은 데이터를 다르게 볼 방법을 생각해볼 거에요.

 

*제일기획이 3월 31일 발표한 조사 결과. 20대는 아르바이트(21.7%), 맛집(16.7%), 여행(13.2%) 순으로 검색했다. (조사 기간: 2월 15일 ~ 3월 15일. 조사대상: 디자털 패널 8천명의 검색어 데이터 23만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