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 슬며시 여름을 밀어내는 것 같은 요즘이다. 아직 완연한 가을이 오기도 전에 독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조금 이르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책과 대통령' 대한 이야기를 혼자 알고 있기가 아쉬워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자판을 두드리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했다.

“책 한권이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대통령이 읽는 책과 그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의 연관성을 설명한 재미있는 글 하나를 보았다. 이 글에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의 예시까지 나와 있어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노예 해방 선언으로 유명한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은 남북 전쟁에서 북군을 지도하여 민주주의 전통과 연방제를 지키고 노예 해방 선언을 한 대통령이다. 그는 백악관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곧장 의회도서관으로 달려가 군사전략서를 봤을 뿐만 아니라 남북전쟁 와중에도 책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는 ‘링컨 독서법’이 나올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그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미국에 링컨 대통령이 있다면 영국에는 처칠 총리가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때 해군 장관⋅군수 장관⋅육군 장관을 지내고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연립 내각의 수상이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처칠 총리는 전쟁터의 욕조와 화장실에서조차 책장을 넘겼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나폴레옹⋅케네디⋅클린턴 등 성공한 지도자들은 가장 바쁜 재임 시절에 책을 많이 읽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미지출처 : http://designplug.net/50091175242)


문득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어떠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보니 약 두 달 전 출판된 <대통령의 독서법>이라는 책이 있더라.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성공 노하우를 얻는 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대통령이 읽는 책 혹은 대통령의 독서법과 그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의 연관성이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기는 했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그저 참고만 하면 좋겠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8명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각각의 개성에 맞는 방법으로 책을 읽었고 놀랍게도 독서 스타일과 리더십 스타일이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실제로 대통령의 애독서와 독서 스타일은 정책과 인사 등 국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쯤에서 로저 W.스페리(Roger Wolcott Sperry)라는 사람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생물학자⋅심리학자로서 좌뇌⋅우뇌 이론을 제시한 사람이다. 이 유형에 따라 좌뇌형 독서법을 선호하는 사람과 우뇌형 독서법을 선호하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독서를 즐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우뇌형 독서법을 선호한 사람 중 하나이다. 우뇌형 인간은 감각적이고 직관적이며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메시지를 재빨리 파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역동적인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이것과 연관 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만 골라 읽는 스타일이었고 그 책을 소화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숙독([熟讀]:글을 익숙하게 잘 읽는다)을 했다. 이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좌뇌형 독서법인데 이러한 사람들은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잘 세우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시행되었던 새마을운동, 제 1차~제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보면 그 둘의 연관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그가 이루어 놓은 경제적인 발전과 성과는 그가 좌뇌형 독서법을 선호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지출처 : http://blog.naver.com/ch24962/111023849)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삶과 정치에도 역시 책의 영향이 컸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주요 인물을 발탁할 때 독서 여부를 따져 묻기도 했다고 한다. 어느 군 출신 인사는 ‘너무 책을 안 읽는다’는 이유로 배제했고 노신영 전 총리는 ‘바쁜 와중에 독서를 많이 한다’고 칭찬하며 7년 동안 중용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을 좋아한 것도 풍류를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스타일이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사심리 서적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런 영향 탓인지 그는 처세술과 이미지 메이킹에 능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 9단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리한 정치가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책에 있다. 그는 책상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써놓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정치 관련 서적만 읽었다고 한다.

무려 2만여 권의 책을 소장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광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유명한 책의 저자라고 해도 직접 만나서 토론해본 뒤 아니다 싶으면 발탁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책을 현실 정치에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한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재임 5년 동안 공식석상에서 50여 권의 책을 추천하고 저자를 정보 요직에 중용해 ‘독서 정치’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자유분방한 삶을 산 것과 비슷하게 자유분방한 독서를 즐겼던 그는 청와대에 입성 한 후로는 ‘혁신’ 서적들을 편식했다. 참여정부의 모토. 다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CEO 출신답게 달리는 차 속에서 30여 분 만에 책 한 권을 해치우는 속독파이다. 필요할 때 필요한 책만 골라 읽는 실용 독서가로 실용적인 비즈니스 서적을 주로 읽으며 책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지난여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 때 읽은 책 중에 하나가 <넛지(Nudge)>라고 한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을 지닌 ‘넛지’라는 책은 작은 변화로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감성적 리더십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이 책의 내용처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은 변화로 대한민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이미지출처 : http://photo.naver.com/view/2010042510144549284)


글을 끝내려 하는 이 시점에서 앞서 했던 물음을 다시 하려고 한다.
“책 한권이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라는 말에 당신은 동의하는가?
어쩌면 현 정부 대통령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한 권 쯤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