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계의 빅이슈가 스마트폰이라면 영상 분야의 최대 화두는 단연 3D다.

지난해 전 세계의 극장을 마비시킨 <아바타> 효과 때문이다. 그야말로 3D 시대이다. 3D는 정체에 빠진 극장업계를 살릴 카드로 제시되었고 극장들은 앞 다투어 3D 상영관을 늘리기 시작했다. 정부와 관계 기관도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3D 열풍이 지나친 호들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이러하다. ‘콘텐츠가 핵심’이라고 외치지만 정작 플랫폼 사업자들만 돈을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마찬가지로 3D 분야 역시 소프트웨어는 턱없이 부족한데 하드웨어만 난리법석을 치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우리는 아직 그 어떤 국산 3D 콘텐츠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장의 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는 것이다. 3D 인프라 면에서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극장에서는 막상 비싼 돈을 들여 3D 상영관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는 틀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에도 <타이탄>처럼 2D를 3D로 컨버팅해 놓고 3D 영화라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된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흥행 면에서는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속았다’라는 혹평을 늘어놓았다. <타이탄>은 촬영 때부터 3D 카메라로 제작되지 않은 영화를 3D로 옮겨 보았자 입체감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철저히 입증해 보인 사례가 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는 콘텐츠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극장가와 영상업계를 휩쓸고 있는 3D 열풍에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하드웨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가 앞서 나가면 콘텐츠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것인가.

지난 3월에 열린 ‘3D 월드포럼’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선 곽경택 감독은 “지금은 기술보다 예술적 고민에 치우칠 시간”이라고 말했다. 3D의 아버지,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3D가 미래 영상산업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문제는 콘텐츠”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쯤에서 영국 영화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바타>를 시작으로 <드래곤 길들이기>까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CG를 대거 동원한 모험 스펙터클 범주에 머물렀던 3D 공식을 깨고 나온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댄스 영화답게 현란하게 춤 추는 장면을 대거 포진시키고 있는데 3D의 영역을 군무 장면의 역동성으로까지 확장시켰다. 특히 댄서가 그룹의 앞에서 뒤로 튀어 나올 때의 입체적 움직임은 음악의 리듬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3D 효과를 톡톡히 보여준다. 굳이 대규모 모험 스펙터클에 안주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차원의 3D 영화가 가능한 것이다.

3D를 도입한 호러 영화 <블러디 발렌타인>과 더불어 최근에는 이모션 3D 영화 <나탈리>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들에 대한 평가와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필자는 콘텐츠를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누군가는 한국의 영상업계에서의 3D는 ‘손님 끌기’용이 아니라 ‘주목 받기’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앞서 말한 새로운 시도에 우리는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3D시대의 영화화법이 ‘비주얼텔링’이 되더라도 서사적 기능이라는 영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