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예비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 열렸다. 특강의 주인공은 클로징 멘트로 화제를 모았던 신경민 앵커였다. 신 앵커는 “아마 여기 계신 분들은 다른 학생들과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에 대한 견해를 지니고 있고, 공부도 어느 정도 한 특별한 분들이죠.”라며 운을 뗐다. 그동안 주목받았던 클로징 멘트 소개뿐 아니라, 언론인(그 중에서도 방송 기자)이 갖춰야 할 자질 키우는 법, 한국 사회의 현실 돌아보기, 언론의 미래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라 했다. 선망 어린 눈빛과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 60여 명의 대학생들은, 혹시나 중요한 말 한 마디라도 놓칠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펜을 쥔 손도 바삐 움직였다.


클로징 멘트로 돌아본 한국 사회의 모습

 
강의 초반에는 다 함께 신경민 앵커가 그동안 선보인 멘트를 들어 보았다. 그가 직접 꼽은 멘트 다수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으로 촛불집회 열기가 대단했던 2008년 당시의 것이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뉴스 끝부분에 화면 전면에 잡혀 낭패를 봤던 일, 명박산성 관련 마무리 멘트 때문에 여권의 강력한 비난을 받은 일 등 클로징 멘트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뉴스 보도 중 걸린 소송건을 이야기하며 기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현행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고, 정권에 비판적인 모든 이들에게 붉은 칠을 하며 ‘빨갱이’로 모는 태도도 지적했다. MB 정부 출범 후, 그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정부의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외교·국방 이슈를 취재하며 오히려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 신 앵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레드 콤플렉스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2009년 1월 1일의 클로징 멘트는 KBS 보신각 타종 행사에 관련된 언급이었다. 그는 클로징 멘트를 이용해 일제고사 거부로 해직된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권에 대해 외치고, 언론의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미디어법 반대를 외치는 분주한 상황을 모두 지나친 KBS의 중계방송을 비판하였다. 이 멘트는 많은 이들에게 현장의 진실과 화면의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동시에 신 앵커의 발목을 붙잡은 ‘결정적 발언’이기도 했다. 그는 공영방송에서 일어난 이 일을 보도했던 언론은 극히 드물었다는 점을 밝히며, 입맛에 맞지 않으면 기초 사실조차 알리지 않는 현 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다.


특강 중인 신경민 앵커



방송은 같이 만들어 가는 작업

 신경민 앵커는 2008년부터 뉴스데스크 진행을 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지만, 실은 81년에 입사해 3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자였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의 기자 전공은 법률, 외교·통일 쪽이었다고 한다. 기자 생활이 더 익숙했던 그가 앵커가 된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스스로 ‘앵커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된 것’이라고 밝혔으니 말이다. ‘아마 9시 뉴스 앵커가 되지 않았더라면 잘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그는 인상 깊은 클로징 멘트와 차분한 진행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냈고 주목을 받았다.

 신 앵커는 언론인이 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벌어지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화 테이프가 말썽을 부려도, 정전이 되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방송은 ‘Co-operation’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각양각색의 취재원을 두루 만날 뿐 아니라, 학력이 낮든, 나이가 많든, 덩치가 크든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야 하므로 적당한 눈치와 배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물론 언론인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말과 글에 대한 깊은 이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언론인이 되려면
  

 현재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신 앵커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말을 잘 못한다고 했다. 방송 리포트를 할 때에는 억양과 톤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 언론 준비생들마저 장·단음 부분은 100% 실수한다고 하니 짐작할 만했다. 현직 종사자도 간단한 규칙을 몰라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언론인이라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조차 결여된 모습을 볼 때, 그는 아쉽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럼 잘못된 말하기 습관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신 앵커는 초년병 시절 발음사전을 달달 외웠던 일화를 꺼내며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딩이 탁월한 손정은 아나운서는 구약·신약을 꾸준히 읽었다고도 전했다.

 1 sentence 1 thought. 한 문장에 한 가지 생각을 담으라는 말이다. 신 앵커가 밝힌 좋은 문장 쓰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멘트는 군더더기가 없고 명료했다. 3~40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마무리 멘트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까닭은, 단순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적확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널리즘은 죽지 않는다

 
요즘처럼 언론의 위기가 부각된 때도 없는 것 같다. 독재 치하에 있었던 7, 80년대보다도 더 상황이 나빠졌다는 말이 나돈다. 눈부신 기술 발전, 라이프스타일 변화, 언론 신뢰도 추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엮어 지금 여기까지 왔다. 신 앵커는 현재 우리 언론은 비즈니스로 존속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고, IPTV가 확산되면 방송의 패러다임 역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결국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는 것일까.

"저널리즘은 국가 존립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만큼 꼭 필요한 것이죠. 저널리즘 위기론이 도는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언론사는 망할 수 있지만 저널리즘은 죽지 않습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저널리스트적인 자질을 갖춘 후 열심히 훈련하면 분명 원하는 곳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