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예능계의 주된 패러다임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 그 시초는 MBC의 ‘무한도전’이었다. 대본에는 최소한의 진행순서만을 남겨놓고 웃음 유발은 출연자들의 역랑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새로운 발상을 무한도전이 가장 처음 시도한 셈이다. 연예인들을 더욱 연예인답게 만들어주던 가식과 허언들이 판치던 대본의 비중이 줄어들고 연예인들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동료 연예인을 헐뜯거나 자신의 치부를 일부러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상이기만 했던 연예인이 그 위상이 격하되어 어느새 일반인들과 친숙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초기 무한도전의 슬로건도 ‘대한민국 평균 이하인 솔로 남자 여섯명’이었다. 


 하지만 요즘 무한도전을 보면 초창기 때 보았던 바로 그 ‘루저’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비싼 돈을 들여서 뉴욕이나 알래스카 등 해외로 나가는 모습은 조그마한 스튜디오에서 엎치락 뒤치락 했던 초창기 무한도전의 모습에선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이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이 루저가 아니라 어엿한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멤버들의 실제 생활자체가 향상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비디오남이었던 유재석은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말만 거성이었던 박명수는 진짜 거성으로, 키 큰게 특징의 전부였던 정준하는 뮤지컬계로 진출했고, 건방진 뚱보였던 정형돈은 미모의 작가와 결혼한데다가 말만 많았던 노홍철은 탁월한 예능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군복무를 마친 하하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새로 합류한 길은 박정아와 연인관계다. 마냥 ‘대한민국 평균 이하’일 것만 같았던 그들이 어느새 ‘잘난 연예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출처 - http://oldconan.tistory.com/814?srchid=IIMLoPn2100&focusid=A_134401154C0F0DAF6C7BDA



 이런 현상은 최근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는 무한도전 위기설과 무관하지 않다. 애초에 무한도전이 누려왔던 인기의 원동력은 연예인 같지 않은 ‘찌질함’에 있었는데, 진짜 연예인 같은 모습이 나오자 시청자들이 큰 재미를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센스있는 자막도 있고 과거의 한자릿수 시청률에 비하면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방송시간 내내 안면근육이 뻐근해질 정도로 웃을 수 있었던 과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무한도전의 컨셉은 초창기의 무한도전과 비교할 때 많은 부분 달라졌다. 초창기 때의 무한도전은 설문조사를 통한 순위놀이, 아하! 게임 등 정형화된 틀에서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노는 형식을 취했다면, 지금의 무한도전은 특집이라는 형식을 빌어 그때그때마다 자유롭게 컨셉을 변경한다. 친근감의 상실을 참신함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과의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한, ‘꼬리잡기’류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출처 - mbc 공식 홈페이지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멤버들과 시청자들 간의 유대감을 잃지 않는 새로운 컨셉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멤버들이 더 이상 모자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들의 일상생활을 이용한다거나 실패한 모습(노홍철이 속임수를 쓰려다가 역으로 당하는 모습 등)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얼마나 시청자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컨셉을 제시하느냐가 앞으로의 무한도전 최대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을 넘겼다. 무(모)한 도전 시절을 포함하면 햇수로 6년차. 6년의 시간동안 애국가보다 못한 시청률도, 온갖 비난,비평에도 시달려왔지만 결국에는 극복해냈다. 지금 무한도전에겐 또 한 번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무한도전이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떻게 변화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