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 서울은 하이 서울, 디자인 수도 서울, 해치 서울 등 온갖 수식어로 점철되어 가고 있다. 이번에는 미디어 시티 서울이다. 다소 생소하지만 미디어 시티 서울은 올해로 6회째 맞이하는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다. 미디어 시티 서울은 2000년에 시작된 서울의 유일한 국제 비엔날레로 격년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를 전시하여 미디어 시티 서울의 개념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취지다. 그러나 광주 비엔날레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데 반하여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는 인지도가 낮다. 미디어가 일상을 잠식해 가고 있는 지금,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출처 : http://savenature.tistory.com/6042

창조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의 향연
실파굽타의 ‘노래하는 구름’ 비롯…

이번 비엔날레는 광범위한 의미의 미디어와 현대인의 관계를 고찰한다는 관점에서 ‘트러스트’ 를 기획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주제에 모든 작품이 묶이지는 않는다. 21개국의 작가 45개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는 다양한 미디어 아트들이 전시되었다. 실파굽타의 ‘노래하는 구름’ 은 주어진 공간을 잘 활용하여 독자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한다. 수천 개의 마이크들이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시각각 변하는 플립보드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수연(가명,21)씨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엄마 품에 안긴 듯이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을 본 다수의 사람들은 모성애를 느꼈다고 한다. 반면, 필자는 실파굽타의 작품을 보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의 역사가 시작되는 장면을 떠올렸다. 형언할 수 없는 숭고미에 사로잡힌 나머지 한동안 작품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실파굽타의 ‘노래하는 구름’ (출처 : http://www.cyworld.com/lds2010/5211150 )


이경수(가명, 22)씨는 김범의 뉴스를 재편집한 비디오 작업이 전시된 작품 들 중 제일 재미있고 유쾌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mbc 뉴스의 앵커들의 음절을 취사선택하여 작가가 하고 싶은 말로 재탄생한 것으로 작가의 참신한 발상을 엿볼 수 있다. 율리카 루델리우스의 ‘영원히’ 는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한 인터뷰로 관객은 중년여성 5명의 답변만 들을 수 있을 뿐, 질문은 알 수 없다. 보통 인터뷰 영상이 질문과 답변 모두 제시하는 것과 달리, 답변만 제시함으로써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뚜안 앤드루 응우엔의 ‘힙합의 역사를 샘플링하는 힙합의 역사 : 레드 리믹스’

 (출처 : http://www.cyworld.com/photoholic212/3373098 )


사회, 역사 반영한 작품들 줄지어…

작가의 창조성을 발휘하는 작품 못지않게 사회문제, 역사를 반영한 작품들이 상당수 전시되어 있었다. 베트남 구식 자전거에 미국의 힙합음악이 나오는 스피커를 올린 뚜안 앤드루 응우엔의 ‘힙합의 역사를 샘플링하는 힙합의 역사 : 레드 리믹스’ , ‘난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김성환의 ‘강냉이 그리고 뇌 씻기’ , 가미가제 비행사의 전쟁 전후 고통을 보여주는 고이즈미 메이로의 ‘어린 사무라이의 초상’ 등의 많은 작품들은 1차,2차 세계대전 당시의 모습을 비롯하여 전쟁의 역사를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시징맨의 ‘웰컴 투 시징-시징 올림픽’ 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당시의 가상의 시징맨(시징 : 작가가 설정한 유토피아)의 세계를 그리고 양아치의 ‘밝은 비둘기 현숙씨’ 는 일상을 비둘기의 관점으로 비디오에 담아낸다.



출처: http://blog.daum.net/jun005709/7841691?srchid=IIMxhssQ100&focusid=A_121F2F2F4CCD9AC89B9F04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는 여느 전시회와 다르다. 작품 하나 하나의 모양새나 배치 정도가 다르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따로 마련된 작품도 있어 차단된 공간에 갇힌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관에서 짧은 영상물을 관람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미디어 아트이다 보니 작품에서 한 발짝 물러서 관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헤드폰을 끼고 작품을 관람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그러나 비엔날레에서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만큼 생경한 세계로 발을 디디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시티 서울 2010 은 11월 17일 수요일까지 서울 시립 미술관 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6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